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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에 고백하는 ENTJ 남자와

by 모네

치앙마이 마지막 밤에 나이트 바자에서 간단하게 축구 유니폼 같은 티셔츠 쇼핑을 하고 한 열 시쯤 친구와 만났다. 지난 글에 등장했던 소울메이트 여자 친구다. 마지막 날이니 보고 싶다고 해서 별다른 걸 하지는 않고 자주 가는 라이브 바 밖에 있는 벤치에 앉아 얘기를 나눴다.


우리 벤치에는 오며 가며 다른 사람들도 잠깐 앉았다 가기도 했는데 대학생 정도로 엄청 어려 보이는 미국인 남자와 이집트 남자는 무슨 조합인지 같이 다녔다. 약에 취했는지 술에 취했는지 둘은 되게 흥분 상태로 혀도 꼬여 있었다. 시답지 않은 취한 어린애들하고 대화를 나누고 싶지 않아 친구가 상대하게 두고 멍하니 있거나 핸드폰을 하는 척했다. 언제까지 있다 가는지 첫 만남에 가볍게 나누는 대화 속에서 미국인 남자는 편도로 왔다고 했고 친구는 입국 비자에서 돌아가는 편의 정보를 써야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미국인 여권이면 다 되는 거 모르냐는 강대국 뽕에 취하며 농담 같은 진담을 했다. 아가야 한국 여권 파워 모르면 나가라.


우리가 시답지 않아 하고 우리끼리 대화하기 시작하니 눈치를 채고 사라져 주겠다면서 떠난 그들 자리엔 친구의 또 다른 미국 친구가 왔다. 온다고 하는 건 못 들었는데 만나기로 했었다나 뭐라나 뭐 상관은 없었다. 미국 남자였는데 첫인상은 그냥 평범했다. 나에게 그렇게 관심 가득한 눈빛도 아니었고 특별히 말을 걸려고 애쓰진 않았다. 오자마자 앉았는데 키도 작아 보였다. 웃긴 게 다음날 만났을 때 못 알아봤다. 딴사람 같았다. 키가 188인데 다리가 너무 길어서 앉은키가 나보다 작은 거였다. 나보다 18센치가 큰데 어떻게 앉은키가 내가 더 크지. 아무튼, 눈빛을 통해 볼 때는 나에게 관심 있어 보이지 않은데 대화 중에 번호를 물어봐서 음 무슨 의미지, 하다가 그냥 캐주얼하게 생각하고 알려줬다.


내가 다음날 떠난다고 하니 이제 만났는데 어떻게 벌써 떠나냐며 아쉬워하긴 했는데 그냥 뭐 의례상 햐는 말같기도 하고, 내일 뭐 하냐고 해서 오전에는 체크아웃하고 짐을 쇼핑몰 락커에 맡기고 그 뒤에는 별 계획이 없다고 하니 뭐 하러 그러냐고 짐을 자기 집에 두어도 된다고 해주었다. 그냥 친구의 친구고 돈 드는 일도 아니니 베푸는 친절 정도로 생각했고 남자 여자 사이의 케미는 그닥 못 느꼈다(나중에 물으니 자기가 꽂힌걸 들키고 싶지 않아 무덤덤한 척 했는데 내가 이렇게 느낀 걸 알면 괜히 그랬다 싶었다고 말했다).



친구도 원하면 짐을 자기 집에 맡아주겠다고 했는데 그래도 쇼핑몰이 공항에서도 가깝고 편할 것 같아 아침에 택시를 타고 가서 후딱 맡겼다. 15킬로까지 무료로 부칠 수 있어서 쇼핑몰 저울로 재보니 17킬로가 나왔다. 이 정도는 봐주겠지? 봐주면 좋겠다, 하고 일단 락커에 짐을 넣었다. 200바트에 배낭에 모든 짐을 한 락커에 넣을 수 있어서 좋다. 그러고 마지막으로 캐슈넛 치킨으로 아점을 먹고 있는데 미국 남자에게 뭐 하냐고 연락이 왔다. 응 짐 락커에 넣고 밥 먹고 있어, 하고 답장을 했더니 진짜로 자기 집에 둬도 되는데, 하면서 이제 뭐 할 거냐고 물었다. 바나나 케이크를 너무 먹고 싶다고 하니까 자기 집 근처에 맛있는 곳 있다고 친구랑 같이 셋이 만나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잠을 못 자서 에너지가 없고 살짝 귀찮기도 했는데 밤비행기라 시간 때울 일도 없고 너무 만나고 싶어 하는 게 느껴져서 그럼 그러자고 했다.


