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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Feb 16. 2019

좋은 평가를 받는 창의적인 글을 쓰려면


창의성, 독창성은 놓치고 싶지 않은 것들이다. 검사할 때마다 반짝반짝한 창의성을 주요 특징으로 하는 ENTP 유형이 나오는 점도 너무 마음에 든다.


잘 썼다고 생각되는 글을 보면 문체가 화려하기보다는 그 내용이 공감이 잘 되거나, 묘사가 탁월하거나, 논리의 흐름이 훌륭하거나, 생각지도 못한 비범한 생각이 담겨있거나, 일목요연하거나,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거나, 목차의 구성이 창의적이다.


나는 글을 잘 쓴다는 얘기보다는 내용 혹은 구성이 좋다는 얘기가 더 좋다. ‘걔는 글을 잘 써’라는 표현은 내게 왠지 그냥 기술이 좋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누가 어떠한 형태의 글이든 내 글을 읽고 잘 썼다는 평가를 해주면 무조건 기분이 좋은 건 사실이다.


학창 시절 입시학원은 거의 다니지 않은 편이나 독서논술 학원은 중1 때부터 고2 때까지 매주 1회씩 꾸준히 다녔다. 매번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고 책을 바탕으로 여러 생각을 확장하게 해주는 교재와 수업 내용도 좋았다. 독서와 글쓰기를 딱히 엄청나게 좋아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학교에서 대입 논술을 대비한 시험을 볼 때면 거의 1,2등을 다투긴 했다.


논술 학원에서 지겹도록 들은 말은 예시 답안처럼 쓰지 말고 또 천편일률적인 답안을 쓰지 말라는 것이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그대로 쓰면 그 선생님한테 배운 다른 학생과 비슷한 답안을 써내게 될 것이니 경쟁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지금까지도 나는 모두가 생각해낼 법한 예시와 뻔한 구성은 최대한 배제하고 나만의 답안을 써내려 하는 것이 몸에 밴 것 같다.


창의력이란
사려 깊은 모방말고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거 순례를 떠난 해>


창의적인 글이 곧 엄청나게 새롭고 기발하고 엉뚱한 글이 아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의 글을 읽다 보면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사례와 생각을 담은 특이한 글도 많았는데 고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유도 분명히 보였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한 내용이 담겨있어도 독창적이라는 생각보다는 굳이 넣었어야 했나, 길을 잃고 헤매는 답안 같다는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점수가 매겨지는 논술 시험에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인 출제자가 원하는 답의 방향이 있기에 무조건 기발한 내용을 담아 튀는 답안을 써내는 것이 고득점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학 고시반에 잠깐 있을 때도 내 답안은 최고득점자의 답안이 되었다. 놀랍게도 출제자가 써온 출제의도와 예시 답안의 흐름과도 거의 일치했고, 분명 창의적이었다.


창의성을 담으면서도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고득점 하는 글이 되려면 우선 기본인 논리적 뼈대가 튼튼해야 한다. 문단 간의 논리, 한 문단에 들어가는 문장 간에도 탄탄한 논리적인 흐름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적재적소에 다양한 사례를 집어넣어 풍성하고 화려한 답안이 되게 한다. 즉, 이글 하나를 쓰기 위해 엄청나게 많은 글을 읽고 치열하게 공부했다는 흔적을 곳곳에 집어넣는다. 물론 과하지는 않게. 이것을 어떻게 논리 속에 흡수시켜 감각적으로 녹여냈느냐에 따라 창의적인 고득점자의 답안이 되기도 하고 엉뚱한 소리만 잔뜩 늘어놓은 답안이 되기도 한다.


나의 논리가 과연 출제자가 원하는 방향인가, 이 사례를 여기에 집어넣어도 되는가 하는 판단력은 글을 많이 읽으면 감각적으로 체득이 된다. 창의성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창의적인 글을 쓰려면 글감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 ‘글을 원래 잘 쓰는 사람’이라서 그 논술 시험에서 1등을 하게 되는 게 아니다. 공부가 안된 채로 글빨로 어느 정도 평균 점수를 내는 것은 가능하지만 1등은 불가능하다.


창의적인 글이 되기까지 해당 분야를 누구보다 많이 공부해서 그 주제와 사례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내 논지를 끌고 갈 만큼 거시적인 안목과 혜안을 길러야 한다. 사회과학의 논술을 쓴다고 하면, 이슈별로 해당 분야에서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논문을 구해서 읽었다. 학자들의 글을 많이 읽다 보면 반복되어 인용되는 사례가 보이고, 목차 구성과 논리의 진행 방식을 배우게 된다. 강의를 듣고 스킬을 배우는 것보다 내공을 키우는 정통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많은 논문을 읽고 정리한 나만의 두툼한 정리 파일이 있다. 좋은 문장과 사례는 메모해두고 평소에 생각을 미리 많이 해둔다. 좋은 글 베껴쓰기를 하며 연습이 된 것일 수도 있겠다. 어떠어떠한 주제로 논술 답안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순간 내가 읽었던 논문 내용이나 기사 내용,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내가 확장한 생각들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스쳐 지나가고, 그중 몇 가지를 추려서 융합시킨다. ~~ 논문에서 배운 000 내용을 응용해서 한 목차를 구성해야지, ~~ 에서 얻은 사례와 제안을 여기에 녹여내면 어떨까 하고 차별화된 구성을 짜도록 한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내 답안에 있는 내용들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학습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역사적 사실과 사례이고 검색하면 나오는 최근 동향이 담겨있다. 글쓰기 강사가 설명하는 좋은 글의 요소와 기술을 따르지 않아도, 약간의 오탈자와 비문이 들어 있을지라도 중심이 잘 잡혀있고 이 생각 저 생각을 잘만 꺼내 쓰면 ‘기발하다, 어떻게 이렇게 구성했을까,’ 라는 반응이 나오는 반짝반짝한 답안이 된다.


즉, 공부가 기본이다. 기본적인 내용을 제대로 체화시키지 않은 채로 아무리 고득점자가 쓴 사례를 똑같이 가져다 쓴들 뼈대와 논리가 없는 그 글은 허점이 보인다. 이것저것 많이 담겨있기는 한데 요지를 모르겠는 글 말이다. 점수에 차이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교수님에게 한 학생이 자기도 00개념을 썼는데 왜 점수가 낮냐고 묻자 교수님은 할많하않의 표정으로 이유를 알고 싶다면 최고득점자의 답안과 직접 비교해 보라고 했다.


즉,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지식과 정보의 풀이 커지면 그것을 응용하여, 한 단계 나아가 창의적이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할 수 있는 논리력을 갖춘 글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내 경험에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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