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 때리기가 뭐 어때서?

멍 때리기 예찬론자의 엄지발가락 얹기

by 위수정 기자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 안 해”


’어떻게 사람이 아무 생각을 안 하지? 나한테 말하기 싫어서 그런 거 아니야?’

누구는 넋을 놓고 있는 나를 보면서 이렇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정말 아무 생각을 하지 않고 있는 경우가 종종 있다. 멍 때리는 시간은 하루 중 나에게 아주 중요한 과업 중에 하나다.


“그럴 시간이 있어? 멍 때리는 것도 사치일 정도로 바빠”

라고 한다면 난 사치를 부리는 사람으로 생각하자. 명품을 사재끼는 사치는 못 부리니 멍 때리는 시간을 ‘굳이’ 만드는 사치.

‘멍 때리기’가 뇌의 피로를 풀어주고, 기억력 증진에 좋다는 기사는 연구하기 좋아하는 영국의 자료뿐만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이미 많이 나와 있으니 멍 때리기 네 글자만 검색해도 연구 결과를 찾아볼 수 있다.


간혹 멍 때리는 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시간을 허투루 쓰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의외로 시간 낭비를 돈 낭비보다 더 싫어한다. 나의 말버릇 중에 하나가 “이 시간에 ~~을 했겠다.”일 정도로 매 시간마다 ‘이 시간이 얼마나 유용한가’의 기회비용을 따지고 있다. 돈 주고 살 수 있는 물건엔 크게 집착하지 않는다. 예산을 짜고 돈을 벌어서 사면되니까. 시간은? 돈 주고 살 수 없다. 지금도 1초씩 1분씩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시간 낭비를 어느 정도 싫어하는지는 단적으로 내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사람과 있어야 되는 시간에서 드러난다. 그 사람과 마주 앉아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눠야 하는 것 자체보다 ‘이 시간에 책을 몇 페이지는 더 읽을 수 있는데’, ‘낮잠을 자는 게 나에게 더 이롭지 않을까’ 등의 생각이 나를 괴롭힌다.

재미없는 TV 프로그램, 드라마, 영화? 일말의 고민 없이 다른 채널로 돌리거나 상영관을 빠져나온다.


째각째각 흘러가는 하루 속에서 시간을 이렇게나 유용하게 쓰려고 노력하는 내가 멍 때리기 시간을 꼭 만들어두는 이유는 멍 때리기만큼 사치 부리기 딱 좋은 것은 없으니까. 단, 하루 종일 뒹굴 거리면서 멍까지 때리는 어마 무시한 사치는 금지다. 바쁜 일과 중의 멍 때리는 시간은 '낭비'가 아니라 '소비'이다.


내가 멍 때리기의 예찬론자가 된 이유는 종종 받는 질문과 그 대답에 있다.


“글 쓰거나 방송 아이디어 찾는 방법이 무엇인가요?”


“가만히 있을 때요.”


누구는 내 대답을 ‘어머, 위 작가님은 사색하실 때 아이디어가 나오시는구나’로 받아들일 수 있을 텐데, 정확히 짚자면 ‘가만히 멍 때릴 때’이다. 기계처럼 일할 때는 잡생각이 안 들고, 그 일을 끝내기 위해서 몰두하다 보니 아이디어가 디벨롭이 잘 안 된다. (아이디어 회의를 하려고 각종 자료 속에서 소스를 찾는 일을 제외한다.)

아무 생각이 1도 없이 멍 때리는 시간은 길어야 10분 아니 5분이다. 어차피 인간은 생각하는 동물로 만들어져 그 후에는 부지불식간에 생각이 스멀스멀 들어오게 되어있다. 이 때다. 난 이 시간을 사랑한다.


세계적인 그룹 GE의 전 회장 잭 웰치는 매일 1시간씩 창밖을 멍하니 바라봤다고 하고, 철학의 창시자 칸트는 휴식을 금처럼 여겼고, 아직 여러분만 아는 위수정 작가는 소개팅에 나가 있는 시간보다 멍 때리는 시간이 제일 유용하고 영감의 원천이라 말했다.


유명인들과 어깨를 겨룰 수도 없는 나 또한 멍 때리기의 예찬론자라고 엄지발가락이라도 얹어보겠다.


멍 때리기의 선두주자로 이 시간에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 언급하고 글을 끝내겠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1. 스마트폰 보기.

(스마트 폰을 보는 순간 이건 뇌를 쉬게 하는 것이 아니라 뇌를 능욕하는 것이다. ‘쉬는 줄 알았지~~~? 카톡 답장이나 해라, 상위 뉴스 30이나 봐라’)


2. 음악 듣기.

(이건 멍 때리기가 아니라 음악 감상의 시간 또는 휴식 시간이지 멍 때리기가 아니다. 멍 때리고 싶다면 음악 멜로디에 관심도 없고,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든 가사가 나오는 음악을 골라라.)


해야 할 것 1. 멍 때리기에만 집중해라. 아무것도 하지 말아라. 필사적으로.


멍 때리기 좋은 장소. 1. 한강 벤치, 2. 놀이터 그네, 3. 침대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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