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모네 Mar 12. 2019

한국에서도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될 수 있을까

길 곳곳에 운행을 마치고 세워져 있는 카카오 바이크가 보이기 시작했다. 노랗고 검은색으로 되어 있는데 아직 새것들이라 그런지 깨끗하고 귀엽다.


재작년 중국 북경에 갔을 때 길거리에 세워져 있는 공유 자전거 시스템을 보고 충격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중국인 친구 계정으로 체험해 보았던 mobike처럼(여러 종류의 공유 자전거가 있었다) 카카오 바이크도 앱 내의 지도 위에서 내 주위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특히, 전기자전거여서 전기 충전율이 어느 정도이고 몇 시간 정도 탈 수 있는지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그런 뒤 QR코드를 찍어 사용 후 가고 싶은 곳까지 간 뒤 반납소가 아닌 그 자리에 잘 두고 제 갈 길을 가면 된다는 점도 같다.



중국의 공유 자전거는 정말 편리하다 



외국에서 공부하다가 만난 중국인 언니는 천안문 근처에 살고 있었다. 비록 월세가 어마어마하게 비싸 월급의 대부분이 나가지만 북경 중심지에 사는 장점이 크다고 했다. 언니는 지하철역까지 공유 자전거를 끌고 나를 마중 나왔다. 언니 집에 짐을 놓고 언니의 친구 계정으로 마침 언니네 아파트 앞에 있던 공유 자전거 한대를 얻었다.

자전거를 타기에 도로도 크고 넓었고, 무엇보다도 안전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바람을 가르며 씽씽 달릴 때 상쾌한 기분이 좋았다. 언니를 따라 관광지를 자전거로 돌아다니니 재미있었다. 길에 세워져 있는 자전거를 주워 타고 아무 데나 세워둘 수 있다는 게 정말 편리하게 느껴졌다.


2년 전 북경에서 놀란 것은 자전거를 QR 코드로 빌려서 쉽게 타고 다닌다는 것 외에도 식당에서 주문도 앱으로 하고 결제도 앱으로 하는 문화가 보편화되었다는 사실이다. 뒤늦게 한국이 IT 제일의 강국이라는 생각이 깨졌다(IT 발전 수준을 이런 것으로 측정해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적으로 그렇다).



서울에서 따릉이를 타보았다


약 1년 전에 국회의사당 역 부근에서 따릉이를 빌려 여의도 일대를 돈 뒤 여의도 역에 따릉이를 반납하였다. 앱을 통해 따릉이 보관소를 찾아볼 수 있었고 자전거 상태도 좋았다. 퇴근이 한창인 시간대에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 집까지 타고 가는지 자전거가 하나도 남지 않을 정도로 많이 이용하는 것 같았다. 중국과 달리 불편한 점은 자전거 세워두는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달려 보았다. 자전거 도로가 시작되었지만 이내 자전거 도로에 세워져 있는 차들 때문에 차선으로 넘어가 달려야 했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조심조심 살펴보며 차로로 달리다 다시 자전거 도로로 돌아오곤 했다. 자전거 옆에는 바로 차가 쌩쌩 달려 무서웠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이 아니라 자전거 도로가 이어진 곳을 따라 달려야 해서 돌아가야 한다. 그마저도 자전거 도로가 끊기면 갈 곳을 잃어 다시 뒤로 돌아가야 했다. 자동차처럼 좌회전을 할 수 없고 횡단보도를 기다렸다 내려서 건너야 하니 이동의 목적으로는 부적합해 보였다. 결국은 여의도 공원의 자전거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는데 의의를 둘 수밖에 없었다.


외국처럼 일상적으로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을 하고 목적지를 가는 것은 한국에서 무리이다. 그냥 공원이나 강변, 탄천의 자전거 도로로 운동과 취미 삼아 타는 수준이다. 자전거를 사더라도 자전거 주차를 해놓을 곳도 마땅치 않고 도난 위험 때문에 쉽게 나의 자전거를 사지도 못하겠다(공유 자전거가 많아지면 사는 것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일 것 같다). 입법자들이 모여있다는 여의도여도 자전거 도로가 있지만 좁고 끊기며 안전하지 않다. 차사고를 당하지 않을까 조마조마하는 마음으로 타야 한다. 유럽처럼 안전하고 여유 있게 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 내가 사는 도시에는 길에 아예 자전거 도로도 없다. 국민 건강을 위해 자전거 문화를 활성화시키려면 일상 속에서 쉽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르셀로나의 자전거 도로


자전거로 다니기 좋아보이는 일상 길
보행자의 길과 구분되어 있다



도시가 잘 계획된 것 같다는 인상을 준 바르셀로나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위한 길이 널찍하고 안전했다. 대로변에는 중앙에 보행자를 위한 더 넓은 길이 마련되어있는데, 길 양쪽으로 길쭉길쭉 우거진 나무들과 곳곳에 벤치가 있다. 여유롭고 상쾌하다. 도로 가운데 구성된 넓은 가로수길을 걷는 발걸음이 가볍다. 쾌적하고 깨끗하다. 목적지까지 걸어서 가는 동안 낙엽이 떨어진 거리를 걸으며 다양한 건물의 디테일을 구경한다.


