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일에 속상해하지 말고 살아있음에 감사하세요

모로코(1) 마라케시

by 모네
시내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아틀라스 산맥 뷰⭐️

아틀라스 산맥 트레킹을 하고 제마 엘프나 광장으로 돌아왔다. 역시나 떠들썩하다. 호텔 방에 들어와 손을 씻고 핸드폰을 약간 충전하여 재정비한 뒤 슬슬 산책을 나왔다. 저녁이라 쌀쌀해지니 옷을 바꿔 입을까, 하다가 어제 사서 입은 이 니트가 충분히 따뜻해서 괜찮을 거라 생각한다. 파스텔톤 색색깔의 니트인데 색깔 조합과 에스닉한 게 마음에 든다. 동묘 같이 옷을 저렴하게 널어놓고 파는 그런 한 귀퉁이 옷가게에서 히잡을 쓰고 펑퍼짐한 무슬림 복장을 입은 아줌마들 사이를 헤집고 건져서 산 옷이다. 새해 전날 마라케시에 왔을 때 1박 하던 숙소 골목으로 들어서서 Tinsmiths Square라고 하는 곳까지 걸어서 내려가보려 한다. 도보로는 10-15분 정도 구경하면서 가다 보면 어느새 도착이다. 구글 지도에 연한 개나리색으로 표시된 이 골목은 기념품 상점, 가죽 신발과 가방, 1-2유로짜리 작은 소스 그릇 같은 게 입구에 쌓여있는 그릇 가게가 죽 늘어서 있고, 광장 한복판보다 좀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파는 작은 골목 식당들이 있다.


틴스미스 스퀘어에 도착하니 아이러브 마라케시,라고 되어있는 주요 도시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물이 있어서 쏟아지는 햇빛을 받으며 여행자 몇 명이 사진을 찍고 있고, 사각형의 커다란 광장을 끼고 약간은 값이 나가는 서양식 브런치 카페들이 있다. 여기서 간단하게 저녁을 먹을까, 하고 입구에서 메뉴를 들여다보는데 가격대가 좀 나가서 포기하고 돌아서는데 입구에서 모객을 하려는 직원들이 들어와 보시라고 한다. 아, 괜찮아요 웃으며 후다닥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모로코는 아직도 남자들이 바깥일을 하고 여자들은 집안일을 해서 관광지에서 만나는 상점, 호텔, 식당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남자다. 이곳 근처에 유대인 지구가 있길래 한번 가볼까, 하고 골목에 들어섰는데, 비슷비슷한 향신료와 향료를 파는 상점이 죽 이어져 있다. 물을 바르면 빨갛게 변하는 모로코식 천연 연지곤지립스틱과 암석 같은 건데 천연 향이 나는 고체 향수? 같은 것도 팔고 신기한 것들을 판다. 한걸음마다 아저씨들이 계속 말 걸며 자기 상점에 들어와서 보라고 해서 후다닥 걸으면서 빠져나왔다.


유럽에서 갔던 그런 유대인 지구랑 다른가보다, 하고 적당히 갔다가 돌아가는데 한 젊은 아저씨가 너무 밝은 표정으로 한번 체험만 해라 안 사도 된다, 걱정 마라 그냥 반가워서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서 자기 상점으로 안내했다. 친절하게 여러 가지 신기한 걸 설명해 주고 보여줘서 살게 있다면 뭐라도 사주겠지만 향이 너무 좋은데 나는 스프레이로 뿌리는 향수를 찾고 있어서 그만 나가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르간 오일을 테스트해보라면서 자기가 직접 발라주겠다고 내 긴 머리를 나보고 스스로 잠깐 잡고 있어 보라고 하더니 목 뒤를 계속 마사지해주는 것이다. 처음엔 호의로 생각했지만 비슷비슷한 아르간 오일을 세 가지를 계속 테스트해보라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자기가 또 바르더니 목 뒤를 마사지하면서 느끼고 있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후다닥 머리를 내려서 아니 됐다, 살 생각이 없다 체험시켜 줘서 고맙다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굳이 악수를 청하며 손을 만지려는 게 느껴졌다. 무슬림 여자들은 남자들이 조금만 터치해도 조심하던데 무슬림 여자가 아닌 관광객에게는 쉽게 터치하고 그런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아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게 악수하고 헤어질 거였는데도, “아니요. 당신은 무슬림이잖아요. 이렇게 여성을 함부로 터치하고 하지 않는 게 좋아요.”라고 거절하고 나오려는데, 왜 자기가 마음에 들지 않냐 나는 네가 좋다, 하면서 음흉한 표정을 짓고 돌아서는 나의 뒤통수에 대고서도 미련 가득하게 계속 소리쳤다.


