사람을 치유하는 것은 자연, 좋은 책, 좋은 사람이라고 예전에 동료가 나를 위로하며 말을 해줬다. 얼마 전에도 그는 카톡으로 나에게 좋은 글 하나를 던져 주었다. 그동안 하고 싶었던 말이 많은데 나는 왜 연락을 안 했지? 하며 너무 길어서 전체 보기 버튼이 생길 정도로 장문의 편지를 썼다.
차장님은 어리광을 피워도 받아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인 걸 알아서 그렇게 차장님을 괴롭히던 장면이 떠올라 웃기다, 차장님이 너무 그립고 보고 싶다, 차장님이 저번에 말한대루 차장님은 나를 늘 지지하고 나의 편에서 잘되라고 쓴소리도 해주고 나를 살게 하는 사람이다, 라고 말하며 지난 학기 성적도 좋았고 호락호락하지 않은 비판적인 관점의 교수님에게 칭찬도 들었다고, 장학금도 타게 되었다고 학교 생활의 소식을 전했다.
일적으로는 엄청 커리어 우먼이지만 마음이 아이 같고 밝은 차장님은 너무 감동이라며 좋은 소식을 자기에게 전해줘서 기쁘고 눈물이 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가 만나면 나눌 얘기가 정말 많을 것 같다고. 다섯 문단 되는 글과 하트와 물결에 차장님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며 나도 너무 감동받고 마음이 따뜻해졌다.
직장에서 어떻게 친구가 되나 하지만 매일 회사 나와서 지지고 볶고 같이 어려움도 극복하고 일상을 나누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가식 없이 보이게 되고 나이나 직급을 뛰어넘어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사람이 몇 명 생기게 된다. 내가 최근 몇 년간 감정과 생각을 아무 때나 편하게 나누는 사람 역시 같은 부서였던 동료인데, 나를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T로서 서로를 공감한다. 나를 괴롭히던 사람들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었다. 내 앞에서는 나를 위로하더라도 오로지 내 편에 서서 외부에 적극적으로 나를 변호해 주는 일, 쉬운 일이 아니다.
과장님은 엑스트라 버진 오일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방울만으로도 음식의 품격을 높이는 사람 특화된 쓰임새와 매력을 갖춘 사람!
나를 엑스트라 버진 오일이라고 말해주며 다른 사람들의 오해를 신경 쓰지 말고 나답게 살라고 말해준다. 그래 오해하는 사람은 오해하라지 뭐!
이 사람들은 나에게 이 조직을 떠나 더 좋은 곳으로 훨훨 날아가라고 말한다. 내가 이 조직에 남아 있는 건 내가 정말 좋아하는 몇 명의 사람들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기다리던 대학원 방학이었는데, 여행도 방학 꽉꽉 채워서 여기저기 다니고 싶었는데 나는 지쳐서 위축이 되어 이불속에 웅크리고 있었다. 몇 주동안 아무 것도 하지도 않고 시간만 죽였지만 달리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여행을 하면 매일매일 엄청나게 새롭고 자극이 되고 영감이 되지만 여행 후에 나는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피곤하다. 오히려 매일 걷고 규칙적으로 생활해서 몸은 건강하지만. 핸드폰을 소매치기당하고 긴장도가 높아진 것도 크다. 그래도 여행에서 돌아와서 집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니 안전함을 느껴서 조금 회복 중이다. 오랜만에 친구들도 만나서 편하게 얘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내니 기분이 좋다. 낯선 사람들이 아닌 나에게 적대적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사람이 주는 편안함이 크다는 걸 느꼈다.
오늘은 또 다른 나라로 떠난다. 친구들과 함께 여행을 한다. 한 친구가 사는 곳으로 가서 친구가 다 계획을 짜서 나는 진짜 아무 생각도 없이 간다. 낯선 환경과 사람에 긴장도가 높아진 나를 편안하게 해 주며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편안하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자고 하는 친구들. 못 보던 7-8년 사이 그들의 허그가 필요한 순간들이 있었지만 보고 싶은 마음도 멀리 떨어져 있으면 포기하고 무뎌진다. 아직 심장인지 속의 장기가 긴장해서 뜨겁고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 느낌이 든다. 이 여행을 잘 끝마칠 수 있을까. 힘을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