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2)
왜 택시 안 타요? 얼마 안 하는데.
여기 사람들도 택시 타요.
라바트라는 모로코의 수도까지 ctm버스를 타고 도착했다. 버스 터미널이 시내 중심가에서 약간 떨어져 있었는데, 구글 지도로 버스가 다녔다. 에어비앤비 집까지 차로는 20분 이내, 버스로는 한 시간 조금 안 걸리는 걸로 나온다. 버스로도 20분 정도 걸리는데 버스정류장에서 걷는 시간이 있다. 어차피 두시 전까지는 체크인이 안된다고 해서 시간이 많아서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정류장까지 15분 정도 걸어야 하던데 위치를 정확히 모르겠어서 버스터미널 표 사는 안내 직원에게 물었다. 그전에 지나가는 사람 3명에게 묻는데 다 모르겠다고 했다. 버스터미널 창구의 여자 직원은 자기도 잘 모르겠다며 택시를 타라고 대답했다. 너한텐 더 쌀텐데 왜 택시를 안 타고 버스를 타? 하고 굉장히 의아한 표정과 말투로 말했다. 알겠다고 하고 구글 지도를 따라서 걸으면서 주차안내 아저씨 같은 사람들에게 중간중간 bus? 하면서 물으니 가는 방향을 알려줬다. 구글 지도가 알려준 길하고 달랐지만 아저씨들이 알려준 곳에는 버스정류장과 기다리는 사람 두 명이 있었다.
모로코에선 혼자 여행을 해도 외로움을 느끼거나 고독에 취할 시간이 없다. 잠깐의 틈에도 사람들이 말을 걸기 때문이다. 드디어 정류장에 도착해서 새파랗게 높은 하늘과, 따뜻한 날씨와 멀리 보이는 하얀색 집들 풍경에 취하려고 할 찰나에 버스정류장에 있던 모로코 남자 둘이 말을 걸었다. 자기들은 베르베르인이고 축구 경기를 보러 왔다고 했다. 길에서 만났던 대다수의 모로코 사람들과 달이 이들은 영어를 잘 못하고 자꾸 프랑스어로 내뱉지만 소통 의욕이 넘쳤다. 그래도 한국에서 왔다고 반가워했고, 틱톡이나 왓츠앱, 인스타그램을 하냐고 물었는데 계속 연락하기는 싫어서 안 한다고 사회적인 가식적인 안타까운 미소를 지었다. 그냥 그 사람에 대한 호감이 없었다.
버스를 30분이나 기다리는데 한대도 안 왔다. 구글 지도에서는 온다고 쓰여있는데 하나도 맞지가 않았다. 기다리다 지쳐서 버스가 오기는 하냐, 하고 좀 전에 온 할아버지에게 물으니 올 거라며 기다리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다가 아까 두 명 중 한 명이 어딜 갔다 오더니 버스가 안 올 거라고 나에게 메디나? 하고 물었다. 나는 예스, 메디나, 하고 대답했다. 그러면 자기를 따라오라고 먼저 길을 나섰다. 택시 승강장 밑에 여럿이 타는 합승 봉고차 같은 게 있었다. 메디나 갈 거면 이걸 같이 타고 가면 된다, 하고 말하며 내 짐도 봉고차 머리에 실어줬다. 안에는 이미 모로코 남성 네 명이 타있었고, 그들은 손짓으로 맨 뒷자리 구석에 가서 앉으라 했다. 잔돈이 없어서 20 디르함을 쥐고 있었는데, 여길 데려다준 사람 거까지 내고도 4 디르함을 거슬러 받았다. 혼자 택시를 타고 갔으면 50은 줘야 했을 것 같은데 다행이었다.
마라케시에서 인, 아웃을 하느라 마라케시 공항에서 제마엘프나 광장(시내), 제마엘프나에서 기차역, 기차역에서 제마엘프나, 제마엘프나에서 공항, 이렇게 이동할 때 모두 버스를 이용했다. 그런데 공항과 제마엘프나 광장처럼 많은 버스가 다니고 멈춰 서는 곳이 아니면 그냥 중간중간 버스 정류장에서는 버스를 타기 힘들다. 기차역이나 다른 곳에서 호텔이 있는 광장으로 돌아올 때도 버스를 타기 힘들었다. 버스정류장이라는 게 따로 없고 구글 지도가 여기서 버스 타라, 하는 지점이 맞지 않는 경우가 많으며 버스가 서지 않고 그냥 지나갔다.
기차역에서는 그래도 캐리어나 배낭을 메고 있는 다른 유럽 여행자들 무리 속에 끼어 버스를 따라 탔는데, 마조렐 정원에서 돌아올 때는 버스 정류장을 못 찾아 30분 넘는 거리를 걸어와야 했다. 그냥 걸으면 걸을 만 한데 아침에 나설 때와 달리 20도로 너무 더워졌고, 물이며 간식 등 까르푸에서 산 짐을 가방에 넣고 걷기에 어깨가 너무 무거웠다. 그래도 택시를 타기는 아까우니 집까지 걸어가 보자, 하고 한번 걸어가 보니 다음날엔 지도 없이 집까지 풍경을 구경하면서 걸으니 운동도 되고 좋았다. 살구색 건물들과 카뮈가 사랑한 북아프리카의 따스한 햇살, 걸으며 만나는 싱그러운 오렌지 나무들, 그리고 입장료가 굉장히 비싼 마조렐 정원보다 오히려 더 아름다운, 길에서 만나는 공원을 구경한다. 야자수와 선인장,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식물들의 풍경을 잊을 수 없으리.
정말 대중교통이 없는 도시(페스, 셰프샤우엔) 외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카사블랑카와 라바트, 마라케시에서 버스 정류장과 버스 번호를 찾아 두리번거리면 늘 사람들이 택시를 왜 안타냐고 물었다. 아니 대중교통이 있는데 왜 택시를 타지? 나는 그게 더 이해가 안 간다. 마라케시 여행 막바지에 우연히 길에서 사진을 찍어주다 사귄 대학생 소녀의 동네에 놀러 가려고 저녁에 버스를 기다리는데, 퇴근하거나 집에 돌아가는 모로코 사람들 무리와 어두운 밤 같이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좋았다. 진초록색 젤라바를 입고 뒷짐 진 손에는 과일 몇 개, 우유 빵 등 간단히 장 본 비닐봉지가 들려있는 이탈리아 남자처럼 생긴 남자가 멋있다고 생각하면서 관찰했다.
카사블랑카 버스 정류장에서 기차역을 가는 길에 만난 어떤 아저씨는 자기도 그 버스에 탄다며 같이 타고, 내릴 때도 알려줬다. 가는 길에 계속 수다를 떨었다. 얼마나 친절하냐면, 기차역에서 표를 사기 위해 줄을 서고 있는데 멀리서 아저씨가 다가오길래, “아, 여기서 일하세요?” 하고 출근길이라 했던 말이 생각나서 물었더니, “아니 내려서 두리번거리길래 잘 찾아오나 걱정돼서 내려서 와 봤어.” 하는 것이다. 내가 감사하다고 하자 그는 안심하고 출근길로 떠났다.
감기 걸린 채로 매일 만 오천-2만보를 걸으니 피곤했는지 한국에 돌아와 17시간씩 곯아떨어지고 일주일을 침대 생활을 한 끝에 외출이 가능한 에너지를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