휴 모로코 상점 상인들, 남성들 대부분 엄청 친절하고 착하고 호의적이고 강매하지 않고 사지 않고 나가도 아쉽거나 싫은 내색 없어서 좋은데 아주 가끔 100명 중 한 명 정도 이상한 사람은 어느 나라에 가도 있으니.. 괜찮다. 남성인 외국 친구와 안부를 주고받으며 오늘 있었던 일을 말했더니 조심하라고 무슬림 남성들 너무 결핍되어 있어서 외국인 여행자들을 보면 사심과 욕구를 채우려고 할 수 있어서 위험할 수 있다, 고 당부했다. 나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가 과잉 반응하는 것도 있고 조심해서 나쁠 건 없는데 너무 경계하면서 벽치고 다니는 것도 그 나라 사람에 대한 존중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적당히 관심을 즐기면서 다녔다.


그렇게 유대인 지구를 빠져나와 다시 틴스미스 스퀘어라고 구글 지도가 그렇게 말하는 곳으로 돌아왔다. 근처 어느 골목엔 금은방 골목이 있어서 발목을 덮는 무슬림 복장을 한 부유한 아줌마들이 어슬렁거리면서 다니고 있다. 금을 살건 아니어서 휘황찬란해 보여서 들어왔다가 나가는 골목길로 금방 빠져나왔고, 전에 안 가봤던 방향으로 가니 허름한 골목으로 들어섰다. 와, 여기는 엽서를 4디르함에 파네, 5디르함도 싸다고 첫날 입구에서 여러 장 샀는데. 내가 다른 도시에서 10디르함 주고 산 빨간색 모로코 국기 별이 그려진 동전지갑은 5디르함에 판다. 와 기념품 가게들은 자잘한 금액이어도 엄청 싸게 떼다 많이 붙여서 파니 많이 팔면 이익이 나긴 나겠다. 내가 산 걸 더 싸게 파는 걸 보면 5초 정도 아쉽긴 하지만 그동안 가지고 다닌 것도 있고 살 때의 즐거움과 낭만이 있었으니 됐다, 하고 다시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그렇게 걷다가 히잡을 쓰지 않은 젊은 여자들이 섞여서 앉아 있는 길거리 식당에 들어와 샌드위치에 사이다를 시켰다. 생과일주스를 시키고 싶었는데 없었다. 샌드위치를 시켰는데 감자튀김도 같이 주었고, 35디르함에 음료까지 다 포함이었다. 한국돈으로 6천 원 정도로 싸진 않지만, 관광지라 물가가 비싸서 보통 다른 좀 괜찮은 식당들은 적어도 2배 가격을 줘야 한다. 아시아 음식이 그리워서 태국 식당에서 새우 커리를 먹었는데 외국 음식도 만 칠천 원 정도로 한국과 비슷했다. 다행히 샌드위치고 외국 음식이고 음식은 맛이 좋다.



