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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29. 2020

오하늬 "연기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있었죠"

오하늬 "연기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 다 인정하니까 마음 편해"

오하늬.(제공=양동민 사진)


다음 내용은 12월 2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아시아뉴스통신=위수정 기자] "저 원래 연기 그만두려고 했어요."


올해 영화 ‘디바’(감독 조예슬)에서 이영(신민아 분)과 수진(이유영 분)의 후배 강초아 역으로 관객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오하늬는 올 한 해를 “내년을 위해서 잘 쉰 해”라고 말했다.


영화 ‘디바’는 세계적인 다이빙계의 디바 이영이 동료이자 절친 수진과 함께 교통사고를 당한 후 실종된 수진을 향한 의문스러운 말들이 쏟아진다. 최고를 지키고자 하는 강렬한 욕망과 오랜 시간 친구로 지낸 수진이 자기가 알던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이영을 광기로 몰아넣는 미스터리 스릴러 내용이다.


오하늬는 이영을 존경하며 그의 옆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수진을 압박하며 극의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디바’ 현장을 떠올리며 "연기만 하는 현장이 아니라 액션도 있고 운동도 해야 해서 재미있었다. ‘디바’를 찍기 전에 MBC 드라마 ‘이별이 떠났다’ 촬영과 ‘디바’ 훈련이 병행됐고,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디바’ 촬영이 들어갔다. 또 ‘디바’ 촬영이 끝남과 동시에 tvN 드라마 ‘왕이 된 남자’ 촬영이 들어가서 정말 바빴다. 그럼에도 연기를 하면서 뭔가를 배울 수 있는 거는 다 좋다"고 회상했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디바’에서 배우들이 5미터 깊이의 수영장에서 다이빙과 수영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는 철저한 연습을 통한 과정으로, 오하늬는 수영을 잘하지 못했다고 웃으며 얘기했다. "오디션 때 감독님이 "수영할 줄 알아요?"라고 물으셔서 "아버지가 수영선수였다"고 대답했는데 모두가 "저는 수영을 잘해요"라고 들으신 거였더라고요. 처음 훈련을 나갔는데 제가 수영을 너무 못하니까 다들 놀라더라고요. 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한테 수영 레슨을 받았기 때문에 제가 잘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너무 못해서 저도 놀랐어요. (웃음) 나중에 코치님이 국가대표 선수까지 불러서 개인 레슨까지 해주셨죠. 5미터 깊이의 수영장은 너무 무서웠어요."


여배우로서 수영복을 계속 입고 연기한다는 것의 부담감도 있었을 테지만 오하늬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털털하게 답했다. "일부러 촬영 현장의 스탭들을 여자로 많이 배치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오히려 여자 스탭이 많아서 남자 스탭들이 더 민망했을 거 같아요. (웃음) 다이빙 선수 옷은 마찰을 줄여야 해서 더 타이트하고 작아야 하다 보니 저보다 민아 언니(신민아)나 유영 언니(이유영)가 더 민감했을지 모르겠어요. 첫 훈련을 나가고 감독님과 배우들이 다 같이 목욕을 해서 그런지 여자들은 같이 목욕하면 친해지잖아요. 그래서 금방 친해져서 그런지 촬영 현장이 부담스럽지는 않았어요."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초아는 이영을 대신해 광고 촬영에서 대신 다이빙대에 서는 것에 대해 그는 "초아는 악의를 가지고 그런 게 아니기 때문에 미워할 수 없다. 영화를 보면 초아가 수진이를 괴롭히는 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영이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자기도 정정당당하게 그 자리에 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에 그러지 않았을까 싶다. 편집된 부분이 있긴 한데 초아는 이영이가 너무 좋고, 같이 더블로 뛰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수진이가 싫은 게 아니라 둘이 좀만 떨어져서 각자 꺼 챙겼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초아랑 저랑 비슷한 면이 있는 게 악의를 가진 건 아니지만 욕심이 많아 보일 때가 있다. 밉지 않은 욕심 같은 게 있다"며 설명했다.


