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한국 여권 있으면 맨날 여행 다니겠다

by 모네

요즘에 자주 연락하는 친구는 모로코의 한 궁전에서 만난 아프리카인이다. 그녀는 철학 전공자이기도 하고 나처럼 솔직한 성격이라 서로 공감 가는 면이 많아 대화가 잘 통한다. 그리고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서 한국을 동경한다. 그래서 먼저 다가와서 친해지기도 하였고. 가끔 우리는 음성 메시지를 남기는데 그녀의 빵 터지는 웃음소리는 전염성이 강해서 짧은 메시지를 사무실 자리에 앉아서 잠깐 듣다가 나도 순간적으로 소리를 내어 웃음이 빵 터진다. 자기가 드라마에서 본 한국어, 예를 들면 ”진짜요? 좋은 아침, 미안해요. 잘 자요.” 등을 말해보고 내 이름을 넣어 누구누구야, 하고 한국식으로 부르면서 음성 메시지를 보내주는데 어눌한 발음으로 노력하는 모습과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가 귀엽고 재밌어서 웃음이 난다. 20대로 추측이 드는데 우리는 나이가 몇 살이냐고 서로 물은 적은 없지만 학부를 졸업하고 이제 대학원을 가려고 하는 걸 보니 나보다는 어릴 것 같고 그녀도 나와 미국 남자의 얘기를 듣다가 그가 나보다 몇 살이 많냐고 물으며 내 나이를 추측해 대충 알고 있겠지만 우리는 나이를 추측하기 되기 전과 다르지 않게 정말 편한 친구처럼 지낸다. 그 점이 너무 좋다.


우리는 남자 얘기(주로 이해 안 가는 점), 결혼에 대한 고민, 굳이 나에게 결혼 소식을 전해주는 전남친 이야기랄지, 좋아하는 책 얘기, 요즘 일상 얘기, 지금 뭘 먹고 있는지, 뭘 하던 중인지, 요즘의 고민 등을 편하게 자주 대화한다. 장문의 메시지를 써 놓기도 하고, 보이스 메시지를 보내놓기도, 실시간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내가 카뮈를 좋아한다고 하니 자기는 이러이러한 점 때문에 카뮈의 생각과 자기와 달라서 그냥 그렇다거나 내가 요즘 슈테판 츠바이크의 묘사에 빠져서 책 여러 권을 사서 읽기 시작했다, 노벨 문학상 탔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인지 이름도 어려운, 이 사람의 <세계는 계속된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어떤 것 같다, 하면 그러냐고 관심을 갖고 물어봐 준다.


“와, 니 사진을 보니 여행을 그렇게 많이 다녔어? 아는 사람이 없는데도 혼자서 여행을 가다니 진짜 용기 있어. 난 아무래도 용기가 안나. 근데 브이로그는 안 해? 너는 사진도 진짜 예쁘게 잘 찍는데 틱톡이나 이런 거라도 해보지. 그렇게 여행 많이 했는데 아까운 것 같아. “ 하고 그녀가 말했다.


“응 나도 유튜브가 유행하기 전부터 구린 화질 핸드폰일 때부터.. 비디오 찍는 것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도 좋아하고 뭔가 만들어 내는 거 좋아하긴 하는데 얼굴을 모르는 사람에게 공개하는 것도 부담스럽고 또 편집하는 것도 귀찮아. 그리고 중국 앱은 다 지워서. 틱톡은 안 하고 유튜브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모르겠어. 유튜브로 수익 나면 회사에 겸직신청해야 하고 회사 사람들이 내 영상을 알아보는 것도 싫고 나의 생각과 감정을 읽게 되는 것도 별로야. 근데 언젠가 팟캐스트를 해보고 싶긴 해.” 하고 대답했다.


“나도 편집은 귀찮아. 오 팟캐스트 그것도 재밌겠다. 근데 우리가 만나면 확실히 동기부여 해줄 테니 걱정 마! 우리가 서로 음식 만드는 거 찍어도 재밌을 것 같고,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 대해 느끼는 포인트들도 너무 재밌을 것 같지 않아? 아악. 나 지금 케이 드라마 안에 들어온 것 같아. 지금 당장 너를 만나서 막 수다 떨고 싶어!! “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녀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에 곧 와보고 싶어 하지만 아프리카인으로서 아시아에 비자 내는 것도 얼마나 어렵고 비싼지를 말해주었다. 여행사에 내야 하는 돈이 심하게 비싸 보였다. 그러면서 한국인이라 비자 없이 어느 나라든 갈 수 있다며 부러워했다.


“내가 한국 여권이라면 맨날 여행 가서 즐기고 컨텐츠 만들고 하겠다. 너무 부러워. 나는 장학금 전액 지원되는 미국 대학원 여러 개 합격했는데 비자가 거부돼서 입학이 취소 됐어.. 너무 아쉬워. 마냥 그냥 이렇게 기다리는 게 맞는지 모르겠어.” 하면서 그녀가 여러 대학에서 합격 메일 온 것을 캡처해서 보내주었다.


그녀를 포함한 다른 나라 사람들하고 얘기할 때 특히 아프리카 아시아 사람들하고 대화할 때 그냥 비행기표만 끊고 여행을 가는 게 당연한 한국인인 게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든다. 내가 미국 대학원을 합격했다면 돈 걱정을 하지 비자를 고민하진 않았을 텐데. 그러면서 그녀는 자기 친구들도 phD를 미국에서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니 미국은 돈 걱정 없이 공부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며 미국 박사에 도전해 보라고 적극적으로 동기 부여를 해준다. 그렇게 혼자 여러 나라를 여행한 담대함이라면 뭐든 할 수 있겠다면서. 흠, gre 공부하면서 무식하게 이상한 단어 외워야 하고 그래도 시험공부를 하기가 귀찮다고 하니 gre 안 보는 대학들도 있다고, 자기가 원하면 찾아봐 주겠다고까지 해서 요즘 지쳐있던 차에 말이라도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근데 얼핏 찾아보니 gre를 안 보는 데는 선택지가 줄어들고, 이왕 미국 박사를 간다고 한다면은 가고 싶은 데를 가고 싶기도 한데 역시나 에너지가 없고 귀찮다. 도심 생활이 지쳐서 치앙마이의 디지털 노마드 삶이 너무 그리운데, 딱히 노마드로 살 전문성은 없어서 일을 그만둘 용기는 안 난다.


오늘은 자기 아프리카 친구가 청첩장 보내준 걸 공유해 줬는데 진짜 영감이 되는 청첩장이었다. 모바일 링크를 들어갔는데, Q&A 문답으로 처음에 어떻게 만나셨나요? 누가 먼저 다가갔나요? 가장 기억에 남는 데이트는 뭐였나요? 함께 하는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이 커플의 스토리를 알게 되면서 너무 흥미로웠다. 나도 나중에 결혼을 하면 청첩장을 이렇게 만들면 재밌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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