친구는 조금 늦게 오기로 해서 약속 장소에서 그 남자를 먼저 만나는데 룰루랄라 신이 잔뜩 나있다. 그는 그날 하루 종일 너무 들뜨고 신나 있었다. 오늘은 좋아하는 티를 많이 냈다. “헤이 아가씨들. 남편감 여기 있잖아! 혹시나 결혼하고 싶다면 여기 나도 훌륭한 남편이 있어요!” 하고 신이 나서 자기를 어필한다. 친구가 남편감 만나러 이탈리아 가고 싶다고 하길래 내가 친구한테 북유럽 남자들이 다들 너무 멋있고 헐리웃 스타처럼 생겼다, 나는 스웨덴 남자의 영어를 좋아한다, 미국 사람보다 더 알아듣기 쉽게 잘한다고 하니까 자극받더니 갑자기 아나운서처럼 발음하기 시작해서 유머스럽고 귀엽게 느껴졌다.


나랑 친구랑 태국 남자에 대해 얘기하던걸 듣고 나랑 무슨 사인지, 그 남자는 어디가 좋은지 등 수시로 물었다. 친구는 필라테스 예약한 걸 가고 우리 둘이 남았다.

“아니 니가 무슨 상관인데 태국 남자에 대해 계속 묻는 거야? 지금 한 다섯 번째 물어보는 거 같은데.” 하고 내가 말하니,

“아니.. 니네가 태국 남자 태국 남자라고만 하고 이름을 말 안 했잖아..” 하는 말에 내가 별 반응이 없자, “아니 그냥 니 이상형이 궁금해서. 니 이상형이 되려면 어떤 남자여야 하나해서” 하고 물었다. “음 외모가 귀여우면 좋아하는 거 같은데? 태국 남자는 뭐.. 그냥 동정심이 컸던 것 같아. 나이차이도 많이 나고.” 하고 말했다.

“나이차이는 위로야 아래로야?”

“아래로 한 열살.”

그는 당황해 하면서도 견제하며 그 윌리엄 아하핫, 짤같이 소리내서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면서 뭐 어린 남자는 쓸모 없다, 돈도 없다, 연상이 안정적이고 좋지, 하고 연하남을 깎아내렸다.

“왜~ 이왕이면 어리고 잘생기면 좋은 거 아니야? 건강하고 에너지 넘치고 좋던데 나는. 난 돈 그닥 안필요해. 나도 먹고 살 정도는 벌 수 있어. 근데 그런 것과 별개로

한국에 돌아가면 그와 이제 다시 보기 어렵겠지. 현실적으로. 내가 다 포기하고 여기와서 돈벌고 살기엔 너무 아까우니까. 뭐, 사랑한다면 가능도 할텐데 그 남자가 멋있긴 하지만 사랑하진 않아. “

그랬더니 내가 태국 남자와 사귀는 진지한 사이는 아닌 것을 알고 기뻐하면서 적극적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너 너무 아름다워. 나 사실 첫눈에 반했고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어제 너 진짜 보내기 싫었어. 나는 꽤 신실하고 착한 사람이야. 나도 남편감 후보로 진지하게 고려해 줘.“ 하고 그가 말했다.

