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다. 아무리 하지 말라고 백 번 말해도 잘 고쳐지지 않고, 실수를 반복한다. 어른의 말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잘못을 쉽게 이르고, 자신의 잘못은 감추며 남을 탓하기도 한다. 자신이 보고 이해한 것이 다 맞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뛰지 말라고 하면 “네!”라고 씩씩하게 대답하고 바로 뛰기도 한다. 자신보다 한 학년이라도 어린 아이는 너무 어리게 보면서도 어른에게는 쉽게 말대답을 하고, 자신보다 나이 많은 선배에게는 쉽게 말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18년 동안 만난 아이들 중 대부분은 친구에게 받은 상처를 어른들보다 훨씬 너그럽게 이해하고, 사과하면 바로 받아준다. 속상했던 일도 금세 잊어버리고 다시 그 친구와 신나게 놀며, 거짓말을 할 때는 눈동자가 흔들려 다 티가 난다. 그리고 "선생님은 널 믿어"라는 말을 진심으로 믿어준다. 뿐만 아니라 “널 위해 선생님이 잘못된 습관을 고쳐주겠다”고 하면 그 말을 믿고 당장은 고쳐지지 않아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학교에서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학부모님들과의 소통이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대다수의 학부모님들은 나의 지도 방식을 이해하고 지지해주시지만 간혹 소통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크게 2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첫 번째, 친구와 싸우는 경우처럼 어떤 사건이 자신의 자녀를 힘들게 할 경우이다. 내 자녀는 늘상 잘못을 했을리 없다가 되고, 상대방의 아이는 나쁜 아이로 쉽게 판단한다. 자녀를 믿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기에 이해한다. 하지만 때로는 그로 인해 잘못된 판단을 하기도 하고, 내가 공정하게 지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의심받을 때가 있다. 이럴 때 마음이 아프고 힘이 든다.
일 년에 한두 번 정도 이런 일이 있겠지만, 그로 인해 교단에 서는 것이 두려워지기도 한다. 나는 교사로서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다. 모든 제자를 공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힘들게 하는 아이도 있지만, 그 아이도 아직 미성년자이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하고 지도할 마음이 생긴다. 하지만 어른과의 소통은 조금 다르다. 학부모님들은 내 자녀가 겪은 일이 억울하거나 피해를 보았다고 느끼면 그 감정에 휩싸여 자녀의 말만 듣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아이들이 다투었다고 해도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금세 마음을 풀고 잘 논다. 그러나 부모님들은 학교 상황을 직접 보지 못하기 때문에 상상으로 모든 일을 확대해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로 인해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담임 선생님에게 감정을 쏟아내기도 한다. 나는 이것이 가장 힘들고 견디기 어렵다. 두 아이의 입장을 충분히 듣고 조율한 상황인데도 부모님이 분을 풀지 못하시는 경우가 많다. 억울한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로 인해 나의 지도가 불신받을 때는 정말 마음이 무겁다.
나도 신이 아니기에 완벽한 지도를 할 수 없다. 다만, 공정하게 지도하고 있다는 나의 진심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그리고 이 점을 꼭 이야기하고 싶다. 아이들은 미성년자다. 미성년자라는 뜻은, 아이의 시각으로 판단하고 부모님께 전하는 사실이 꼭 사실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자녀는 특별해서 절대 욕을 하지 않고, 절대 남을 힘들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 자녀의 판단이 항상 옳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리 직접 본 것이라 해도 앞뒤 맥락을 다 파악하지 못할 수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이기에 모든 변수가 가능함을 인정하고, 교사와 학부모는 함께 좋은 방향으로 아이를 지도하는 협력자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학부모님과 소통이 힘든 두 번째 경우는 바로 아이가 다치는 경우다. 아이 스스로 넘어진 경우에도 교사에게 화가 난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뛰지 말라고, 바르게 앉으라고, 매일 같이 열심히 지도를 했고 정말 열심히 가르쳤는데, 아이가 급하게 걷다 본인의 실수로 넘어졌는데도 불구하고 그게 내 탓이 되는 경우에는 정말 너무 속상하다. 사실은 이 경우 나의 마음이 많이 다치고 허탈해서 그동안 아이들을 위해 애썼던 마음이 상처를 받아 이제 더는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러나 교사의 길을 포기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언제나 아이들의 순수한 웃음과 따뜻한 마음이다. 아이들이 보내는 ‘사랑해요. 선생님’이라고 적힌 감사의 편지, 선생님을 믿고 따르는 모습들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한다. 학부모님들과의 소통이 어렵고 때로는 진심이 오해를 받더라도, 아이들이 자라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람이다.
이런 경험을 통해 학부모님들께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내 자녀는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때로는 그런 생각이 아이의 성장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아이들은 실수를 통해 배우고, 잘못을 통해 성장한다. 아이들은 실패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모님의 신뢰와 지지, 그리고 교사의 지도와 협력이 중요하다. 부모님들께 부탁드리고 싶다. 자녀의 말을 믿되, 교사의 말에도 귀 기울여 주시기를. 교사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실수도 있을 수 있겠지만 교사의 진심을 의심하지 말고, 함께 아이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협력해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