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절교육 좀 시키고 나옵시다
평소 사회 면에 자주 등장하는 <노 키즈 존>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일으킨 피해를 목격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기사 내용과 댓글에 등장하는 양 측의 입장이 모두 이해가 갔다.
그런데 나는 며칠 전 공공장소에서 직접 아이의 소란과 이에 대한 부모의 안일한 대응을 보고 눈살이 찌푸려졌다.
퇴근길 나는 지하철 계단에서 8살,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두 명의 남아와 킥보드 두 대를 들고 내려가는 30대 후반- 40대 초반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 엄마를 마주쳤다. 이들은 곧 스크린도어 앞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는 내 옆에 줄을 섰다.
두 남자아이들은 계속 뛰어다니며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까불었고, 킥보드를 타겠다며 떼를 썼다. 엄마 역시 "조용히 해, 안 돼"라고 말했지만 위엄이 없었고 아이들은 엄마의 말을 계속 무시했다. 보아하니 평소에도 안 먹힌 것 같다. 결국 6살짜리가 엄마 손에 포개어진 두 개의 킥보드 중 하나를 엄마에게 뺏어 킥보드 위에 발을 올렸다. 엄마는 의지 없이 뺏겼고 의미 없는 "안 돼" 만 공허히 외칠 뿐이었다. 그 아이는 당장이라도 킥보드를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닐 모양새였지만 아이 엄마는 적극적으로 막지 않았다. 그리고 8살, 6살은 지하철이 올 때까지 목 놓아 소리 지르고 소란을 피웠다.
아이 엄마는 아이에게 설득되지 않는 "안 돼"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왜 킥보드를 타고 다니면 안 되는지, 다른 사람과 부딪혀 다칠 수 있음을 설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당장 지금은 정신이 없어 설명을 못했더라도 집에 가서라도 알려주기를 바란다.
지하철이 왔고, 드디어 이 소음에서 벗어나는구나 하며 나는 그들이 나와 겹치지 않는 곳에 앉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내 바로 앞자리에 앉았고, 하필 내리는 정류장도 같아서 그들을 계속 보며 스트레스와 불쾌지수가 켜켜이 쌓였다. 종점에서 출발하는 열차라 하필 복도에 서 있는 사람도 없었고, 그들 말고는 조용해서 더 시끄럽고 정신없었다.
8살, 6살은 서로 가운데 앉겠다며 큰 소리를 내더니 엄마가 자리에 앉히자 이번엔 가장자리에 앉겠다며 왔다 갔다 자리에 섰다 앉았다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했고, 엄마는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도 행동도 없었다.
귀엽게 허용되는 개구쟁이의 소란의 정도를 넘어섰다. 이들은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로 시끄럽게 소리를 질렀다. 주위에서 다 그들을 돌아보았다.
해도 너무한 자신의 자녀를 보는 타인들의 시선이 따끔했는지 "얘들아 조용히 해 너네 시끄러워서 다들 쳐다보잖아."라는, 아이들은 들은 체 만 체하는 공허한 외침을 내뱉을 뿐이었다. 게다가 엄마의 큰 목소리까지 합세하여 더 큰 소음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남자아이 둘을 키우면서 통제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이해를 바랄지 모른다. 하지만 8살 6살 정도면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았더라면 이를 알아들을 충분한 나이라고 생각하며, 엄마는 일상생활에서 아이가 남에게 피해를 줄 때 통제할 역량을 키웠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상황을 볼 때 그 엄마는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기 전에 자신의 자녀들이 개구쟁이이며, 자신의 꾸중이 아이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주한 시간대에 공공장소에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와 피해를 입히는 그들을 훈육하지 않으며 방치했다. 평소에도 공공장소에서의 예절에 대하여 교육을 시키지 않았던 것이 느껴졌고, 본인도 계속해서 굉장히 큰 소리로 말하는 행동을 볼 때 엄마 역시 그 예절을 모르는 듯했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이 달라고 하지도 않았음에도 먹다 남은 커다란 꼬깔콘 봉지를 가방에서 꺼냈다. 시끄럽고 산만한 아이들의 시선을 돌리기 위한 것인 걸 수도 있으나 꼬깔콘을 먹는 아이들은 여전히 소란스러웠고 아이들은 의자와 바닥에 흘리며 먹기 시작했다. 서울 버스에서 음식물 섭취가 금지되었고, 지하철에서도 먹지 않는 것이 대중교통 예절이 되고 있는 것을 모르나 보다. 아이 엄마는 아이들에게 흘리지 말라고 경고할 뿐 바닥에 떨어진 꼬깔콘 조각들은 줍지 않았다. 사람들이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8살 아이는 바닥에 떨어진 꼬깔콘 조각들을 발로 짓이기기 시작했다. 아이 엄마는 "그러면 안돼"라고 말할 뿐 아이는 역시 듣지 않았으며 물티슈를 꺼내 본인 자녀들의 손만 닦일 뿐이었다.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 바닥에 흘렸으니 주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뭐 이 정도에 지적이냐며 기분 나쁘다는 표정과 태도를 보일 것 같았다. 동창모임에서 만난 서울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한다는 친구가 아동 방임을 포함한 학대 정황을 포착해도 교사조차 남의 가정일에 간섭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했던 얘기가 스쳐 지나갔다.
그때 8살 아이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아이를 간지럽히며 장난을 시작했다. 아이가 까르르까르르 웃으며 자신도 할아버지를 간지럽혔다. 잠시 뒤 아이 엄마는 할아버지에게 정색하며 "애가 간지럽다고 만지지 마시래요."라고 엄격하게 말했다.
결국 그 엄마는 내리면서 뒷정리를 하지 않고 그냥 내렸다.
집에 가서도 오늘 그들의 행동에 대해 어떠한 일깨움도 주지 않았을지 걱정된다.
내가 불편했던 것은 아이들의 당장의 소음 보다도 교육의 부재와 부모의 허용으로 공공장소에서 자신의 행위가 남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 아이들이 지금은 다수의 타인의 관용으로 넘어가지만 앞으로 더 큰 피해를 무분별하게 끼칠 가능성이다. 자녀 교육의 실패가 나비효과처럼 사회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내 옆에 얌전히 앉아서 가는 비슷한 또래의 어린이들이 보인 태도가 새삼 훌륭해 보였다.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낀다.
식당, 병원, 지하철 등 공공장소에서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아이들이 의외로 많다. 이럴 때 엄마들은 따끔하게 야단을 치기보다 주의를 주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어리니까 다른 사람이 이해해주겠지’ 하고 가볍게 넘기는 태도는 대단히 잘못된 방법이다. 엄마부터 어떤 경우라도 남에게 피해를 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
아이가 공공장소에서 떠들거나 뛰어다니면 그 자리에서 바로 따끔하게 야단을 친다. 그래도 안되면 과감하게 나와버린다. 그래야 아이도 자신 때문에 일을 망쳤다는 것을 알게 된다. 평소에 생활동화나 비디오를 보여주면 여러 사람이 모인 곳에서의 행동과 예절을 익힐 수 있다.
4~5세 정도의 아이라면 외출 장소에서 떠들면 안 되는 이유를 계속 반복해서 주입하고 떠들지 않겠다는 약속을 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공공장소에서의 예절 가르치기 - 2~3세, 바른 생활습관 들이기 (우리 아이 나쁜버릇 바로잡기, 2009. 1. 28.,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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