“그런줄 알았어. 아까 너무 가기 싫어했잖아. 그리고 너무 귀여워 죽겠다는 가기 싫다는 아쉬운 표정을 읽었어.” 하고 내가 말했다. 친구가 점심을 못먹어서 식당에서 밥을 먹고 합류한다길래 나는 이미 먹어서 배부르고 그도 점심을 안먹었다길래 혼자 좀 쉬고 싶다고 둘이 먹고 오라고 했었다. 그래서 둘이 가기로 해놓고 00이 계속 기다리는데 가야지, 밥 먹고 와! 하는 내 말에 자꾸 화제 전환을 하며 계속 내 옆에 꼭 붙어 앉아 있었다. 더는 안되겠어서 얼른 밥 먹고 오라고 떠미는데 가기 싫은 눈빛과 발걸음으로 “oh, you are so cute” 하고 말했다. ”응 알아“ 라고 떠밀며 제발 가라고 말하니, 예상치 못한 나의 반응에 귀여워하며 빵 터져서는 문 앞에서 다시 돌아오려 하길래 또 떠밀었다.


“한국에는 내일 가면 안 돼? 내가 비행기표 사줄게. 지금 당장 표 다시 사자. 락커에 짐 찾으러 가는 택시도 내가 불러줄게. 응? “ 하면서 숨어 있던 눈빛을 뿜어냈다. 당황스럽고 부담스럽지만 나를 볼 수 있는 마지막 날이니 시간을 더 같이 보내며 관대하게 대하기로 했다.

“음 좋게 봐줘서 고맙고 흔쾌히 비행기값도 나를 위해 쓰고 싶다고 해서 고맙긴 한데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야. 나는 오늘 집에 가기로 결정했고 마음먹었던 거기 때문에 한국에 돌아가고 싶어. “라고 말했다. 음 나는 얼굴을 많이 보는 편이어서 그런지 얼굴이 그리 끌리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더 단호했나. 그는 세 번 정도 더 조르다가 내가 단호하니까 포기하고 그럼 조금이라도 더 있다가 가라고 안보내줬다. 난 공항에 여유 있게 가는 사람인데 그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너무 여유 없게 쇼핑몰에 도착하고 밥도 못 먹었다.


“그럼 나 너 보러 한국 가도 돼?” 하고 그가 물었다. 음 그냥 의례상 하는 대답을 했다. “응 뭐. 놀러 와! 내년? 쯤에는 회사 다니니까 한국에 있을 거야.” 하고 말했더니 당장 다음 달에 오겠다고 했다. 음 좀 부담스러운데.. 적당히 잘 말리고 겨우 공항에 왔다. 헤어질 때 사진을 찍고 싶다며 셀카를 찍자고 했다. 사진 속 그는 싱글벙글이다.


-공항에 잘 도착하면 연락 줘.

-야 너 땜에 나 엄청 시간에 쫓겨서 땀나구 이게 뭐야아

-미안해

-사과는 잘하네. 그래도 입국 수속이 줄이 나밖에 없어서 엄청 빨리 도착했어. 의외로 한 시간이나 남았다. 핫도그 먹으려구. 나 이제 괜찮아.

-다행이야! 한국 잘 가고 또 연락해!




그 이후에 지금까지 연락하는 사이가 되었다. 음 얼굴에서 설렘을 못 느끼는 것 빼고는 진짜 다 괜찮은데 나는 얼굴이 중요한 건지 엄청나게 끌리고 운명 같고 한 감정이 안 든다. 나를 좋아하니까 열린 마음으로 대화를 해보자고 생각이 들었는데 조금 귀찮기도 했다. 키도 크고 미국 국적이고 상반신만 봤을 땐 어깨랑 팔 근육이 울룩불룩 하고 자기는 아이큐가 160이고 프린스턴에서 MBA를 했고 뉴욕에 집도 있다고 했다. 외향적이고 자신감이 큰 게 보기 좋았다. 뭐 학부도 아니고 프린스턴 석사는 돈만 내면 하는 거 아니야? 하고 생각했지만 학부를 묻지는 않았다. 이상형이 똑똑하고 재테크를 잘하는(내가 아예 못해서..) 능력 있는 남자였는데 충족을 했다. 사과 잘하는 남자를 좋아하는데 그도 그랬다. 나는 말이라도 미안하다고 해 주면 잘 풀린다. 말수 적은 사람을 안 좋아하고 외향적이고 활달한 사람을 좋아해서 mbti에서는 E와 T가 포기할 수 없는 영역이었는데 그는 표현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물어보니 ENTJ여서 좋은 마음과 아쉬운 마음이 공존했다.


