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수정 기자 Apr 10. 2021

김아영-최석진, 여자 셰익스피어와 나르시시스트 로미오

제공=(주)연극열전


다음은 3월 15일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연극열전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로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 뮤지컬 부문에 선정작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고 있다.


영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현재까지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로미오와 줄리엣’ ‘베니스의 상인’ ‘맥베스’ ‘햄릿’ 등 38곡의 희곡과 시집, 소네트집을 냈다.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셰익스피어가 집필 중인 원고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고가 알 수 없는 거센 바람에 두 대본이 섞이면서 ‘미지의 공간’에서 만나게 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유 의지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또한 16세기 셰익스피어의 집필실에 들어온 듯 작품의 몰입감을 높여 주는 무대 디자인과 소극장의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속 배경과 미지의 공간까지 효과적으로 보여주는 무대 연출, 그리고 건반, 바이올린, 첼로로 구성된 3인조 라이브 밴드가 연주하는 다채롭고 서정적인 르네상스풍의 음악으로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는 평이다.


열리뉴스통신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셰익스피어 역의 김아영과 로미오 역의 최석진을 만나 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제공=(주)연극열전


다음은 김아영, 최석진과 일문일답이다.


Q.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에 함께하게 된 계기와 공연을 한 소감은.


아영 – "연극열전의 작품을 해왔고, ‘인사이드 윌리엄’에 대해서 리딩 때부터 알고 있었는데 젠더 프리 계획이 있는지 모르고 있어서 제가 할 공연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제가 줄리엣을 하지는 않을 테니 말이다. (웃음) 그래서 대표님이 넌지시 제안을 해줄 때 당황했고 신선한 도전이니까 당연히 해보고 싶었다. 초반에는 (최)호중 오빠 회차가 많았지만 하면 할수록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거 같다. 점점 극 속에서 셰익스피어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거 같고 햄릿과 줄리엣, 로미오를 보는 재미도 있다."


석진 – "연극열전이어서 한 거 같다. 그 전에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못했다가 이번에 불러주셨을 때 좋았다. 연극열전 작품에 대한 로망이 있는 배우가 많다. 드디어 함께하게 돼서 좋다. 초반에 (주)민진이 형이 부상으로 인해 제가 원캐스팅으로 공연을 하다 보니 주변에 걱정을 많이 해주셨다. 그런데 저도 저만의 쉬는 방법도 있고 몸이 달궈진 상태가 유지되는 걸 좋아해서 괜찮았다. 오히려 취미가 없어서 쉬면 어떻게 쉬어야 할 지 모른다. 이번에 정말 고마웠던 건 컴퍼니 분들도 그렇고 팀의 형, 누나들이 배려를 많이 해주셨다. 별 것 아닌 거 같지만 콜타임을 일부러 늦게 해줬는데 한 두 시간 차이가 배우 상에서 큰 차이가 있다. 그래서 거절하지 않고 "감사합니다"라고 하며 막내가 제일 늦게 도착했다. (웃음) 또한 제가 심리적으로 비틀거릴 때 동료 배우들이 응원을 많이 해줬다."


Q. 남자 배우라면 한 번쯤 꿈꿀 ‘로미오’ 역이지만 정극에서 진지한 로미오의 모습은 아니다. 하지만 무대에서 로미오가 극의 재미를 이끌어 가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석진 - "대표님과 제가 처음 미팅을 할 때 로미오에 대한 설명이 초고에는 ‘외모 빼고는 자랑할 게 없다’고 적혀 있었다. 누가 봐도 제가 로미오 외모가 아니고 등장하자마자 확 시선을 끄는 게 있어야 하는데 왜 저한테 로미오를 시키는지 궁금했는데 대표님이 "그래서 더 웃길 거 같다"고 하셨다. ‘아 대표님이 생각한 확실한 로미오가 있구나, 대본상에서 원하는 로미오의 역할이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수행하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다."


Q. 셰익스피어가 최호중 배우와 함께 젠더 프리인데 왜 젠더 프리로 했다고 생각하나.


아영 - "셰익스피어 롤이지만 극 중 극으로 오필리어, 유모, 줄리엣 아빠, 햄릿 아빠로 남녀 역할이 멀티로 들어가는 캐릭터이다. 호중 오빠도 여자 역할을 해야 하고 셰익스피어를 제외하고 나면 남녀 역할을 소화해도 된다. 극을 하면서 느낀 거는 셰익스피어의 고뇌나 고민이 남녀로서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지 않는다. 누가 해도 어떤 사람인지가 중요하지, 남녀가 중요하지 않은 거 같다."

