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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Dec 24. 2018

구호단체에 기부 안 한다.


구호단체(혹은 자선단체)의 홍보 사진/문구/영상에 이끌려 후원금을 보냈는가?

얼마간의 적은 돈이지만 약자를 도와줬다는 생각에 뿌듯해했는가?

구호단체 직원들은, 특히 국제구호단체 직원들은 다 영어도 잘하고 착하며 그 이슈에 밝을 것이라 생각하는가?

내가 후원한 단체들의 각종 비위 소식에 분노하며 후원한 것을 후회하였는가?


세계적인 난민 사태나 각종 재난이 발생하면 구호단체들은 모금을 위한 홍보에 돌입한다. 자극적이거나 동정심을 한껏 자극하는 글과 사진들이 우리 눈에 띄는 곳에 배치되고 주머니가 열린다.


왠지 구호단체에서 일하는 직원들이라면 도덕성이 높을 것 같고, "난민, 아동을 포함한 약자, 인권, 교육" 등의 분야의 전문가일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우리가 접하는 소식을 만드는 사람들은 이러한 인도주의 이슈에 우리보다 무지하고 구호와 개발에 대한 소명의식 없이 월급을 받기 위해 기계적으로 자료를 만드는 사람들이라면?


특히 내가 경험한 국제구호 단체에 다니는 직원들은 요즘 취준생들에 비추어볼 때 영어 실력이 현저하게 떨어졌다. 신입 사원부터 팀장까지. 요즘처럼 고스펙자들도 취업이 안되어 적체되어 있는 시대에 이러한 영어 실력으로 소위 국제구호단체에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다니 경악스러울 정도로 영어 실력이 형편없었다. 영어로 된 자료를 스스로 읽고 소화할 능력이 안됐고, 이메일을 보내기 위해 쓴 영어를 보면 전체 문장을 뜯어고칠 수준을 넘어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으로 고등학교까지라도 마친 사람들의 영어 실력이 이 정도라면 학교 교육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하긴 비영리단체는 연봉이 적다 보니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 더하여 당연히 영어까지 잘하는 사람들이 소명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매우 적은 보수를 받고 일할 리 없다.


또한, 구호단체 직원이라 하면 도덕성이 높을 것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나 역시 그랬다. 하지만 내가 경험한 직원들은 '무식하고 저급하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연예인이 누가 누구랑 사귀는지 등의 각종 연예계 가십을 적극적으로 나누고 퍼뜨리는 것이 인생의 중요한 일로 보였으며, 입에 담는 말은 하나같이 상스럽고 저속했다. 심지어 근무 시간에 뉴스에 나오는 연예인 성 동영상을 찾았다며 다같이 모여서 보며 동영상 속 여자의 몸매를 적나라하게 평가하였다. 본인들이 영상을 찾아보며 2차 가해하고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 동영상을 찍고 유포한 사람을 범죄자 취급하며 욕했다. 나 자신이 다 수치스러웠다.


그렇다. 내가 낸 3만 원은 저급한 직원들이 받는 월급, 비효율적인 사업 집행에도 쓰인다. 그저 불쌍한 사람 돕는다는 감정으로 큰 노력 들이지 않고 3만 원을 내는 일이 편하다면 그냥 그 돈은 잊어야 한다. 어디에 쓰이는지도 모르겠고 찝찝하다면 그냥 하지 말라.


<냉정한 이타주의자>에서 윌리엄 맥어스킬은 재무 건전성을 기준으로 자선단체의 효율성을 평가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라고 말하며 다음 요소를 기준으로 '효율적'으로 내 가치를 실현해줄 똑똑한 자선단체를 고르라고 한다.


이 단체는 어떤 일을 하는가?

사업의 비용 효율성이 높은가?

사업의 실효성이 객관적으로 검증되었는가?

사업이 제대로 실행되고 있는가?

이 단체는 추가 자금이 필요한가?


맥어스킬에 따르면 월**전, 유**프, 옥** 등 거대 자선단체는 재해구호에 전력을 기울이는 단체로 일반적으로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한다. 흔히 우리는 '재난, 재해'의 긴급함에 감정적으로 기부를 한 뒤 돈을 냈으니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이 책을 읽고 나면 실제로 대대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합리적으로 기부하는 냉정함을 가져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대다수 사람들이 자연재해에 대응하는 방식을 보면 우리가 남을 도울 때 감정에 휘둘리며 기존 문제보다 새로운 사건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재해가 발생하면 이에 자극받은 우리 뇌의 감정 중추는 재해를 '긴급 상황'이라고 인식한다.

재해는 새롭고 극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한층 강력하고 즉각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더 중요하거나 관심을 가져야 할 사건이라고 우리의 무의식을 오도하는 것이다.
-윌리엄 맥어스킬 <냉정한 이타주의자>


현재 나는 기부를 중단한 상태이다. 여기에는 상식 이하의 구호단체 직원들을 본 것이 크게 작용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기관의 이미지를 좌우할 수 있다. 현명하게 사람을 뽑고 교육시키라. 그리고 공부 좀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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