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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11. 2021

[인터뷰①] 김바다-한재아 "꼭 주인공이어야 할까요?"

제공=(주)연극열전

다음은 3월 17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만약 셰익스피어의 원고가 뒤섞여서 캐릭터들이 한 공간에서 만난다면?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연극열전의 첫 번째 창작 뮤지컬로 셰익스피어가 집필 중인 원고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원고가 알 수 없는 거센 바람에 두 대본이 섞이면서 ‘미지의 공간’에서 만나게 된 햄릿과 로미오와 줄리엣이 자유 의지를 가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202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창작 뮤지컬 부문에 선정작으로 관객의 호평을 받은 가운데 3월 2일 초연을 시작해 관객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사회가 정한 ‘인생 성공 가이드’를 따라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현실을 비유적으로 담아낸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명작의 주인공 대신 아무도 읽지 않는 평범한 ‘내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남는 줄리엣과 햄릿, 자신의 욕망을 당당히 드러내고 좇아가는 로미오, 그리고 그들과의 만남으로 세상이 원하는 결말 대신 ‘내’가 원하는 결말을 찾아가는 셰익스피어를 통해 ‘특별하지 않아도 충분히 가치 있는 삶’의 의미를 전한다.


열린뉴스통신은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햄릿 역의 김바다와 줄리엣 역의 한재아를 만나 극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제공=(주)연극열전

다음은 김바다, 한재아와 일문일답이다.


Q. 김바다 배우는 뮤지컬 ‘데미안’ 이후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는데 어땠나.


바다 – "공연 전에는 익숙한 곳이어서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첫 공연 날 무대 뒤에 있는데 실감이 나더라. 아트원씨어터가 저에게는 익숙한 곳이고 뮤지컬 데뷔한 곳이기도 한데 그날은 좀 "낯설었다. 막이 열리기 전에 설레기도 했다."


Q. 한재아 배우는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자 신인상을 받은 후 첫 공연인데 긴장됐을 거 같다.


재아 - "연습할 때부터 좀 그랬다. 많은 작품을 해본 게 아니고 재미있는 극은 처음이니까 거기서 오는 부담도 있고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고 싶은데 안 좋게 보시면 어떡하나 걱정도 있었다. 그래도 떨린 거에 비해서 재미있고 즐겁게 공연을 하고 있다."


Q.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에 함께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바다 – "솔직히 시기가 딱 맞았고 연극열전이랑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코미디에다가 뮤지컬이라고 하고 고전 작품을 비틀었다는 설정도 흥미로웠다. 그게 제일 컸던 거 같다."


재아 – "작품을 하자고 콜이 온 게 처음이라 전화 받았을 때 바로 하겠다고 했다. (웃음) 이야기도 재미있었고 소재가 신박했다. 개인적으로 행복한 극을 하고 싶기도 했었다. 연출부도 제가 그전에 같이 했던 연출부라 더 믿음이 갔고, 연극열전은 좋은 작품만 올린다고 들어서 여기서 나한테 연락이 온 건가? 싶어서 바로 하겠다고 했다."


바다 – "줄리엣이어서 한 거 아니고? (웃음) 연극열전이라고 하면 또래 배우들뿐만 아니라 선배들도 다 좋아하고 같이 작업을 하고 싶어 한다."


제공=(주)연극열전

Q. 뮤지컬 ‘인사이드 윌리엄’은 셰익스피어 작품이지만 정극이 아니라 코믹한 부분이 있는데 햄릿과 줄리엣의 이미지가 달라서 어떻게 느껴졌나.


바다 – "그 부분이 제일 흥미로웠다. 클리셰적인 햄릿도 아니고 복수할지 말지의 플롯도 있지만 권력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시와 문학에 관심이 있고 작은 반전이 있어서 좋았다. 관객들이 보기에 흥미롭지 않을까 싶었다."


재아 – "변한 줄리엣을 연기할 때 저로 생각하고 연기하는 게 많다. 결혼 안 하고 주체적으로 살고 싶어 하는 줄리엣을 보며 현대 사회 살고 있으니까 저답게 하는 게 사람들이 와 닿지 않을까 생각해 저답게 하려고 하는 편이다."


Q. 웃음 만발 연습 현장이었다고 하던데 가장 즐거웠던 부분은.


재아 – "(최)호중 오빠가 70%를 차지하며 모두가 웃겼다. 런을 돌다가 삐걱거리며 어긋나는 것도 웃기고 만들어가는 과정도 재미있고 웃기더라. 너무 행복했다."


