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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04. 2018

라오스에도 일자리가 부족해



교육의 끝은 무엇일까


그래도 수도 비엔티엔에는 대학교나 단과대학에 다니며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다. 교육의 기회가 적은 곳에서 대학까지 가게 되었다면, 게다가 여성이 대학을 졸업했다면 이 나라에선 굉장한 엘리트층이다.


라오스에서 제일 좋은 대학교를 다니는 학생들, 그리고 그 대학교를 졸업하여 실업자 상태인 청년이나 컬리지 급의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다.



부모가 정치인, 경찰이면 놀고먹으며 살 수 있어요.


허름한 교실에서 영어 수업을 듣는 학생들


대학생들은 가정형편에 따른 빈부격차가 컸다. 라오스 최고의 인재들이 모인 라오스 국립대의 한 학급 내에서도 부모의 직업과 경제력에 따라 자신이 꿀 수 있는 꿈의 크기가 달랐다. 부모가 공산당원이고 은행이나 공무원 등 요직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녀들이 풍족하게 대학생활을 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제일 좋은 직장에 다녀도 20-30만 원 정도를 번다고 하는데, 나보다 좋은 최신 핸드폰과 노트북을 가지고 있으며 온 가족이 한국 여행을 다녀온 사진을 보여준 여학생이 인상적이었다. 이 사회, 경제 구조에서 물가가 어마어마하게 높은 한국으로 온 가족이 여행을 왔다는 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라오스 국립대 대학원까지 졸업하고 백수 상태인 한 청년은 부모가 좋은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면 빽으로 쉽게 취업할 수 있고, 아니다, 그냥 그렇게 취업 안 해도 놀고먹으며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자조적으로 말했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히 일자리 정보가 없다면 교육을 받은들 그 이후의 길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많은 한국 민간단체들이 라오스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후원하고 있다. 그런데, 경제적 지원을 통해 계속 교육을 받게 하고는 있지만, 그 뒤에 자립이 가능할지 의문이 들었다. 방향성이 정립되어 있지 않아 보였다. 영어, 한국어를 가르치고 좋은 대학에 다니게 하는 것 자체는 좋지만, 그래서 졸업 후 어떤 일을 하여 나라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로 키운다는 것인가. '공부하다 보면 길이 생기고, 인재들 속에 있다 보면 정보도 얻고 길도 열리겠지.'는 한국에서 가능한 소리이다.   


나는 교육이 나라 발전의 근간 중 하나라고 생각하여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사람이지만, 국가 정책과 체계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교육받은 인력이 갈길을 잃은 채 흩뿌려진다고 생각한다.



대학원 졸업 후 놀고 있는 라오스 청년이 우리나라와 같은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생각했다.


많은 동남아시아 국가 청년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라오스어로 된 키보드가 없어서 태국어 키보드를 사용하긴 하지만. 아무튼 이들이 접근할 수 있는 구인구직 사이트나 앱이 활성화되어 일자리가 필요한 사람과 일할 사람이 필요한 곳이 쉽게 연결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당 공산당 체제인 라오 인민공화국에서 자유로운 인력의 흐름과 시장의 확대를 허용하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라오스 청년에게 물어보니 그런 사이트는 잘 모르겠고, 라오스 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나 그룹으로 일자리를 구하긴 한다고 한다. 구글에 Lao job이라고 쳐봤더니 영어로도 볼 수 있는 사이트가 나오긴 하는데, 라오스 현지인에게 유용한 사이트 같지는 않아 보인다. 내가 있었으면 하는 우리나라 알바천국, 사람인, 인크루트와 같은 사이트는 아니다.


고급인력이 활약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자체도 부족해 보이고, 절대적인 수의 일자리와 취업 루트 자체가 부족해 보였다.

4대 보험은 있을 리 만무하고, 그마저도 얼마 안 되는 임금은 제대로 지급되는지, 누가 어디서 일하고 있는지, 아니 국민의 삶이 어떤지 국가가 파악은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노동인구의 73%가 쌀농사를 짓고 있다는데(the World Factbook), KOPIA에서 라오스에 들어가 농업 ODA를 진행해보면 관련 인프라 시설이 전무한 상태이고, 농사를 제대로 지을 줄 모르며 생산성도 굉장히 낮다고 들었다. 공산품은 거의 태국에서 수입하므로 오히려 태국보다 공산품 가격도 높고, 임금에 비해 물가가 비싼 편이다. 사실 산업구조 자체가 매우 취약한 탓에 일자리 자체가 없으니 구인구직 플랫폼이 형성되더라도 구인을 하는 곳의 양과 다양성이 매우 낮을 것은 자명하다.  


라오스는 어떻게 보면 자국민 보호에 실패하고 있는 국가이다. 내가 라오스라면 국부를 늘려 사회안전망을 확대하여 소녀들이 어린 나이에 결혼하고, 가족 구성원 중 한 명 이상이 의료 혜택을 못 받아 사망하는 만성적인 가난 속에 살고 있는 국민들을 보호하고자 할 것 같다. 외국의 투자를 받든 산업 구조를 개선시키든 시장 환경이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을 개선할까, 아니, 개발협력을 진행하며 발전을 도와주려는 국가들을 활용하여 어떻게든 배우고 도움을 받아 국민들이 가난을 타개하고 소득을 증대시킬 수 있도록 하겠다.  갈 길 잃은 채 방황하는 고급 인력들을 활용하고, 국민들의 교육 및 직업 훈련을 강화하여 다양한 곳에서 일하여 소득을 얻을 수 있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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