이어 수진이 실종됐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초아라면 어떤 생각을 했을 거 같냐는 물음에 "수진이가 사고를 당하기 전 날 자기가 한 마디 한 게 있으니 찝찝하겠지만 초아는 멘탈이 강하다. 막내이지만 광고장에서 이영을 대신해서 대타로 뛰어내릴 때도 웃으면서 잘하기 때문에 '나 때문에?'라는 생각을 안 할 거 같다. 그런데 저라면 왠지 저 때문일 거 같다는 생각을 할 거 같다. (웃음) 감독님은 제가 겉모습이 초아같다고 하셨지만 저는 소심한 면이 있어서 초아의 쿨함이 부럽다"고 밝혔다.


사진=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오하늬는 영화 ‘디바’를 통해 성장 과정이 된 작품이라고 말했다.


"저에게 여러모로 고난의 시간이었는데 혼돈과 고난 속에서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스킬적인 거뿐만 아니라 현장을 대하는 태도를 달리하게 됐죠. 이렇게 바쁘게 지낸 게 처음이었는데 ‘무조건 열심히 하겠습니다!’가 아니라 제가 어떻게 컨디션 관리를 하고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지 배울 수 있었어요. 연기하면서 몸도 같이 써야하다 보니 배우들이 왜 예민해지는 지 알 거 같더라고요. 또한 ‘디바’를 하면서 자신감과 자존감이 많이 회복되기도 했어요. 그 당시에 배우로 성장하면서 역할도 커지고 고민이 많았는데 민아 언니가 조급해하지 말라고 좋은 말을 많이 해줬어요. 한편으로 그때 바빴던 게 좋았던 거 같아요. 안 그랬으면 더 힘들었을 거 같아요. 스물아홉에 아홉수를 겪으면서 ‘20대의 마지막을 이렇게 보내야 하나?’ 떠올리며 어느 날은 막연하게 20대의 마지막이 너무 아깝다고 느껴졌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거 같아요. 이제 시작인데, 지금이 더 좋아요. 곧 시작할 거를 기다리는 사람 같아요. 사람들이 제가 쉬고 있다고 하면 도리어 걱정하는데 저는 지금 곧 도래할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어서 신나는데 말이에요. 지금 별로 하고 싶은 마음도 없는 게, 코로나 때문에 자꾸 엎어지고, 멋있게 할 수 있는 거 축소해서 하니까 별로 아깝지 않아요."


그는 얼마 남지 않은 2020년을 정리하면서 "잘 쉬었다"고 시원하게 답했다.


"올 한 해 쉬면서 너무 잘한 거 같아요. 무슨 선택을 하든 다 잘 한 거 같아요. 저는 쉰다는 게 제 머리가 쉬지 않으면 쉬는 게 아니에요. 생각이 많아서 잘 못 쉬는데 이번에는 많이 내려놔서 쉰다고 표현을 할 수 있어요. 며칠 전에 외장하드를 다 날렸는데 이게 참 다행인 게 제가 정리병이 있었는데 차라리 날리니까 새로 시작하면 되더라고요. 최근에는 친오빠 회사에 나가서 편집 일을 도왔는데 배우길 잘한 거 같아요, 나중에 유튜브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라고 긍정적으로 답했다.


오하늬.(제공=양동민 사진)


오하늬는 연기를 그만두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다시 시작하기로 생각한 지 얼마 안 됐다고 속내를 털어놓았다.


