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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Oct 27. 2024

나의 뾰족한 무기 찾기

북클럽을 찾다. 


코로나로 인해 여러 곳에서 온라인 북클럽이 활발히 운영되던 시절, 나도 한 인플루언서가 주최하는 북클럽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었다. ‘나의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갈증이 컸고, 경력 단절로 인해 사회와 멀어지는 느낌이 나를 힘들게 했다. 생산성이 없는 자신을 마주하는 건 꽤 괴로운 일이었다.



그 북클럽은 총 50명이 참여할 수 있었고, 매주 3회 밤 11시에 진행되었다. 지원해야만 참여할 수 있었기에 나는 당연히 50명 안에 들 거라 기대하며 연락을 기다렸다. 그러나 1기에 들지 못했고, 누군가 이탈해야만 들어갈 수 있는 대기자 명단에 올랐다.



One Thing


내가 북클럽을 찾은 이유는 분명했다.
첫째, 책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둘째, 인플루언서가 전하는 인사이트를 통해 나에게 필요한 조언을 얻고 싶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의 뾰족한 ‘무언가’ 또는 나만의 무기를 찾고 싶었다.



얼마 후 대기자에게 자리가 생겼다는 연락을 받았고, 오랜만에 나를 위한 투자를 하기로 결심했다. 매월 2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북클럽에 투자하며 새로운 시작을 다짐했다. 북클럽은 엄마들이 아이를 재운 뒤인 밤 11시에 시작되었고, 리더가 추천한 책을 미리 읽고 과제를 제출해야 했다. 소그룹으로 나누어 책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각자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해 논의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넷플릭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대신, 북클럽에 참여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에 처음엔 큰 만족감을 느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나만의 뾰족한 무언가가 없이는 이런 모임이 오히려 나를 힘들게 만든다는 것을.



열정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50명의 사람들이 모인 커뮤니티는, 각자 자신만의 무기를 가진 사람들이 어울리기 적합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무기가 없었고, 정체성의 혼란을 느낀 나는 결국 북클럽을 나왔다. 그 후로도 한동안 방황의 시간이 이어졌다. 



도피처가 필요했다.  


나는 좋아하는 것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한 단어로  정의하기는 어려웠다. “한 가지로 명확하게, 뾰족하게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정하라”는 말이 오히려 반항심을 불러일으켰다.



매일 열심히 기록하던 인스타그램조차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무언가를 계속 증명해야 하는 이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곳에서 잠시 도망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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