제공=(주)연극열전

Q. 웃음이 끊이지 않았던 연습 현장이라고 하는데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인가.


아영 –" 연습하면서 제일 즐거웠던 순간은 최호중이다! 80퍼센트가 호중 오빠 때문이었다. 거의 10년 만에 호중 오빠와 공연을 하는데 그사이 나이도 들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됐지만 여전히 너무 웃기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가볍지만, 무게감 있는 따뜻함이 더 생겼더라. 휘발되는 웃음도 있었지만 호중 오빠가 저희 팀을 끌어안고 있는 기분이라 더블로서 행복했고 제 웃음 소리 밖에 안 들렸을 거 같다. 그다음으로 로미오 역의 주민진, 최석진이 너무 웃겼다."


석진 – "너무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지만 저도 호중이 형이었다. 너무 오랜만에 어른을 만난 느낌으로 멋진 어른을 만난 거 같다. 혼자 먼저 망가져 주고 절대 싫은 소리 안 한다. 또 호중이 형이 이상한 걸 잘한다. 1을 디렉을 하면 10을 한다. 호중이 형이랑 밥 먹으러 가면서 이야기했는데 "우리가 먼저 이렇게 해줘야 동생들도 더 가도 되겠구나? 동생들이 표현하고 싶은 연기를 이상하게 보지 않게끔 창작 초연은 그러면서 만들어지는 거"라고 말을 해주셨다. 항상 오버해서 뭔가를 보여주셨지만 무대에서는 절대 그렇지 않다. 상대 배우를 끌어내는 형이더라."


Q. 반면 잘 안 풀렸던 지점은 언제였나.


석진 –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는 로미오가 밉상으로 보이지 않을까 고민했다. 혼자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에서 작가님, 연출님과 얘기하면서 로미오의 욕망을 순화시키면서 사랑스럽게 표현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 저희는 시키는 대로 했다."


아영 – "호중 오빠랑 대화했지만 어찌 됐든 셰익스피어 고민 속에서 시작하고 마무리가 된다. 큰 줄기를 반복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고 뻔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달려가는데 긴 호흡을 어떻게 섬세하게 쪼개서 셰익스피어의 고민과 해결의 지점으로 볼까 고민했다. 저는 여태 연기를 하면서 주인공인 셰익스피어 롤보다 조연인 다른 캐릭터를 많이 한 롤이었다. 호중 오빠랑 제가 에너지를 쓰는 거에 익숙한 조연에 특화된 사람들이라 이런 고민을 많이 했다. 셰익스피어라는 롤 때문에 동생들이 빛날 수 있는 걸 고민하는 거 같다. 저의 감정을 누르면서 극의 마지막까지 가져가자고 생각했다. 고민하면 할수록 재미있다는 게 이런 거 같다. ‘이게 이런 감정이 여기서 생기는구나’ 싶으면서 힘들었지만 재미있다."


석진 – "셰익스피어들에게 고맙 다기보다는 이런 고민을 하는 게 보였다. 저는 나이가 어리니까 ‘저기서 형, 누나가 좀 더 뭘 해도 될 거 같은데’ 싶었지만 두 분은 ‘어떻게 하면 우리가 같이 살고 우리가 애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을까’ 고려하는 게 보였다. 누구 하나 희생을 하는 걸 다른 사람들이 그 마음을 알 때 연습실 분위기가 좋을 수밖에 없다."

제공=(주)연극열전


Q. 셰익스피어에게는 햄릿과 줄리엣이 이야기에 나갔는데 아쉽지는 않았나.


아영 – "캐릭터들이 자유 의지를 갖고 제 이야기에서 나갔지만 모든 게 윌리엄의 생각이다. 대사에서도 “어떻게 보면 내가 바랬던 걸지도 모르지” 라고 하듯이 중간에 저도 작품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혀서 난리법석을 치지만 결국 그들의 삶을 축복하고 주인공이 되고 싶은 로미오조차도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거 같다."


Q. 로미오한테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명작에서 줄리엣이 빠진 건데 외롭지 않았나.


석진 - "‘인사이드 윌리엄’에서 로미오는 줄리엣을 사랑하기보다 ‘사랑에 빠진 나를 사랑하는 로미오’다. 줄리엣이 떠난 슬픔보다 슬픔에 젖은 내 모습에 더 심취해 있다. 그래서 저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장면에서도 줄리엣을 잘 쳐다보지 않는다. 공연 전에도 줄리엣 배우들에게 “내가 잘 안 쳐다 볼 거다”고 미리 말을 한다. 저에게만 집중된 캐릭터여서 줄리엣이 떠난 슬픔은 없다. 그리고 나올 때마다 꽃가루를 뿌리는데 적은 양을 뿌리는 건 디렉팅이었다. 연습할 때 세 개를 뿌렸더니 연출님께서 고민하시더니 네 개로 가자고 하시더라. 로미오의 하찮음을 표현하기 위해 적은 양을 뿌리는 거지 무대 뒤편에 꽃가루는 쌓여있다. (웃음)"


[다음 내용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1366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승리호' 김태리 "나는 복이 넘치는 사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