"제가 지치기도 하고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거 같았고, 고집을 부린 면도 있더라고요. 스스로 진정성을 찾지 못하거나 정당화되지 않으면 대사를 내뱉을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게 어떻게 보면 굉장한 고집이더라고요. 그렇지 않을 수도 있고 그렇게 생각한 캐릭터일 수 있는데 ‘나는 왜 나대로만 생각했을까?’ 깨달았어요. 저는 이 말이 이해가 안돼서 대사를 뱉지 않겠다고 했지만 어떻게 보면 모순적이지만 진정성 있는 척하면서 게을러진 거죠. ‘난 기계적인 연기하기 싫다’고 하면서 기계적인 연기를 안 하려면 더 고민을 했어야 하는데 고민을 멈춰버린 모습이 따지고 보니까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고 있는 거더라고요. 다들 잘 해내고 있는데 저는 못 하고 있으면서 안 한다고 있다고 고집을 부린 거였어요. 귀여운 연기만 하는 게 싫다고 생각한 적이 있어요. 맨날 귀여운 역할만 시키니까요.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귀여운 연기로 정점을 찍은 것도 없으면서 왜 귀여운 역할은 하기 싫다고 생각했지?’ ‘죽을 때까지 귀여운 거 하면 되는데 왜 그런 고집을 부렸지?’라고 자각하게 됐어요. 그때는 고상한 척하는 고집이 있었어요. 생각이 너무 많았으니까 이제는 쉬지 않고 현장에 있어야겠다고 느꼈죠."


이어 다시 연기하고 싶다고 마음먹게 된 계기를 묻자 그는 한동안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나의 정확한 계기라기보다 고민을 하던 중 전 회사 이사님께서 오디션을 잡아주셨는데, 오디션을 보러 가고 있는 저 자신이 주문을 걸고 있더라고요. ‘난 이거 하기 싫고 되도 안 할 거야’이러면서 갔는데 오디션 현장에서 감독님이 해주신 말이 마음에 꽂혔어요. “많이 지친 거 같다. 하늬 씨는 밝아야 할 거 같다”면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처음에는 희망 고문 같아서 화가 났어요. ‘이제 진짜 그만하려고 하는데 왜 또 나에게 이런 좋은 말을 해주지?’ 싶었죠. 그 후에 오디션 3번을 보러 갔는데 다 연기 포기하지 말라고 좋은 말을 해주셨어요. 그때 제가 이런 얘기를 듣고 아무렇지 않았으면 진짜 안 하는 건데 속상했잖아요. 제가 화가 나고 요동친다는 게 조금이라도 연기하고 싶다는 거니까 인정하기로 했죠. 연기를 왜 안 하고 싶어 했는지 알게 되기도 했고, 그걸 다 인정하고 시작하니 마음이 편할 거 같아요."


오하늬.(사진=이인영 포토그래퍼)


통통 튀는 귀여운 외모를 가진 오하늬는 시 쓰는 게 취미라고 말해 놀라게 했다. 스무 살부터 감성 넘치는 글을 올리는 걸 좋아했다는 그는 "에세이는 제 말투가 들어가서 조금 오그라드는데 시는 담백하게 써서 좋다"며 "오디션을 볼 때 제가 그 역할이 되어 시를 써서 감독님께 제출한 적도 있다. 제 SNS에 ‘캔디포엠’이라고 해서 올린 시 중에 제가 무슨 역할이 되어서 그 시를 썼는지 찾는 재미가 있을 거다"고 밝혔다. 왜 ‘캔디포엠’이라고 올리냐는 물음에 "배우 히스 레저와 애비 코니쉬가 나오는 '캔디'라는 영화가 있었다. 여자 주인공을 캔디라는 애칭으로 부르는데 영화 한 편에 이 여자의 예쁜 거와 못생긴 모습까지 희로애락을 다 보여준다. 그때는 ‘나도 저런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저런 연기를 해보고 싶다’고 발전했다. 한 번 사는 인생 겪을 거 다 겪어보고 싶다"고 전했다.


오하늬는 자신이 좋아하는 시로 안희연의 ‘소인국에서의 여름’을 꼽았다. "이곳에선 누구나 아름답게 웅크리는 법을 연습합니다"로 시작하는 시구가 "곧 도래할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고 준비하면서 재정비를 하고 있어서 신난다"고 앞서 말한 오하늬의 모습과 겹쳐 보였다. 2021년에는 활발하게 활동하고 싶다는 오하늬의 차기작이 기다려지며 인터뷰를 마쳤다.


한편, 오하늬는 2021년 1월에 영화 ‘관계의 가나다에 있는 우리는’으로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https://www.anewsa.com/detail.php?number=231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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