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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Sep 03. 2018

왜 설거지를 깨끗이 안하는거야?



다국적인으로 구성된 우리 기숙사는 각자 방에 화장실이 있고 주방과 거실은 6명이서 공유하는 구조였다. 오히려 방에 주방시설이 있는 것보다 방을 넓게 쓰고 거실과 주방시설도 넓고 쾌적하게 쓰는 구조라 마음에 들었다.


공동생활 공간인 만큼 우리는 규칙을 정했다.

우리는 매주 만 원 정도씩을 모아 필요한 공동 물품을 샀고, 남은 돈으로 매주 일요일 저녁 함께 모여 각 나라의 음식을 같이 만들어 먹었다  

일주일마다 두 명씩 나누어 거실과 주방을 청소하기로 했고, 각자의 설거지는 다음 사람을 배려해 가능한 그때 그때 하기로 했다.


며칠이 지나고, 설거지되어 있는 곳에서 접시를 꺼내 쓰는데 미끄덩거렸고 왜 그런지 보니 세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넘기고 한 번 헹구어 사용하다가 그게 몇 번 반복되고, 옆 방 독일인 여성인 프랑카가 설거지한 그릇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프랑카는 설거지를 할 때 싱크대 왼쪽 칸에 물을 가득 담는다. 그리고 우측 칸에 쌓여있는 설거지 거리들을 퐁퐁을 묻힌 수세미로 닦은 뒤 전부 왼쪽으로 옮겨 담는다. 그리고 그 물로 헹구고 끝냈다. 프랑카가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간 자리에는 세제가 흥건히 묻어 있는 접시들이 가득했다.


나에겐 너무 충격적이어서 프랑카에게 물었다.


세제 묻어있는 접시에 담아 먹으면 세제를 같이 먹게 되는 거 아니냐고, 그리고 온갖 음식물 색이 섞인 물로 한 번 헹구고 말아도 되는 거냐고.


프랑카는 개의치 않았다. 한 번만 헹구는 것은 물을 절약하고 환경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세제는 가만히 두면 날아갈 것이고 먹어도 안 죽는다고 했다. 오히려 나를 비롯한 한국인, 일본인들이 너무 과도하게 물을 콸콸콸콸 틀어놓고 뽀득뽀득 닦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나도 우리 집에서는 설거지를 뽀득뽀득 깨끗하게 하는 편이 아닌데도 '저렇게만 설거지를 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카는 본인 방 안에서도 신발을 신고 다니는데 평소에도 공동 공간 청소를 대충대충 하는 편이어서 독일인의 특성은 아니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기숙사에서 퇴실할 때 청소를 해 놓고 나가야 하는 의무가 있는데, 본인은 해놓고 갔다는데 학교 측에서는 제대로 해놓고 나가지 않아 위약금을 물기도 할 정도로 깨끗한 편은 아니었다.  


가끔 일요일 저녁에 모여 먹는 식사에 다른 층 사람들도 돈을 내고 참여했다. 그때 호주인 커플도 왔는데, 설거지 얘기가 나올 때 자기들도 프랑카처럼 물을 받아놓고 닦는다고 했다. 물 절약과 환경오염을 생각해서 그런다고 했다. 호주 하면 환경 애호국 이미지가 있어서 그런지 나중엔 그들도 그런다고 하니 선진국 국민들은 다 습관처럼 이렇게 하는 건가 싶었다.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임에도 습관적으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물을 틀고 설거지하거나 샤워할 때 물을 펑펑 쓰는 등 국민적 경각심이 낮은 것 같다. 요즘 카페 내 일회용 컵 사용 금지와 같이 평소에도 정부의 물 절약, 환경 사랑 캠페인에 자주 노출되었다면 경각심을 가지고 실천했을 것 같다.


고등학교 때 같은 반 학우 몇 명과 수원으로 봉사 활동을 간 적이 있었는데, 수원시 물이니 화장실 물을 펑펑 쓰고 가자!라는 철없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흔히 자기 집 물은 아껴도 여행지에서나 빌린 숙소에서도 물을 아껴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어려운데, 저 외국 친구들은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도 물과 환경을 아끼는 것이 몸에 밴 것 같아서 놀라웠다.  


2015년 포스트 교토 체제를 대신하여 파리 협정이 체결되어 신기후체제를 맞게 된 지 3년째가 되었다. 작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 협정 탈퇴를 선언하였고 미국이라는 세계 대국의 이탈로 각 국의 이행 의지도 약화되기 쉬운 와중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를 위시한 유럽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계속해나가겠다고 피력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물론 기후변화론 자체에 대한 시비도 있기는 하지만 환경과 생물 다양성 보존 노력은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 역시 기후변화 대응에 대처하는 것을 국가적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으며, 우리를 둘러싼 지구촌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여러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국민에게 와 닿는 이렇다 할 구체적인 전략도 힘 있는 추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세계시민으로서 전 국민이 환경 보호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하려는 교육과 여러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


우리도 과거가 그러했듯, 라오스 사람들이 쓰레기를 분리수거하지 않고 음식물, 일반쓰레기, 재활용을 한데 묶어 버리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메콩 국가들에 거주했거나 여행을 하면서 유심히 본 사람이라면 이들 국가에서 쓰레기를 분리 배출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도국의 양적인 발전, 경제성장을 돕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들이 경제 발전 과정에서 우리가 저지른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환경 보호와 관련하여 성과가 있었던 노하우들을 적극적으로 전수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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