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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Oct 22. 2018

인문학 강의실 속 낭만


나는 인문학도다.

여러 학문을 공부해봤지만 나의 뿌리는 인문학이고 졸업장에 문학사라고 쓰여있는 것이 자랑스럽다.


인문학 전공 수업은 전공생 수 자체가 적어 한 수업에 보통 서른 명 정도이고, 적게는 5명이 듣는 수업도 있다. (5명이 안되면 수업이 폐지된다고 들었다.)

소규모 강의가 주는 호흡과 감성이 있다.


정말 매력적인 것은 우리 수업의 교과서가 문학이라는 것이다.

매 시간 세계적인 대문호들과 호흡한다.

과제는 책을 읽고 생각을 발전시켜 오는 것이고 , 수업은 마치 독서 토론 같다.

독서 토론의 사회자이자 중재자는 외부 사람은 쉽게 만나기 힘든 저명한 학자이다.


우리는 자의반 타의반 한 학기에 문학을 10권 이상 읽게 된다. 혼자서는 평생 읽기 힘들 것 같은 두꺼운 책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성향과 생각이 각기 다른 학우들과 함께 읽는다.


수업은 보통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된다. 강의자가 일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시간이 아니다.


매시간 한두 명이 자기가 맡은 부분을 대표 발제하고, 나머지 학생들은 함께 읽어 온 그 부분에서 함께 논의했으면 좋겠는 부분을 자유롭게 이야기하거나 발제자의 발표에 첨언하여 손을 들고 열띤 토론을 한다. 교수는 강의실 빈자리, 학생들 사이에 앉아 토론을 지켜보며 아주 가끔 적절히 논의의 방향을 잡아준다.


학우들의 발제는 하나같이 창의적이고 신선하며 생각의 깊이에 감탄하게 된다. 어떤 학우는 글 속 캐릭터의 심리와 작가의 의도를 어떻게 그리 빼어나게 분석했는지, 박사들도 하기 힘든 통찰력을 보여줬다며 교수에게 칭찬을 받기도 한다.


같은 텍스트를 읽고도 중요시하는 포인트와 공감의 정도가 조금씩 다 다르다. 줄거리의 흐름에서 논의 주제를 뽑아내기도 하고, 인상 깊은 한 문단에서, 자신이 공감하는 캐릭터의 생각을 중심으로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와 연결하기도 하고 혹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를 자신의 관점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매 수업마다 다른 발제자의 관점을 듣는 재미가 있고, 토론자들이 저마다 논리를 펴는 방식, 뒷받침하는 근거를 보고 듣는 것도 흥미롭다.


교수는 수업 말미에 좋았던 부분, 더 생각을 확장했으면 좋았을 아쉬운 부분을 정리해주며 정말 비범하고도 남다른 관점을 얼마간 쏟아낸 뒤 수업이 끝난다.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있자면 엄청나게 압도적이어서 괜히 인문학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책을 읽고 토론하는 매 시간 다른 세기, 다른 나라 사람들의 생활, 생각, 문화, 예술, 역사를 살피며 생각을 확장한다. 우리의 꿈과 생각은 다른 시, 공간 속으로 날아들어 그곳의 사람들과 만난다.


인문학을 접하지 않은 이들이 종종 인문학을 쉬운 학문, 돈 안 되는 학문, 취업 안 되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는 학문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우리는 사고의 깊이가 남다르고 다재다능하다.

각자 꿈꾸는 진로에 필요한 공부는 따로 소화할 역량이 있다. 언론계로, 금융계로, 정부로, 기획자로, 학자로 저마다의 길로 흩어진다.

각자의 길에서, 일상에서 반짝반짝 인문학적 상상력을 발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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