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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네 Mar 07. 2019

일상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

영화 <패터슨>


나는 보통 영화 속 캐릭터들의 일상의 소소한 단면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스토리 위주로 보거나 영화 속 의미 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지루해하기도 한다. 그들의 일상 속 거리 풍경, 자연, 지나가는 사람들, 집 인테리어, 옷, 일상 대화 내용을 보는 것이 흥미롭다. 연출된 것일지라도 나와 다른 삶을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시를 쓰는 패터슨


영화 속 패터슨 씨는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기사이다. 그는 일상에서 틈틈이 시를 쓴다. 그가 담담히 써 내려가며 읊조리는 시는 듣기에 좋다. 일상 속 단상들이 시가 된다. 재미있다. 그의 노트 속에는 이러한 시들이 빼곡하다.


우리도 일상의 영감들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 시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시와 예술이 우리 삶과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님을 패터슨을 통해 배운다.


패터슨으로 나온 주인공 아담 드라이버라는 배우는 영화 <위아영>에 나온 그 제이미하고는 완전히 달라 같은 배우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대도시에서 떠들썩한 영화 꿈나무 25세 제이미와 작은 도시의 평범한 가장인 버스 운전사는 차림새도, 성격도 표정도 다른 게 장연했다.어딘가 낯이 익은 배우라고는 생각했는데 그 배우가 이 배우일 줄이야! 아담 드라이버의 필모 그래피를 따라 본 건 아니지만 <프란 시스하>, <위아영>, <헝그리 하트>, <패터슨> 모두 인상적이고 감각적인 영화였다.


패터슨이 운전하며 바라보는 거리 풍경
일상의 공간에서 만난, 시를 좋아하는 어린이와의 대화
인테리어 배경 색이 예쁘다
감각적인 패터슨의 집 인테리어

운전기사인 패터슨이 매일 지나가는 풍경과 그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 시답지 않은 대화이지만 개개의 삶 속에서는 모두 의미가 있다. 나도 같이 버스에 타고 앉아 엿보고 듣는 것 같아 재밌다.


예술성이 있는 아내 덕에 인테리어도 알록달록 다채롭고 패턴도 다양하다. 집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아내가 만드는 쿠키, 예술적이다
패터슨의 도시락, 화면이 예쁘다
예술성있는 식탁
아내의 차림새와 기타의 문양이 개성있다
다양한 패턴을 좋아하는 패터슨의 아내


예술가는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며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평범한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람은 누구나 예술가입니다. 생활 속에서 리듬을 느껴 노래를 흥얼거리고 어떤 사물이나 풍광을 보면서 관련된 이미지, 즉 그림을 떠올리고 주위 상황에 반응하거나 내면을 표출하려고 낙서를 하기도 합니다.
또한 우리는 관심 있는 대상을 다른 사물에 비유해 표현하기도 하는 예술가입니다. “아, 꽃처럼 아름다운 사람이야.” 평상시에 누구나 문득문득 그런 말을 합니다.
-오종우, <예술 수업>


시를 쓰는 패터슨만 비단 예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감으로 커튼, 식탁보에 여러 패턴을 그리고, 벽을 색칠하고 감각적으로 인테리어를 하는 아내 역시 예술을 하는 것이다. 주말에 열리는 마켓에서 팔기로 한 쿠키를 예쁘고 정성스럽게 디자인하고, 자신을 다양한 패턴의 옷으로 꾸민다. 기타를 새로 사서 스스로 배우고 연주하며 아름답게 노래한다. 그리고 남편의 시를 진심으로 감상한다.


오종우 교수의 글처럼, 비단 시를 쓰고 책을 쓰고 음악을 만들어 발매하고 전시를 하는 것만이 예술 활동이 아님을 깨닫는다. 아는 언니와 익선동에서 창경궁, 북촌 일대를 크게 돌며 걸으며 다양한 책 얘기, 여러 사회 이슈들, 사색하며 얻은 깨달음 등을 쉴 새 없이 나눌 때면 비포 선라이즈 류의 영화 속 한 장면 같다는 생각을 한다. 우리의 대화 내용 뿐 아니라 우리를 사방으로 둘러싼, 처음 걸어보는 서울의 언덕 길을 배경으로 우리의 옷 차림과 표정, 말투 등이 조화를 이루며 예술이 된다.


우리가 일상 속에서 느끼는 감흥, 말과 표현, 상대방과의 대화, 끄적이는 글과 그림, 노래 등은 모두 예술이다. 나아가 이를 기록으로,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들은 에세이를 쓰거나 팟캐스트를 하거나 브이로그를 만들기도 한다. 개개인의 삶이 겉보기에 화려하지 않아도 관찰하고 살펴보면 참 다채롭고 영화 같다. 우리 모두 자신의 인생 속에서 주인공이고 그 안에서 예술을 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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