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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 동안 여기서 살아보려구요

by 모네

“00 학생은 방학을 어떻게 보낼 거야?” 하고 질문을 받았다.

“저 외국에서 두 달 살기 하면서 공부하려고요! “ 하고 말했다.

“오, 어디에서?”

“저 치앙마이에서요! “ 하고 말했다.

“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 “ 하고 교수님이 흥미로워하며 물었다.

“아,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아서 한 달 살기 숙소도 잘되어 있고, 코워킹 스페이스 같은 곳도 잘되어 있더라고요. 콘도가 한 달에 30만 원대? 면 괜찮은 곳에서 지내더라고요. 더 싼 곳도 있는데 제가 늦게 예약해서 꽉 찼어요. 밥도 2-3천 원이면 먹을 수 있고요.”라고 말하면서도 조만간 펼쳐질 세계를 상상하며 신이 났다.


방학 두 달 반 동안 어떻게 보낼까 생각했다. 석사 논문 초안을 써 놓아야 하기 때문에 7-8월은 논문에 매진하고 몇 년 전부터 묵혀 두던 알마티 여행을 6월에 1-2주 정도 다녀올까 생각했었다. 비행기와 숙소를 검색하는데 잘만한 곳으로 묵으려면 숙소비를 하루에 7만 원 이상은 줘야 해서 꽤 비쌌다. 알마티 여행을 다녀오는 값으로 동남아 싼 곳에서 한 달을 머물 수 있겠다 싶었다. 그래, 알마티는 회사 다닐 때 휴가 내서 다녀와도 되고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치앙마이를 가보자, 하고 알아보다가 치앙마이로 정하게 되었다.


치앙마이로 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저렴한 한 달 살기 숙소비와 물가 + 디지털 노마드들이 많다는 점이다. 동남아 지역 중 도심을 떠나 시골 같은 데를 가면 더 저렴한 새로운 곳도 있을 테지만 나는 사람이 어느 정도 많고 북적이는 게 좋다. 아무도 없는 카페에서 혼자 노트북을 하는 것보다 눈인사도 나누고 가벼운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리고 카페에 있으면 중간중간 화장실도 가고 하는데 노트북을 도난당할까 봐 이고 지고 화장실을 가고 싶지가 않다. 그래서 알아보니 치앙마이에는 4-6천 원 내외에 이용가능한 다양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고, 아주 저렴한 입장료의 도서관 같은 곳들이 있다. 코워킹 스페이스 사진을 보니 아주 넓고 아름다운 인테리어에 밖은 초록초록한 배경, 마치 구글 같은 자유롭고 인터네셔날한 환경에서 일하는 느낌이다.


그밖에 치앙마이에서 사는 게 기대되는 이유

1. 디지털 노마드 네트워크가 잘되어 있다

2. 매일 무료 요가 교실이 있다

3. 내가 좋아하는 팟타이, 잭프룻을 마음껏 먹을 수 있다

4. 번화가가 여러 구역이 있고 근교 여행도 할만한 곳이 많아 지루하지 않다

5.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지만 걸어 다니면서 일상이 가능하고(오토바이비도 아끼기), 공유 자전거가 있다고 한다!

6. 소소하게 쇼핑할 곳이 많다(엄청나게 발달한 여러 마켓들, 야시장, 소품샵..)

7. 힐링되는 너무너무 예쁜 카페들


비행기를 예약하고, 콘도 보증금을 내고, 공부하면서 틈틈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곳, 가고 싶은 곳 표시하다 보니 지도에 금방 깃발이 가득해졌다. 이번에는 긴 웨이브의 내 머리 중 4-6가닥 정도 보라색, 하늘색 계열을 섞어서 땋고 싶다. 찾아보니 치앙마이 대학교 부근 야시장 쪽에 땋아 주는 곳이 있다. 인스타에서 자주 보이는 핀터레스트 감성의 흰색 롱스커트나 베이지색 리넨의 나시 원피스를 사 입고 챙이 넓은 라탄 모자를 쓰고 안 날아가게 턱을 동여맨 뒤 아이패드와 노트북을 넣은 백팩을 메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상상. 발톱은 동남아 가면 자주 하는 붉은 버건디색이나 쨍한 토마토 색으로 칠해야지.


아침에 무료 요가 교실에 가려고 요가 매트도 샀다. 요가 매트는 제공해주지 않는다고 하는데, 현지에서 요가 매트를 사려면 그래도 만 원 이상 해서 미리 샀다(약간 J모먼트). 미슐랭도 많아서 여러 군데에 깃발을 표시해 놓았다. 3천 원 대 미슐랭이라니! 카오쏘이는 처음 먹어보는데 어떨지 궁금하다. 나는 코코넛 베이스를 좋아하니까 카오쏘이도 맛있겠지? 코코넛 커리 너무 먹고 싶은데. 첫날 첫 식사로 뭐를 먹을지 행복한 고민이다. 미슐랭인 로띠집이 있다길래 동남아 가면 항상 사 먹는 바나나 넣고 연유 뿌린 로띠를 첫날 사 먹어야겠다.


첫날 할 일. 라탄 모자 사기, 로띠 사 먹기, 잭 프룻 사서 와구와구 먹기!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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