-흠 ENTJ 상사들이랑 잘 맞고 호흡은 좋았는데 호불호가 강해서 이성으로서는 아니다 싶으면 홱하구 나를 버리고 가버릴 것 같아서 걱정돼. 난 ENTJ들이 약간 무서워. ENTJ 남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첫 만남에 고백하고 나와의 결혼을 꿈꾸지 신기해. 난 상대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마음을 말하라고 강요하는게 부담스러워.너네는 어떻게 그렇게 결혼하고 싶다는 말을 잘해? 미래에 대한 상상을 잘하고 계획적이라 그론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난 안 그래. 안 그럴 거야. 나는 쉽게 마음이 변해서 떠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처음부터 계속 나 좋아? 나 처음 봤을 때 어땠어? 한국가도 돼? 하고 계속 폭격하잖아. 나는 두 달 살이를 마치고 한국에 와서 기분이 싱숭생숭한데 내 감정엔 관심이 없고 너는 계속 너에 대한 마음에 대한 답만 계속 듣기를 원해. 나는 너에 대해 아는 것도 없는데 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계속 물으면 나는 너에게 상처 주는 답변만 하게 될 텐데 대체 왜 그래? 나는 나의 하루가 어떤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해해 주는 남자가 좋아.

-응 미안해. 알겠어! 한국에 가는 건 천천히 얘기하자. 그리고 나에 대해 궁금한 거 언제든지 물어봐줘.


학습된 ENTJ 미국남자는 그 뒤로 매일 아침에 아침 인사를 보내고 중간중간 어떤 하루를 보내고 있는지 물어봐 주었다. 그런데 자기가 보내놓고 확인이나 답장은 늦어서 실시간 대화를 좋아하는 나는 나도 성의껏 대답할 의지가 사라졌다. 자기가 먼저 언제 통화하자면서 2일 3일 정도 연락이 늦는 게 마음이 식었나, 다른 여자를 만나나, 그냥 가벼운 관계를 지향했나, 하고 생각이 들게 했다. 뭐 아무리 바빠도 하루 중에 화장실도 가고 잠깐 연락하는 시간이 없지 않을 텐데. 근데 알고 보니 그냥 이런 연락을 자주 하는 게 습관이지 않은 남자이고 바쁜 남자다. 너무 목표에 전념하는 사람.



-오 연락 닿기 어려운 바쁜 남자네! 흠 나는 자기 삶이 너무 바쁜 남자는 별로 안 좋아해.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건지 다른 사람이랑 노는지 답도 늦고. 나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수시로 안부를 물어봐주고 장문의 보이스챗도 녹음해서 보내주던데. 나는 그냥 그게 익숙해서 그게 관심의 표현으로 생각하나 봐.

- 난 너에게 관심이 아주 많아. 니가 좋다고 계속 계속 말하는 데 왜 안 믿어줘. 난 너랑 놀고 싶지 다른 여자랑 만나거나 하지 않아. 그냥 좀 ~~~~ 때문에 바빴어. 크게 성공하려면 엄청나게 몰입해야해. 신경 못 써서 미안. 나도 너에게 최우선순위를 두고 연락한다고 한 건데 이것도 너에게 부족하다면 난 너에게 최고의 남자는 아닐 수 있을 것 같애. 그냥 친구사이라도 난 너랑 계속 연락할 거고 한국에도 꼭 놀러 가고 싶어.

라고 말했다. 설명을 들으니까 오해가 풀렸지만 친구란 단어를 쓴단 말이지? 하고 자극이 되었다.

-응 바쁜데 최선을 다한거구나. 그래. 나한테 안부를 물어주는 일에 의무감을 갖지 않아도 돼. 그냥 니가 시간 날 때 연락해. 그리구 나중에 한국에 놀러 와. 친구로서 만나자. 나 이제 학교! 안녕


하면서 거울로 찍은 ootd 사진을 보내주었다. 그랬더니 엄청 흥분해 가지고는 하트를 보내고 너무 예쁘다 안고 싶다 하고 계속 보낸다.