바다 – "어느 정도로 웃겼냐면 ‘인사이드 윌리엄’이 연습실 버전이 따로 있는 거 같은 느낌이었다. 연출님의 주도하에 많이 정리된 편이다. 연습실에서는 프리하게 많이 시도한 버전이 있는데 정말 웃겼다. 저희가 연기를 선보이고 나면 연출님이 이마를 짚으시며 “공연 때 안 할 거지?”라고 물었었다. 호중이 형이 제일 웃기더라."

제공=(주)연극열전

Q. 김바다 배우는 남자 배우로서 로미오 역이 탐나지는 않았는지.


바다 – "저의 더블(임준혁)이 로미오를 너무 탐냈다. 귀에 딱지가 앉게 들었고 “로미오 너무 매력적이지 않니, 귀엽지 않니”라고 해서 “해라, 로미오! 제발”이라고 했다. 준혁이는 평소 모습이 로미오와 많이 닮아있는 귀여운 친구다."


Q. 햄릿과 줄리엣이 셰익스피어의 원고에서 빠져나와 미지의 공간에서 자유 의지를 가졌을 때 혼란스러웠을 거 같다.


재아 – "로미오가 ‘나의 햇님 줄리엣’을 부를 때가 혼란의 최대치이다. 로미오를 만나기 위해서 태어난 거처럼 살다가 로미오를 보는데 무언가 이질감이 느껴지며 결혼 안 한다고 말한다. 이때는 연기하면서도 어떤 불편함이 있는 거 같다. 칼을 잡았을 때 느낌은 제가 어렸을 때 인터넷 강의를 듣기 위해 PMP를 들고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희 부모님은 안 사주셨다. 그러다 부모님께서 PMP를 사 오셔서 어느 날 그걸 보는데 ‘나한테 원했던 게 온 기분’이었다. 미지의 세계에서는 칼을 잡았을 때는 확 바뀌고,  줄리엣으로서 칼을 잡았을 때는 '이게 뭔데 이렇게 좋지?'라는 느낌이다."


바다 – "혼란스러움이 관객들이 공감하는 중요한 포인트인 거 같다. 저의 작품에서 셰익스피어가 쓴 인물들이 이게 나다운 삶인지 고민하는 건데 설정만 빼고 보면 모든 인간에게 고민하는 일. 이게 나다운 삶인지. 내 자리가 맞는지. 그런 공감을 들으려면 실감 나는 혼란스러움 속에 있어야 하는 거 같다. 인간의 유형을 햄릿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하더라. 고뇌하는 햄릿, 행동하는 햄릿이 있다는데 줄리엣은 행동하는 햄릿이고 저의 햄릿은 고뇌하는 햄릿 쪽이다. 같이 보면 더 재미있는 거 같다. 줄리엣을 좀 의지하는 부분이 있다. 대화의 시작을 셰익스피어가 다 하고 대화의 물꼬를 트는 것도 줄리엣이 먼저 하는 편이다. 극 안에서도 위안을 받는 거 같다. 햄릿한테 맞는 이야기를 주는 것도 줄리엣이다."


제공=(주)연극열전

Q. 햄릿과 줄리엣이 앞으로 이름 없이 살아갈 텐데 후회는 없을까.


재아 – "이름 없이 사는 것에 대해 생각을 안 해보지는 않았을 거 같다. 마지막에 ‘원고를 찢어야 하나?’ 고민하지만 처음으로 내가 하고 싶은 걸 했고 이거야말로 사람들이 공감할 거 같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때 쾌감과 기억은 잘 기억하게 되는 거 같다. 줄리엣이라면 충분히 생각을 해봤을 거고, “우리 좋은 선택을 한 거야 그렇지?”라고 묻는 것도 줄리엣은 그렇게 생각하지만 햄릿은 아닐까 봐 확인을 하는 것이다."


바다 – "제가 좋아하는 장면이다.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모르겠지만 연극을 떠나서 세상이 주인공이길 강요하는 거 같다. 정상에 올라서야 하고 주인공이 되어야만 하고 주인공만 기억하고 박수를 받는다. 조금만 다시 생각해보면 저마다 각자의 인생에서 주인공이지만 사회에서 주인공의 자리에 있는 사람보다 그 자리에 없는 사람들이 훨씬 많은데 그들은 불행한가 생각했을 때 그렇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이전에 여행을 좋아한 이유가 직업적인 성향의 고민이 여행만 가도 되게 작게 느껴진다. 제가 있는 곳만 달라져도 고민이 달라져서 시각의 차이인 거 같다."


[다음 내용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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