넓지는 않지만 자전거 전용 도로가 차로와 구분되어 있고, 안전해 보인다.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다른 유럽의 도시들처럼 자전거 신호등이 있다. 몇 주 전에 다녀왔지만 오래 전부터 구비되어 있었을 것 같다. 살고 싶은 도시의 인상에도 기여한다.


안전한 느낌이 제일, 정말로 좋다.



자전거의 나라, 네덜란드


네덜란드에서 3주 정도 지낸 적이 있다. 스키폴 공항에 도착해서 암스테르담 시내로 나오자마자 놀란 것은 사람보다 자전거가 많은 느낌. 운하에는 자전거가 가득 세워져 있다. 가히 자전거의 도시구만! 지나가는 트램과 보행자들 사이에서 자전거는 키 큰 사람들을 태우고 휙휙 지나갔다. 한동안 휘둥그레졌다.


어느 사진에나 자전거가 걸려있다.


암스테르담
위트레흐트
자전거 타고 위트레흐트 마을 전체 한바퀴 돌기


덴마크, 스웨덴과 같이 자전거 문화가 발달한 네덜란드는 운하와 자전거, 좁고 긴 건축 양식을 특징으로 도시와 조화를 이룬다. 알려진 바와 같이 시내 곳곳을 자전거로 편리하게 다닐 수 있고, 우리나라와 같이 취미에 한정된 여건이 아니라 이동 수단으로 기능한다. 교통비가 저렴하지 않으니 이동 수단으로써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위트레흐트에서는 자전거를 타고 마을 외곽을 도는 프로그램을 신청하였다. 여러나라의 새 친구들을 사귀어 대화하면서 타니 더 재미있다.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도심과 달리 푸르른 자연과 숲, 양들을 보며 마음이 정화되었다. 약 두 시간 반 동안 계속 자전거를 타니 엄청나게 운동이 되었다. 일상에 자전거가 늘 함께하니 건강에 정말 도움이 될 것 같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끼리 지나가면서 하는 눈인사에도 적응이 되었다.


우리나라도 안전한 자전거 도로가 생기고 이를 위한 탄탄한 제도가 뒷받침되어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다. 지하철 역까지 걸어서 20-30분 정도, 마을버스로 두 세정거장 거리를 버스를 타는 것보다는 비슷한 시간이 걸리면서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면 자전거를 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답답한 만원 버스를 타는 것보다 상쾌하기도 하다.


우리 동네에 카카오 전기 자전거가 생겼지만 자전거 도로가 없다. 전기 자전거는 도로에서 타야 하는데 찻길 끄트머리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간신히 타야 한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자전거 도로가 보행자길과 구분되어 있는 탄천을 통해 이용하라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이동의 목적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전기자전거 타고 라오스 다니기


비엔티안에서 전기자전거 @빠뚜싸이 공원


라오스에서 한 달간 살면서 전기 자전거를 타본 적이 있다. 오토바이처럼 자동으로 휭 하고 빠르게 나가기 때문에 처음 탈 때는 이리저리 비틀거리고 속도감도 무서웠다. 그러나 금세 적응되니 오토바이라도 된 양 오토바이 무리와 함께 일반 도로로 달렸다. 속도감이 엄청나다. 오토바이 속에 섞여 함께 좌회전하고, 고속도로 급의 도로도 맨 몸으로 달렸다. 규정과 규제가 없어 가능했고 달리 교통수단이 없어 이용했지만 철렁한 순간이 많았다.


전기 자전거가 이동에 정말 편리한 건 사실이었다. 빠르고 저렴하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비엔티엔은 일국의 수도인데도 시내버스가 거의 없는 수준이고, 노선이 한 두 개 정도 있지만 정말 굵직굵직한 곳으로만 다니고 그 마저도 저녁 6시까지만 운행하며 자주 오지도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툭툭을 이용해야 하는데, 가격이 우리나라 택시보다 비싸다. 관광객이고 말이 통하지 않으면 어마어마하게 바가지를 써서 현지에 오래 사는 사람들이 툭툭은 웬만하면 타지 말라고 한다. 운송수단이 발달하지 않아서인지 라오스 인들은 학생들도 거의 오토바이를 타고 다닌다. 중고를 사거나 몇 달에 나누어 임금의 대부분을 오토바이 할부 값을 내서 다닌다.


친환경 녹색 자전거 정책을 기대한다


인천 연수구에서 쿠키 바이크라는 주민 공유 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하였다는 기사를 보았다. 좋은 자전거 도로를 갖추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예산을 투입하고 자전거 이용문화를 정착시켜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공유 전기 자전거 도입과 자전거 문화 활성화는 도로 정비와 관리, 교육과 병행되어 안전하고 건전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수구 모델이 실생활에 적합하도록 효과적으로 정착되었으면 좋겠고, 우리 동네와 다른 동네에도 이러한 정책이 생겨 자전거 문화가 활성화되었으면 한다. 가까운 거리는 쉽고 안전하게 자전거를 타고 다니게 될 경우 버스회사들의 반발은 없을지 걱정이 되기도.


매거진의 이전글 좋은 평가를 받는 창의적인 글을 쓰려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