샌드위치를 든든하게 먹고 정처 없이 한번 걸어보는데 멀리 버스 타고 지나가면서 봤던 야자수 가득한 정원이 보였다. 해가 은은하게 지기 시작하여 하늘이 연한 주황색으로 밑에서부터 올라오려고 하는 무렵이다. 저기 한번 가볼까, 하고 그쪽 방향으로 걸어가는 길은 외국인은 거의 없고 하루를 마감하거나 집에 가는 듯한 바쁜 모습들의 현지인들이 많았다. 공원에는 벤치가 곳곳에 있고, 잘 구획되고 깨끗하다. 키가 커서 목을 위로 한참 빼고 보아야 하는 야자수들이 빼곡하고 중간중간 오렌지 나무들이 있다. 모로코에는 어떤 도시건 길가에 오렌지 나무가 많아서 귀엽다. 오렌지 나무는 주먹 크기의 탐스럽고 땡땡한 주황색 오렌지들이 가득 매달려 있어서 버스를 타고 지나가도 그 생명력 있는 아우라가 쨍-하고 빛난다. 지나갈 때마다 저걸 따먹어도 되는 걸까, 하고 생각한다. 하나쯤 따먹어도 괜찮지 않을까, 맛은 어떨까 궁금하다. 10-20 디르함으로 가격이 다양한데 어디서나 신선하게 짜주는 오렌지 주스는 너무 싱그럽고 새콤달콤하다. 오렌지 3-4개를 바로 잘라서 짜준다. 모로코에 있는 동안 매일 오렌지, 아보카도, 망고, 바나나, 석류 주스를 기분이 내키는 대로 사 먹었다. 감기에 걸렸을 때는 비타민 섭취를 해야 한다며 자주 먹었다.


아름답게 지는 일몰을 뒤로한 야자수들의 배경이 예뻐서 다이소에서 천 원주고 산 아주아주 가벼운 플라스틱 핸드폰 거치대를 꺼내 셀카를 찍으려고 벤치 같은 곳에 세워두었다. 핸드폰을 휙-하고 누가 가져가버릴까 봐 다른 곳에선 잘 안 그러는데 이곳 공원은 철조망이 쳐져 있고 관광지가 아니라 인구밀도도 아주 낮을 뿐 아니라 휴식을 취하는 현지인들로 나에게 다들 관심이 없었다. 내가 요리조리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에 도움을 주고 싶었는지, 10대 후반 정도로 보이는 커플이 다가와 사진을 찍어주냐고 물었다. 남자는 곱슬머리에 장난기가 많아 보이는 까만 얼굴, 그리고 여자는 얼굴만 내놓고 검은 무슬림 복장을 하였는데 싱글벙글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먼저 다가와 사진을 찍어준다고 할 때는 여기가 바르셀로나 사그라다 파밀리아 앞이라면 100프로 사기라 됐다고 했겠지만, 약간 주춤하면서도 핸드폰을 넘긴 건 싱글벙글하고 때 묻지 않은 그녀의 미소를 믿어서이다. 남자가 핸드폰을 받아두고 여러 각도로, 여자 친구에게 훈련된 한국인 남자들 수준으로 길어 보이는 각도로 찍어주려고 애썼다. 핸드폰을 받아 들며 여자친구를 많이 찍어줘서 익숙한가 봐요, 하고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아니라 여동생이라고 했다.



