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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후야 Nov 05. 2024

하나. 얼얼하다.

#얼얼하다 : 상처 따위로 몹시 아린 느낌이 있다.



9월부터 두 달 동안 주 5일씩 토익 수업을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아버린 것도 아닌 두 달의 시간.


그리고 지난주 일요일, 토익 시험을 마친 뒤 감쪽같이 무기력감이 찾아왔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고,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그렇게 일주일을 보낸 후, 오늘 저녁 7시가 되어 근처 공원을 한 바퀴 돌기로 하고 산책을 나섰다.
우리 동네엔 호수를 끼고 있는 공원이 하나 있다. 호수를 따라 한 바퀴 돌면 대략 한 시간이 걸리는 곳.


요즘 같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날에는 러닝하는 사람, 걷는 사람, 자전거 타는 사람들로 밤 시간에도 공원이 북적거린다.

그 사람들 틈에 섞여, 나는 빠른 걸음으로 토익 LC 스크립트를 들으며 한 바퀴를 돌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설명하기 힘든 충만감.


집에 돌아오니 다리가 얼얼했다.
무기력감에 푹 퍼져있던 나에게, 오늘의 산책이 허벅지에 선사한 통증.
그 얼얼함은 나를 무기력증에서 꺼내주는 기분 좋은 자극이었다.


내일은 이 얼얼함을 안고 뭔가를 다시 열심히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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