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에 대해 "무분별한 소비를 조장한다"는 글을 자주 접한다. 럭셔리 상품이나 여행 패키지처럼 경제력에 상관없이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 하거나 과시하기 위해 소비하는 것은 분명히 재검토가 필요하다.
나 역시 그런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어느새 소셜미디어와 거리를 두게 되었던 것 같다. 싸이월드 이후 페이스북을 놓치고 나니, 소셜미디어 없이 사는 것이 마음 편했다. 소셜미디어도 '결'이라는 것이 있는데, 아마도 나와 결이 맞는 플랫폼을 찾지 못했던 게 이유였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소비자'로 머무르기 때문이다. 세상에는 언제나 생산자와 소비자가 존재하듯, 소셜미디어도 마찬가지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양쪽 역할을 모두 하지만, 생산자에 가까워질수록 플랫폼에서 얻는 만족감과 성과는 훨씬 크다.
나도 인스타그램 생태계에 발을 들이며 소비자에서 생산자로 넘어가던 시기가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생산성'에 굶주렸던 나는 경제활동을 하진 않았지만, 인스타그램에선 무언가를 생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가정보육에 지쳤던 내게 인스타그램은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다.
나는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전업맘이었다. 하지만 인스타그램을 통해 새로운 만남과 연결을 경험하며 활력을 되찾았다. 경력 단절을 겪으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세상과 단절된 느낌이었는데, 인스타그램 덕분에 내가 여전히 사회의 일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정사각형 피드 안에서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며 위안과 공감을 얻고, 동기부여와 긍정적인 자극도 받을 수 있었다. 처음에는 육아 소통이 주된 관심사였지만, 점차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가 되었다. 북클럽에 참여하고 소소한 인스타그램 강의를 들으며 조금씩 내 세계를 확장했다.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나는 무엇을 잘,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까?'
진로에 대한 고민은 이십 대만 할 줄 알았는데, 나이가 들어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은 잠들어 있던 나의 세포를 깨웠고, 그 과정이 항상 즐겁진 않았지만 유의미한 영감을 주었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을 거의 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은 그런 시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언젠가 다시 필요하다면 돌아갈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