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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27. 2024

코로나가 브런치로 인도했다

가정보육맘, 코로나에 걸리다 


2020년 12월, 그 당시만 해도 코로나에 걸리면 큰일이 날 것처럼 느껴지던 시기였다. 물론 조심해서 걸리지 않아야 했지만, 날씨도 춥고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탓에 나는 아이와 주로 집에 머물렀다. 그나마 주 1회 40분이면 끝나는 미술학원에 아이를 보냈는데, 혹시 그 짧은 시간 동안 카페에서 걸린 걸까? 그렇게 나는 결국 코로나에 걸리고 말았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다행히도 남편과 딸은 멀쩡했다. 서울 버스를 타고 사람들과 섞여 지내던 남편, 그리고 미술학원을 다니던 딸은 아무 이상이 없었고, 나 혼자만 걸렸다. 결국 나는 집 안에서 격리되었고, 몇 시간 뒤 구급차를 타고 인근 연세대학교 기숙사로 옮겨졌다. 구급차가 얼마나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방화복을 입은 사람들의 안내를 따라 기숙사 방에 들어가며, 격리된 공간이 머릿속에 선명히 각인되었다.



열흘간 연세대 기숙사에 머물다, 아니 갇히다. 


기숙사는 2인 1실로 되어 있었고, 나는 룸메이트가 올지 말지 모르는 상황에서 짐을 정리하고 곧바로 노트북을 켰다. 코로나에 걸려 격리된 것은 분명 우울할 만한 일이었지만, 오히려 마음이 들떴다. 룸메이트 없이 혼자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자녀와 오래 붙어 지내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나만의 시간, Me Time’이 절실했던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아이에게 시선을 빼앗겨 내 얼굴을 제대로 마주할 시간도 부족한데, 내 마음과 생각을 돌아볼 여유는 더더욱 없었다. 그런데 강제로 미타임을 갖게 되다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있을까? 나는 곧바로 노트북을 열어 좋아하는 플레이리스트를 틀어놓고, 열흘간의 계획을 노트에 적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 피드도 기획하고, 넷플릭스 목록도 탐색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러던 중, 문득 떠오른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브런치’였다.



브런치 나랑 어울리는 곳일까


브런치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된 순간부터 이곳에서 나만의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하지만 작가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소문에 자신이 없었다. 이전 직장인 연구원 시절, 글 쓰는 일이 힘들었기 때문이다. 보고서를 제출할 때면 팀장님은 "신문이라도 읽으세요"라는 코멘트를 남기곤 했다. 그때부터 나는 스스로 글 쓰는데 소질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2월인 만큼, 내 안에 쌓인 수많은 이야기들을 한 번 쭉 정리해 써 내려가 보자는 강한 충동이 일었다. 그렇게 글을 써서 브런치에 지원했다. 



3일 뒤, '브런치 작가로 승인되었습니다.'라는 메일을 받았다. 그 순간의 기쁨은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난다. 나에게 주어진 새로운 기회가 설레면서도 벅찼다. 



무의미한 경험은 없다. 


콘텐츠를 올리고, 별것 아닌 듯한 글을 써보는 일들. 이 모든 것이 당장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더라도, 돌아보니 매우 의미 있는 경험들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인스타그램, 브런치, 그리고 유튜브까지 시도했던 모든 것들이 지금은 내게 소중한 자양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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