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여기 뭔데 구글에서 일하는 기분 나는고야

치앙마이(18)

by 모네


치앙마이에는 코워킹스페이스가 많다. 코워킹스페이스 외에도 노트북을 가지고 가서 일하기 좋은 카페도 많다. 넓은 테이블, 조용한 분위기, 충전기를 꽂기 좋은 환경, 그리고 그대로 놓고 화장실을 가도 괜찮은 안전한 분위기. 카페보다 약간은 비싸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를 가는 건 더 오래 있기에 편하고 중간에 집에 다녀오거나 밥을 먹으러 갔다 오기 좋아서이다.


내가 스무 번 정도 갔던 라이프 스페이스(Life space)라는 곳은 학생 할인으로 5시간에 99바트, 종일 이용은 150바트였는데, 현지 학생도 아니고 국제학생증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한국 학생증으로도 할인을 해주었다. 그것도 학번을 보고 재학 중인 것을 자세히 보는 것도 아니고 내가 학생인데 학생할인이 되냐, 하는 나의 말을 믿어주었다. 처음에 학생으로 회원 등록을 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핸드폰 번호만 입력하면 자동으로 학생 가격을 내면 되어 너무 좋았다. 특히, 회원은 10번 이용하면 한 번은 5시간 무료를 제공해 주었다.



한국에 있는 남사친과 너무 닮은 태국인 남자 직원이 있었는데 키도 크고 얼굴도 되게 작고 잘생긴 냉미남으로서 쉬크한 목소리와 분위기를 가졌다. 목소리도 낮고 필요한 말만 하는데 내가 몇 번 가니까 알아보고 음료를 주문할 때 먼저, “less sweet and less ice?” 하고 물어봐 주는 따뜻함을 가졌다. 한국 남사친에게 연락한 지 3년이 넘었는데 대뜸 나 태국인데 여기 너 닮은 태국 사람 있어, 하고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튼 이 남자 직원은 쉬크한데 가끔 how are you? 하고 예기치 않게 묻거나 너 내 한국친구 닮았어, 하면 당황스럽지만 함박웃음을 짓던 것이 기억이 난다. 그래도 자주 가면서 보고 서로의 존재를 인지하고 따뜻하던 기억에 떠나기 전에 인사를 못하고 온 게 아쉽다. 내가 조금만 더 어리고 태국에 장기 거주했더라면 남녀사이의 인연이 됐을 수도 있었겠다 싶다.


치앙마이에서 알게 된 친구의 친구인 미국 남자는 할 일이 있을 때 Yellow라는 코워킹 스페이스에 간다고 했는데, Yellow라는 곳은 더 넓고 시설이 좋은 곳이겠지만 라이프 스페이스보다 2-3배 이상 비싸서 한 번도 안 갔다. 내가 수익을 창출하는 디지털 노마드라면 나를 위한 투자로 안락한 곳에 갔겠지만 라이프 스페이스는 충분히 좋은 곳이다. 사람이 적당히 많고 혼자 쾌적하게 넓은 테이블을 쓸 수 있고, 특히 2층 침대에 누워서 휴식 겸 편하게 기대어 공부할 수 있다. 층고가 높고 뻥 뚫린 게 좋고 머리색이 제각각인 각국의 노마드들과 함께 하니 구글 같은 다국적 회사에서 일하는 기분이 든다. 아침, 낮시간에는 주로 서양인이 많고 늦은 저녁 시간에는 시험기간인지 공부하는 태국인 학생들이 많았다.


음료 한잔은 무료인데, 다른 카페와 같이 다양한 종류가 있다. 카페인과 속 쓰림 때문에 커피를 거의 안 마시는 나는 주로 라임허니, 라즈베리, 리치 스파클링 등 스파클링 음료를 마셨다. 그렇게 도착해서 음료를 주문하고, 입장 큐알과 함께 인쇄된 종이에서 와이파이 코드를 아이패드와 노트북에 입력한다. 그리고 직원에게 멀티탭을 달라도 해서 연결한다.



리딩룸은 따로 있지만 어느 정도의 소음이 있는 환경을 좋아해서 가지 않았다. 개방된 공간에서는 어느 정도 소리를 내면서 일을 한다. 2층 침대의 한 공간에서 일본 남자가 하잇! 하며 영상 회의를 하는데 무릎까지 꿇고 일해서 사무라이 같다. 뒷자리에서는 영미권 사람은 아니지만 영어로 업무를 하는 남자가 영어로 온라인 회의 중인 것 같다. 러시아어도 들리고 영어, 일본어가 들린다. 가끔 한국인도 있었다. 한국인 외모 같기도 하고 멀리서 화면이 보였는데 한국어 페이지가 보였다. 그리고 화장실 갈 때 테이블에서 한국어로 된 편입 영어 책이 보여서 아, 대학생들이 방학 때 와서 공부하기도 좋겠다 싶었다.


엄청난 집중이 필요한 때가 아니면 매일 여러 카페들을 가서 논문을 읽었는데 예쁘고 분위기가 좋은 곳이 많아 매일매일 리프레쉬가 되었다. 논문 읽다가 잠깐 둘러보면 현지인들이나 여행자들이 보이니 색다른 풍경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진다. 공부하기 좋았던 예쁜 치앙마이 카페도 언제 소개해 드리겠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