야자수를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선셋도 너무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원에서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을 구경하니 마음이 너무 한가롭고 오랜 이동으로 긴장되고 피로했던 몸이 이완되었다. 이 공원은 코우토우비아 모스크라는 마라케시 중심부의 제마엘프나 광장에서 매일 보이는 그 커다란 모스크 옆에 있는 곳이었다. 모스크 방향으로 걸어가면 집으로 가는 길이 나오겠다, 하고 그쪽으로 걸어간다. 해가 거의 지기 시작해서 어둑어둑해지고 모스크로 향할수록 사람이 더 많아지고 붐볐다. 천천히 걷는데 돗자리 같은 걸 깔고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이 있다. 주인은 없는 것 같은데 뭐가 있나 한번 볼까, 하고 다가가니 어디선가 할아버지가 나타나 유창한 영어로 판촉 폭격을 시작했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잘 왔네. 어딜 가도 볼 수 없는 좋은 기념품이 될 거예요. 실버예요 실버. 우리 와이프랑 어머니랑 가족이 직접 다 만든 거예요. 핸드메이드 핸드메이드! 저기 메디나 어디 가서도 이런 거 볼 수 없어요. 거기 가면 다 공산품이고 메이드인 차이나이고 진정한 모로코 핸드메이드도 아니에요!” 하고 아저씨가 숨도 안 쉬고 계속 말했다.

“오 진짜 실버 맞아요? 베르베르 실버 아니고요?”

“베르베르 실버. 실버 맞아. 내가 이 나이에 살만큼 살았는데 거짓말을 해서 뭐 하겠어. “

“이런 거 하나에 얼마예요?” 하고 낙타 목걸이를 가리키며 말했다.

“90. 근데 80에 해줄게. “

가격이 저렴한 게 실버 같진 않고, 첫날 시세를 확인해 본다고 은 파는 곳에서 가장 작은 낙타 펜던트를 집었는데 아저씨가 150을 부르다가, 할인해 달라고 하니 130을 불렀고, 나는 첫날이라 진짜 시세만 확인할 생각이라 한번 쭉 다른 도시도 봐보고 다시 올게요. 하고 미련 없이 나가니까 대체 얼마면 살려고 해. 하고 계속 붙잡다가 내가 다른 곳 구경하다가 지나간걸 또 봤는지 지나가는 너에게 그래 너 학생이라고 하니까 100에 줄게, 하고 100까지 내려가긴 했었다. 다른 도시에서도 좋은 실버 상점에서 낙타 펜던트를 130 정도에 팔았다. 메디나에 있는 실버 상점들은 실버 무게를 재서 팔고 도금이 아니라 실버처럼 보였다. 그래도 챗 지피티가 너무 싸면 의심해 보고 베르베르 실버라고 하면서 색깔은 안 변하게 여러 가지를 섞어서 만든 가짜 은도 있다고 해서 이 아저씨가 파는 것도 925라고 쓰여있긴 한데 뭐 실버는 아니겠지, 그래도 저렴하고 은이 아니더라도 낙타 펜던트를 기념품으로 사고 싶었으니 하나 사자, 하고 사기로 마음먹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는 사주는 것도 로컬 경제에 기여하는 일이야. 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이것저것 고르는 내내도 계속 유창한 영어로,

“이거 어디 가서 구할 수도 없어. 저기 저런 데서 안 파는 거야. 두 개사면 150에 해줄게. 언니도 주고 엄마도 주고 친구도 주고 여러 개 사봐. 진짜 좋은 기념품이야. 이런 게 어딨어 정말. “ 하고 대단하다 싶을 정도로 떠들었다.



그중 줄도 규칙적인 반짝거림이 특이한 마음에 드는 것 하나를 골라서 80에 사고 목에 한 번 차서 셀카로 찍어보고 집에 돌아왔다. 메디나를 구경하면서 한 시간 정도 정처 없이 쏘아다니다가 집에 돌아왔다. 저녁시간이라 골목골목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은 많았고 복잡했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 거울을 보는데 어랏? 줄만 남고 낙타 펜던트가 사라졌다! 어떻게 차 보자마자 이럴 수가. 좌절하고 사라진 목 부위만 계속 만진채 황당해하는 내 표정을 계속 보았다. 어떻게 이럴 수가, 오랫동안도 아니고 그냥 집에 돌아오는 길이었잖아. 휴. 너무 사고 싶었던 건데 잃어버려서 너무 속상했다. 어떻게 이렇게 쉽게 빠져버렸지. 목 부분의 니트는 약간 뜯겨 있었는데, 누가 채간 걸까. 아니면 니트에 걸려서 툭하고 떨어진 걸까. 결국 아직 며칠 더 있으니까 아저씨한테 가서 펜던트만 하나 더 사야겠다, 하고 마음먹었다.