-친구끼리는 하트를 하지 않아

-너무 보고 싶은데 어떡해. 너 떠난 뒤에 하루도 생각 안 한 날이 없어.

-나라면 보고 싶은 마음 들 때마다 하트 하나라도 보내겠다. 어려운 것도 아닌데

-그럼 너무 자주 계속 알림이 떠서 니가 힘들 거 같아. 흠 너무 보고 싶어 예쁘다!

-그냥 자고 싶어서 그런 거겠지

-그만!!!! 그래서만 그런 거 아니거든! 너는 너무 아름답고 멋져.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아름답고 우아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도 비슷하고 여행도 잘하는 사람이고 우리 둘 다 똑똑해. 둘 다 그런 사람 만나기 쉽지 않아.

-그냥 난 놀리는 거야.

-알아. 너는 가끔 잔인하지만 나를 그렇게 대해주는 니가 좋아.

-너는 나에게 늘 따뜻한데 내가 너무 잔인한가?


그러고서 저녁에 이동 중에 자기 모습을 동영상을 찍었던 걸 보내주었다. 카메라에 대고 말하는 게 약간 어색해 보였다. 연락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여서 기뻐하며 칭찬해 주었다.



그는 1일 1 고백처럼 니가 필요로 하고 원하는 남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해주고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고 말한다. 나에게 baby, babe, sweetheart를 쓰기 시작했지만 못 들은 척한다. 나는 기분 좋을 때 가끔 친구사이에도 할 농담이 반영된 중립적인 애칭을 불러주는데 그래도 너무 좋아한다. 보고 싶다고 말하지는 않고 쌉T인간처럼. 왜냐면 아직 아무 사이 아닌데 책임질 수 없는 말을 하고 싶지가 않고 딱히 그립거나 하진 않아서다.


-잘됐네. 누군가를 그리워한다는 건 영감이 되고 감성적이게 만들어

하고 말한다. 그럼 그는 약간 토라지는데 친구로라도 연락할게, 하고 말한다.

-나는 그냥 친구는 못할 것 같은데

-오 그럼 친구 말고 하자!

하고 말한다.



-나는 가끔은 만나기도 하고 자주 일상을 나누는 사람이 필요해. 그리고 장기적으로 미래를 꿈꿀 수 있는 사람. 우리는 언어장벽도 있구. 너무 멀어.

-너는 영어를 정말 잘해! 그리고 우리 그렇게 안 멀어. 비행기 타고 당장 내일 갈 수 있잖아. 내가 이번 주나 다음 주말에 짧게라도 갈까? 우린 멀리 보는 관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

-내 삶은 여기에 있고 니 삶은 거기에 있는데?

-나 여기서 삶 아직 제대로 시작도 안 했고 어디서든 재택 할 수 있어. 우리 언제 통화를 하자. 만나서 계속 끊임없이 대화한 것처럼 우리 그런 시간이 필요해. 나 한국어도 배우고 있어. 아니면 내가 이번 주는 바쁜데 비행기표를 사 줄 테니 여기 잠깐 오면 안 돼?

-음 나도 치앙마이 가면 좋겠지만 지난달에 너무 나태하게 보내서 이제 논문에 집중해야 해.


이러는 것 보면 진지하고 장기적인 미래도 그리는 사람 같고 성격도 괜찮아서 두고 보는 중인데 짧게 만났고 언어 장벽도 있어서인지 나의 머릿속에 미래는 잘 안 그려진다. 그래도 나를 너무 좋아해 주고 계속 밀어내도 그대로인 모습과 지적사항?을 수정하며 노력하는 모습이 좋게 보이는 걸 보면 여자는 열 번 찍으면 넘어가긴 하는 것 같기도. 흠 너무 나이에 쫓기듯 결혼하는 사람도 많고 그들의 삶이 행복해 보이지가 않아서 괜히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과 압박감에 결혼하게 될까봐 만남에 신중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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