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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05. 2021

'베르나르다 알바'의 침묵,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리뷰] '베르나르다 알바'의 침묵,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제공=정동극장


다음은 3월 4일에 나온 공연 리뷰 기사 내용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하얗게 빈 무대에 검은색 의자 열 개가 벽에 붙어 놓여있다. 공연 시작 전부터 왠지 모를 긴장감에 입이 바짝 마른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2018년 국내 초연 당시 18명의 여배우로 구성돼 주목을 받고 화제가 된 작품으로 3년 만에 돌아왔다. 특히 초연에서 ‘베르나르다 알바’ 역으로 연기했던 배우 정영주가 재연에서는 출연과 함께 직접 프로듀서로 함께 한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20세기 스페인을 대표하는 시인이자 극작가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의 희곡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의 유명 작곡가 마이클 존 라키우사에 의해 넘버 20곡의 뮤지컬로 재탄생 된 작품이다.

1930년대 초,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한 마을. 베르나르다 알바는 그녀의 두 번째 남편 안토니오를 잃고 늙은 어머니, 그리고 다섯 딸과 지내고 있다. 베르나르다 알바는 안토니오의 8년상을 치르는 동안 그녀의 가족들과 식솔들에게 극도로 절제된 삶을 일방적으로 강요한다.


제공=정동극장


시놉시스만 보고 공연장에 들어갔을 때는 ‘극도로 절제된 삶을 살다 엄마로부터 해방하며 자유를 찾아가는 내용인가?’ 싶었다. 그리고 100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해서 보고난 후 베르나르다 알바의 대사는 “침묵, 쉿!”. 잠시 멍해졌다. tvN 드라마 ‘도깨비’에서 배우 김병철이 뱉은 대사가 생각난다. “보아라, 결국 파국이다.”

지난 1월에 열린 프레스콜에서 ‘베르나르다 알바’의 연출 연태흠의 말을 빌리자면 “‘베르나르다 알바’는 여성 서사이기도 하지만 폭력의 순환구조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여성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중요하지만 인간의 폭력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로 작품의 방향을 가지고 가고 싶다고 정영주 프로듀서와 같이 진행했다”고 한다.

베르나르다 알바가 다섯 딸에게 가하는 억압과 정신적 폭력은 끝이 나지 않는다. “내 보호 안에서만 편안하게 숨 쉴 수 있지”라고 말을 하지만 딸들은 결혼이 아니면 바깥으로 나갈 수 없어 더욱 자유를 향한 갈망의 몸짓을 던진다. 첫째 딸 앙구스티아스의 약혼자 뻬뻬는 그녀가 상속받은 돈을 보고 좋아하고, 막내 딸 아델라는 뻬뻬와 밀회를 즐긴다. 그리고 셋째 딸 마르띠리오는 뻬뻬를 짝사랑하며 견고할 거 같은 알바의 집에 균열이 생긴다.

아델라는 자신의 사랑을 위해 울부짖으며 큰소리를 내지만 결국 비극으로 끝난다. 그리고 알바는 아델라를 처녀처럼 꾸며 잠든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라고 말한다.


제공=정동극장


알바의 폭력이 끝이 나고 자신을 각성하는 신파적인 요소는 전혀 없다. 그래서 더 묵직하고 명징하게 다가온다. 세상이 변해가고 드라마, 영화, 공연 등 여성 서사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는 요즘이지만 폭력에 대한 연결고리는 여전히 끊어지지 않고 있다.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무거운 이야기를 다루지만 볼거리도 있다. 배우들이 직접 손뼉을 치고 발을 구르며 플라멩코 춤을 추고 리듬을 만들어 스페인의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매진행렬을 이어가는 뮤지컬 ‘베르나르다 알바’는 14일까지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공연되며, 19일부터 28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507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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