다음날 저녁에 에사우이라를 다녀와서 어둑어둑해질 같은 시간 무렵 아저씨가 팔던 곳을 찾아갔다. 노점상이라 여기저기 옮겨 다니는 분일 수도 있어서 못 만날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반신반의하며 기도를 끝내고 모스크에서 쏟아져 나오는 남성들 틈을 헤집고 공원 쪽으로 향했다. 어두워서 잘 안보였지만 돗자리 위에 액세서리들이 늘어 놓여 있었다. 아저씨는 또 다가오더니, 나를 기억하지는 못하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또 물었다.

“저 어제 왔었잖아요. 한국. 왜 기억 못 하세여ㅠ” 아저씨가 서비스로 준 조개같은 팔찌도 차고 있었는데..

“난 손님이 많잖아. 허허. 또 왔네. 좋은 기념품이 될 거야 또 골라봐~~~~” 하고 사람 좋은 말투로 말했다.

“아니, 저 어제 사가자마자 펜던트가 없어져 버렸어요. 줄만 남았어요. 어떻게 그러지.. 너무 헐거웠나..”

“절대.우리 건 엄청 튼튼해. 절대 그냥 빠진 게 아니야. 저기 메디나에는 나쁜 사람들이 곳곳에 많아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예쁘고 귀한 거니 그냥 휙 채간 거지. 그런 경우가 많아요 아주. 조심해야 혀. 이게 어디서도 이런 걸 볼 수 없다 보니까 사람들이 아주 부러워서 가져간거라구.“ 하면서 아저씨는 또 자기 상품 어필을 시작했다. 진짜 이런 성격은 어떻게 이렇게 타고난 걸까. 대단하다.

“그래도 속상해요. 사자마자 잃어버리다니. 거울 보니까 사라져 보여서 너무 슬펐어요. 그래서 하나 더 사려고요. “ 하고 이미 산 줄에 낙타 펜던트를 하고, 어차피 라바트에서 내 이름으로 만든 아랍어 펜던트에 끼울 줄이 필요하니 줄까지 사자, 하고 아저씨한테 두 개째 사는 거니 70에 달라고 했다. 아저씨는 처음에는 80을 부르더니 내가 70에 준다 했자나여~~~ 하니 금방 수긍하고 70에 주었다.


“속상해하지 마. 뭐 죽은 것도 아닌데 그렇게 작은 걸로 그래. 봐, 뉴스 보면 지금도 기차 사고 나서 죽고. 비행기 떨어져서 갑자기 죽는 사람도 있는데 그렇게 안 죽은 게 어디야.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뭐 그거 몇 푼 안 되는 거 잃어버렸다고 그래. 그리고 이렇게 다시 살 수도 있게 되었잖아 얼마나 행운이야. 참. 긍정적으로 생각해요. 너는 참 행운아야.” 하고 아저씨가 또 유창한 언변으로 말했다.


남의 불행을 빗대서 나는 행복한 거라고 정신승리하는 게 건강한 게 아니라고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어디서 본 것 같은 걸로 그러면 안 되지, 하는 것도 과도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오늘은 아저씨 말대로 사람이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니고 만 얼마로 해결할 수 있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아니면서 괜히 자책하고 곱씹고 하는 게 멍청한 일 같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귀한 시간 내서 평생에 다시 오기도 힘든 나라에 와서 따뜻한 햇빛과 사랑스러운 사람들의 관심을 받으면서 새로운 것을 보고 경험하고 나누는 이런 귀중한 시간에 흘려보낼 일을 빨리 보내자, 하고 이 귀여운 새 낙타 목걸이에 집중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