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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11. 2021

[리뷰]'어른들은 몰라요' 불편하지만 마주해야 할 진실

제공=리틀빅픽처스


다음은 4월 7일에 나온 영화 리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를 보고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외면해서는 안 된다. 분명 누군가의 이야기일 테니.


독립영화계 최고의 역주행 화제작 ‘박화영’의 이환 감독이 두 번째 문제작 ‘어른들은 몰라요’와 함께 돌아왔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10대 임산부의 유산 프로젝트라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소재와 연출로 이환 감독의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박화영’은 10대들의 리얼 생존기를 그려낸 이환 감독의 첫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청소년들의 음주, 흡연, 거친 욕설과 폭행은 물론 원조교제에 무방비하게 노출된 현실까지 각종 폭력과 탈선에 노출된 10대 가출팸들의 어둡고 복잡한 세계를 적나라하게 묘사해 뜨거운 호평과 논란을 동시에 일으켰다. 그 당시 ‘박화영’을 보며 ‘진짜 이렇다고? 너무 충격인데?’라는 감정을 느낀 데 이어 ‘어른들을 몰라요’도 그때의 연장선에 놓여있는 감정을 고스란히 다시금 느꼈다.


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는 '세진'이 정신이 몽롱한 상태에서 팔에 자해하는 모습을 SNS에서 라이브로 보여주면서 시작한다. 시작부터 마음이 불편해지지만 '세진'의 라이브 방송의 댓글은 웃음과 조롱이 섞여 걱정하는 말은 하나도 없다. 그때 성폭행이나 자살의 현장을 직접 SNS 라이브 방송을 펼칠 때마다 환호하고 방관하던 사람들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는 내용을 뉴스에서 보던 게 스쳐 지나갔다. 고로 이 이야기는 픽션이 아니라 팩트인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들 역시 학교 폭력과 음주, 성매매 등으로 어딘가에 있을 10대 청소년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박화영’에서 해맑고 눈치 없는 모습으로 박화영을 불편하게 만든 ‘세진’역의 이유미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또 한번 ‘세진’을 맡아 강렬한 연기를 선사한다. ‘연기를 한다’는 수준이 아니라 ‘선사한다’고 말을 해야 할 정도로 갈 곳 없는 10대 임산부의 모습을 집중력 있게 담아냈다. 마지막 ‘세진’의 유산 장면은 단연 압도적이며 롱테이크 촬영으로 그 순간만큼 모든 스태프들이 숨죽여 이유미를 바라봤다는 후문.

제공=리틀빅픽처스


안희연은 스크린 데뷔작의 연기가 맞나 싶을 정도로 ‘주영’에 온전히 녹아들었다. 기자간담회에서 이환 감독이 “안희연이 가수 하니로서 보여준 밝고 건실한 이미지를 좋은 배신감으로 전해주면 어떨까”라고 한 것처럼 정말 충격적이고 좋은 배신감을 줬다. 거친 욕을 찰지게 소화하고 흡연 장면도 맛깔나게 연기하는 거 보며 안희연이 이번 작품을 통해 어떤 노력을 했을지 엿볼 수 있다.


이환 감독이 “'세정'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하루에 열 번씩 말해 부담이 됐다고 말한 신햇빛의 연기는 마음 한편에 남는다. 극에서 가장 어리지만 제일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게 '세정'이 아닐까. 그래서 '세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에 동의하게 됐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에 이어서 불편한 영화다. 하지만 불편한 마음이 드는 건 이 이야기가 판타지가 아니라 현실이 적나라하게 반영돼서 그렇다. 제목처럼 요즘 10대 청소년들이 어떤 문제를 안고 있으며 특히나 소외된 계층의 아이들의 상황은 더욱 모른다. 또한 모른다고 방치하고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다. 보고 나면 기분 좋아지는 영화는 아니지만 영화에서 제시하는 문제점에 대해서 함께 생각해보게 된다. 이환 감독이 바라던 바가 통한 순간이다.


한편,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는 4월 15일 개봉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6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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