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3) 카렌족 빌리지
치앙마이에서 치앙라이로 가는 투어에는 목이 긴 부족 마을, 카렌족이 산다는 long neck village 투어가 포함되어 있다. 가기 전에 유튜브 등에서 찾아볼 때는 목에 긴 링을 낀 부족들의 마을을 볼 수 있다는 게 신기해서 가보고 싶은데 너무 관광화되어 있어 인간 동물원 같은 생각도 들어서 윤리적이지 못한 소비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했다. 코끼리 투어도 여러 개가 있는데 코끼리가 코를 감싸며 관광객과 사진을 찍는 저렴한 카페 같은 곳은 코끼리를 꼬챙이로 찌루고 훈련시켜서 괴롭힌다고 해서 약간은 더 비싸지만 윤리적인 코끼리 보호소도 있다고 해서 알아봤는데 아무리 윤리적이라고 해도 매일 인간을 접대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코끼리들이 스트레스를 받을 것 같아서 그냥 안 가기로 했다.
아무튼 카렌족 방문에 대해 챗 지피티에게 고민을 말해보니 오히려 이들은 관광객이 찾아주고 사진도 같이 찍고 물건도 사주면 생계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그러면 한 번 가보기로 했다. 치앙라이 가는 길에 카렌족 빌리지를 들러서 가는 데이 투어 상품을 예약하였다. 치앙라이 데이 투어 코스는 대개 비슷해서 다른 투어 차 사람들을 계속해서 만난다. 아까 발을 잠깐 담글 수 있는 온천에서 발을 담그며 스몰토크를 나누던 화이트 스커트를 예쁘게 입은 스페인 여자를 여기서 또 보았다.
카렌족 마을 입장료는 300바트. 보통 유명한 관광지 사원 입장료도 100바트 정도이고 미술관 입장료도 150 바트 정도였는데 치앙마이 물가에 비해 입장료가 많이 비싸다. 뭐 삶의 터전을 방문하는 거고 생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만 이천 원 정도 입장료로 낼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시원한 산기슭 같은 곳에 집은 아니고 천막 같은 것을 치고 목에 링을 낀 여자들이 앉아서 관광객을 웃으며 맞이한다. 300바트를 낸 관광객들이 우르르 들어오고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목에 링도 준비해 놓았다. 나도 목에 링을 끼고 같이 사진을 찍었는데 되게 무겁다. 링을 낄 수는 없고 반을 잘라서 끈을 매달고 사진을 찍는 동안 뒤에서 잡아준다. 아프리카 같은 특이한 부족을 만나 사진을 찍은 것처럼 특색 있는 기념사진이 된다.
사진만 찍고 휙 하고 가버리는 건 인지상정이 아니니 팁을 주거나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데, 이왕이면 기념품을 하나 사기로 한다. 그래도 롱넥 부족이라고 하니 목에 링을 낀 여성을 모티브로 한 목각인형을 사기로 한다. 제일 작은 건 100바트, 중간은 150, 큰 건 200바트이다. 와, 되게 비싸네. 그래도 중간 정도 되어야 예뻐서 빨간색 스커트 색깔을 한 목각 인형 하나를 산다. 그렇게 천막 부스?가 죽 이어져 크게 한 바퀴를 돌면 관광이 끝나는데 좀 이색적인 아이템이 있으면 사주려고 했는데 그냥 시내에서도 볼 수 있는 뻔한 태국 코끼리 파우치라든가 목각 인형도 다 똑같은 걸 판다. 좀 차별화라도 되면 골고루 사줄 텐데 판매 전략이 아쉽다.
내가 치앙마이에 있는 동안 놀러 와서 잠깐 같이 여행을 하던 중인 엄마는 어린 여자애들이 학교 가서 공부하고 배워야지 여기서 목에 링이나 끼고 앉아있다고 심란스럽다고 했다. 그 마음도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근데 여기 입장료도 되게 비싸고 기념품도 되게 비싸게 파는데. 지금 비수기라는데도 사람이 이렇게 많이 오는데? 그리고 잠깐 방문하는 이 많은 관광객들한테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동정심과 도의적인 마케팅이 꽤 효과적이잖아. 사람들이 비싸도 기념품을 하나씩은 꼭 사가고 사진 찍고 팁도 잘 주고. 오히려 시내에서 저임금으로 일하는 사람들보다 더 고상하고 고수익 일자리 같은데? 시원한데 앉아서 예쁘게 화장하고 목에 링끼고 관광객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사진 찍고 물건 팔고. 난 시내에서 만난 그랩 오토바이 기사, 마사지 샵 직원, 머리 땋아준 미용실 직원들 천 원 이천 원도 생활력 있게 버는 게 더 대단한 거 같아. 길에서 뜨거운 불 앞에서 정성스레 로띠를 구워서 팔고 2천원 받는데. 태국 하루 일급이 만 오천 원 정도라는데 저 카렌족 여자들이 돈 훨씬 잘 벌 거 같아." 하고 말했다.
내가 너무 T인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목에 링을 끼고 시내에서 떨어져서 생활을 한다고 불쌍한 걸까? 사실 라오스며 캄보디아에도 도시며 시골에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의료 혜택을 보지 못해 안타까운 어린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그들에 비해 이들은 오히려 생계가 안정적이다. 이곳을 방문하면서 불쌍하게 여기고 동정심을 가져야 한다는 그런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고 뭔가 도와줘야 할 것 같은 왠지 모를 압박감이 있어 나도 이곳에서 만 팔천 원을 썼고, 그럼에도 아깝다는 생각이 안 든 것이 이런 도의적인 마케팅에 서로가 윈윈이다. 관광객은 새로운 체험을 하고 이들은 고수익 직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