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사회적 기업과 디지털 노마드 트립

치앙마이(8)

by 모네

태국관광청에서 방콕-치앙마이-푸켓 노마드 트립을 개발하고 있는데 그중에 치앙마이 파일럿 트립으로 디지털 노마드 10명의 참여자를 선정했다. 무료로 치앙마이 시내에서 차로 1시간 반 정도 떨어진 치앙다오의 숲 속 현지 체험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2주 전쯤에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접하였고, 담당자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주로 서양권 노마드를 타겟으로 한다고 했는데 내가 선발된 것을 보면 어필을 잘했나 보다. 국적도, 나이도, 직업도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다. 아시아인은 나와 필리핀 아줌마 두 명이고, 미국, 캐나다, 독일, 벨라루스, 이스라엘, 멕시코 등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Local alike라는 에코투어리즘을 하는 사회적 기업이 위탁받아서 투어를 운영, 관리하는데 모집부터 운영 내용, 마지막에 피드백 관리까지 모두 스무스했다. 특히 연락 담당자는 8시 이후에도 메시지 답변을 미안할 정도로 잘해주고 친절하다. 연락 담당자와 현지 가이드 모두 영어를 매우 잘하고 밝고 친절했다.


나도 우리 회사의 사회적기업 육성 지원 전략을 수립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했어서 건강하고 사회에 이로운 이런 작은 기업들의 자생력을 강화하는 일에 관심이 많다. 관광 분야 기관은 아니지만 우리도 이런 기업들과 재밌는 협업을 하면 좋을 것 같다. 이왕 참여했으니 프로그램이 잘 다듬어져서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들었고 마지막에 태국관광청에 제출되는 만족도 조사에는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솔직한 피드백을 달라고 해서 건설적인 답변과 제안을 하였다.


와로롯 시장 근처의 한 카페에서 출발한다고 해서 10시 15분까지 오라고 했다. 오토바이를 잡아 타고 10시까지 도착했다. 이미 도착해 있는 사람들도 몇 명 있었다. 참가자 목록에 내 이름과 국적이 쓰여있고 다른 사람들 것도 쓰여있다. 아, 한국인은 없구나. 한 테이블에 동남아인 같은 아줌마가 밝게 웃으며 참가자냐고 물어서 그렇다고 했다. 처음에는 이분이 가이드인 줄 알고 가이드냐고 물으니까 아니라고 자기도 참가자라고 했다. 필리핀에서 온 이 분은 HPV관련 NGO에서 일을 하는 분이었는데 나도 NGO에서 잠깐 일을 해 본 적이 있어서 소외된 사람들을 위한 일을 하는 공통점이 있어 금방 친해졌다.


자식을 키우는 어머니여서 그런지 엄마처럼 계속 밥 먹을 때도 챙겨주고 사진도 열심히 찍어주고 마음을 나누었다. 아들도 장성하여 대학생이고, 아직도 경제적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고 한국 드라마를 보니 한국도 비슷한 문화일 것 같다고 했다. 밴에서도 옆자리에 앉아서 계속 얘기를 나누었는데, 이병헌과 강하늘을 좋아한다면서 어제 wall to wall을 봤다고 했다. 처음에는 발음이 war to war?이라고 들어서 나는 본 적 없다고 하다가 강하늘을 좋아한다길래 84제곱미터 나는 재밌게 봤다고 추천하면서 구글에 검색해서 포스터 사진을 보여주니 자기가 본 게 이거라고 했다. 아 84제곱미터의 영어 제목이 월투월이구나.


제 시간이 되자 출발을 하는데 밴이 두대나 서있다. 그것도 위로 길쭉하고 큰 최고급 밴이었다. 10명이 탈 수 있는 밴인데 5명씩 나눠 타기 널찍하고 시원하게 출발한다. 게다가 기사님 옆자리에 아이스박스에는 시원한 물이 가득 담겨 기사님 옆자리에 앉은 멕시코인 남자가 뒤로 하나씩 전달해 주었다. 멕시코인 남자는 요가 강사라고 올드타운에 있는 호스텔에서 매일 아침 무료 요가 교실을 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우리도 가도 되냐고 물으니 흔쾌히 오라고 했다. 근데 나만 관심 있었던 듯. 생리 전증후군으로 몸이 안 좋아서 아직 가진 못했지만 갠톡으로 요가 일정을 보내줘서 꼭 가봐야겠다. 멕시코인 남자는 엄청 흥이 많고 말이 많았는데, 치앙다오 숲으로 향하는 구불구불한 길에 나는 멀미가 나는데 그는 쉴 새 없이 말을 했다. 맨 앞자리에 앉아서 고개를 꺾어 우리 쪽으로 수시로 질문을 던지고, 나중에는 기사랑도 열심히 수다를 떨면서 간다.


"멕시코인들이 원래 그렇게 에너지가 많은 거야. 니가 유독 그런 거야?" 하고 악의 없이 물었다. 그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는 듯이, "아. 내가 엄청 텐션이 높은 거야. 보통 멕시코인들은 나보다 낮아."라고 말했다. 티비에 나오는 남미 사람들은 흥이 많던데 아마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예전에 유럽에서 기숙사에 살 때 스페인과 이탈리아인 옆, 앞 방은 피하라는 얘기가 공공연했다. 매일 술 마시며 파티를 하고 시끄럽고 열정적이다. 그들은 진짜 미친 사람들이다. 동시에 정도 많고 따뜻해서 한국인하고도 정서가 잘 통한다. 그 멕시코인은 틱톡도 한다며 여행 중에 동영상을 자주 찍었다. 사진금손 한국인답게 나는 그에게 도움이 되라고 동영상과 사진을 찍어서 나중에 보내주니 좋아했다.


특히, 독일인 아줌마는 처음엔 자기 핸드폰으로 찍어달라고 하다가 내 아이폰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보더니 그걸로 좀 찍어서 보내주면 안 되냐고 부탁했다. 내가 몇 장 찍어서 보내주자 사진을 잘 찍는다며 여행 중에 자주 포즈를 취하며 자기를 좀 찍어달라고 했다. 어쩌다 이 아줌마의 개인 사진기사가 되었다. 나는 처음에 이분이 얼굴에 주름도 80세 노인 수준으로 많고 몸의 피부도 노화가 심하게 들어서 적어도 60대로 봤는데 충격적인 게 아이들이 5살, 8살이다. 아니 진짜 많아야 50대 초반일텐데 어떻게 이렇게 노화가 심하지. 되게 건강하게 마르고 채식만 하고 20-30대부터 하루에 5시간씩 운동하고 우리랑 같이 하이킹을 해도 혼자서만 땀을 안 흘리고 멀쩡한 체력인데 겉으로 보이는 노화는 심해서 매치가 안된다. "피부가 우리와 다른가요? 굉장히 신비로운 분이군요." 하고 물으며 나와 멕시코인 남자는 얼굴에 흐르는 땀을 닦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치앙다오의 한 숲 속 커뮤니티에 도착했다. 주변에 둘러볼 곳은 없고 그냥 자연 속에 있는 오두막 같은 숙소이다. 에어컨이 없이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곳인데 도착해서 현지식사를 대접받았다. 식사를 준비해 주는 현지인 분들은 미소 띤 얼굴로 우리의 필요에 기민하게 반응하였다. 조금만 두리번거려도 "뭐를 더 줄까요?" 하면서. 밥을 먹고 우리는 주변의 정글 같은 숲을 트래킹 했고, 우롱찻잎을 따서 불에 덖고 짓이기고 우롱차를 만드는 과정을 체험하였다. 도시 소녀로 자란 나는 정글 트래킹을 하면서 종아리가 잠기는 흙탕물을 건너고 발에 조그만 자갈들이 가득 들어 꿉꿉한 채로 걷는 게 싫었다. 매사에 으악, 하면서 뒤따라오는 내가 안타까웠는지 필리핀 아줌마는 긴 나무 막대기 하나를 주워 나에게 건넸다. 막대기로 풀을 헤치면서 걸으면 낫다고 했다. 안 그래도 좁은 길을 걸으니 잎들이 다리를 쳐서 따가웠다. 사려 깊은 아줌마!


미국 사람을 진짜 오랜만에 만나는데 한 미국인은 <프란시스 하> 같은 데 나오는 미국 20대 여자의 억양을 가졌다. 역시 대부분의 사람들이 트래킹에 지쳐 별 말 없고 쉬고 있을 때도 굉장히 수다스러워서 진짜 미드를 틀어 놓은 것 같았다.



그렇게 축축이 젖은 운동화를 다시 신고 시골길 논뷰를 보면서 치앙마이로 돌아오는 길에 조금씩 비가 오기 시작했다. "와. 우리는 진짜 운이 좋아. 투어가 다 끝나니까 비가 오네, " 하고 맨 앞에 앉은 멕시코인이 말했다. 올 때 같이 차를 탔던 캐나다인 여자, 벨라루스 아저씨도 그대로 탔다. 벨라루스 아저씨는 나에게 일본인하고 한국인하고 성격이 어떤 차이가 있냐고 물었다. 굉장히 좋은 질문이면서도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었다. 내가 필리핀 아줌마에게 한국 남자들이 k-drama에서처럼 다정하고 로맨틱하지만은 않아요, 하고 수다를 떨고 있으니 앞자리에 탄 아저씨가 질문을 한 것이었다. "음, 일본 사람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고 예의를 지키려고 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그래도 꽤 솔직한 편이에요."라고 말했는데 답변이 시원하지는 않게 들렸나 보다. 그 아저씨는 나에게 자주 말을 걸고 가져온 전문적인 카메라로 유독 내 사진을 많이 찍어 보내주었다.


나이와 성별, 국적이 다양하고 각자가 다 혼자 온 사람들이니 외롭지 않았다. 각자가 조금씩 다 어색함을 느끼고 있었다. 이 중에서도 I가 있고 E가 있는데 대체로 I들이 많았다. 낯선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기 빨려서 I가 되는 나도 생리 전 증후군으로 컨디션이 안 좋아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시간을 자주 가졌다. 성비 균형이 맞으면 분위기가 더 좋았을 것 같다.


6시 반쯤 되어 차는 원래 그 카페로 데려다주었고, 우리는 각자가 오토바이나 차를 불러서 쿨하게 헤어졌다. 아까 차에서는 비가 제법 오더니 집에 갈 때가 되니 거의 그쳤다. 나도 그랩을 불렀다. 서쪽 방면을 바라볼 때산에 안개가 낄 때의 뷰를 좋아하는데 마침 해가 질 시간에 안개가 자욱하니 오늘따라 더 멋있다. 일상을 떠나 여러 나라 사람들과 대화하고 공감하고 자연을 즐기니 맑고 건강한 에너지와 영감을 얻은 것 같다. 빨리 몸도 제 기운을 차려 날쌔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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