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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24. 2021

[인터뷰] '자산어보' 설경구, '흑백'의 정약전으로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다음은 4월 6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배우 설경구가 데뷔 후 첫 사극 영화 ‘자산어보’(감독 이준익)로 돌아왔다.


영화 ‘자산어보’는 ‘왕의 남자’ ‘사도’ ‘박열’의 시대극 대가인 이준익 감독과 설경구가 1993년 연극 ‘심바새매’로 데뷔한 후 첫 사극이어서 화제를 모았다. 뿐만 아니라 ‘미스터 선샤인’ ‘미생’으로 대중들에게 눈도장을 찍은 변요한과 ‘기생충’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정은이 합류해 안정적인 연기를 소화했다.


영화 ‘자산어보’는 흑산으로 유배된 후, 책보다 바다가 궁금해진 학자 ‘정약전’과 바다를 벗어나 출셋길에 오르고 싶은 청년 어부 ‘창대’가 [자산어보]를 집필하며 벗이 되어가는 이야기로 설경구는 명망 높은 사대부 집안의 학자 ‘정약전’으로 성리학 사상을 고수하는 다른 양반들과 달리 열린 사상을 지닌 인물을 연기한다.


지난달 화상 인터뷰로 만난 설경구는 첫 사극작품을 찍은 소감으로 “첫 사극이어서 호기심이 있었고 평범하지 않게 흑백으로 담다 보니 흑백이 과연 어떻게 나올지 궁금함이 있었다. 찍고 보니 흑백이라는 생각을 안 하고 그 시대의 색깔 같더라. ‘자산어보’는 흑백이 주는 맛이 있다”고 밝혔다. 설경구는 ‘자산어보’에서 ‘정약전’과 서로의 스승이자 벗이 되어가는 ‘창대’ 역에 변요한을 이준익 감독에게 추천해 함께 촬영을 하게된 것에 대해 “변요한은 저랑 친분이 있지는 않았다. 영화 ‘감시자들’에 같이 출연했지만 호흡을 맞추지는 않았다. 감독님께서 창대 역을 찾는데 변요한이 생각났다. 그 친구가 낯가림도 심하고 좋고 싫은 게 분명하고, 저하고 다른 듯 비슷한 점이 있는 거 같더라. 촬영하면서도 ‘쟤가 창대구나’라고 생각이 들었다”며 캐스팅 후일담을 전했다.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설경구는 이준익 감독과 2013년 영화 ‘소원’으로 인연을 맺고 영화제에서 우연히 만나 같이 작품 하자고 말한 게 다시 한번 인연을 이어줬다고 한다. 그는 “사극 제안은 예전부터 들어왔지만 ‘언젠가 할 건데 좀 있다 하자’고 한 게 지금까지 온 거다. 마침 제가 감독님께 준비하고 있는 작품 대본을 달라고 한 건데 그게 사극이었던 거다. 자연스럽게 합이 맞았다. 나이 들어서 사극을 하니 좋은 거 같고, 기존 사극의 색감이나 배경이 달라서 좋다”고 밝혔다.


다음은 설경구와 일문일답이다.


Q. ‘정약전’은 ‘정약용’보다 대중에게 낯선 인물인데 인물 구축을 어떻게 했나.


“그 시대의 인물과 다른 거 같다. 약전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많지 않다. 책에 보니 약전이 약용보다 위험한 인물이라고 해서 유배지를 바꿨다고 하더라. 그 시대에는 약전이 더 위험한 인물 같다. 뒷받침하자면 약용이 수많은 책을 썼지만 성리학 안에서 백성을 위하는 양반의 도리를 썼는데 성리학으로 임금의 품 안에서 좋은 관료가 되는 이야기를 썼다. 반면 약전은 ‘자산어보’ 같은 책을 썼을 수밖에 없다. ‘표해시말’도 굳이 기록에 남겨서 쓰는 데 있는 사실을 쓰는 거라 약전의 사상을 담지 않아도 된다. 만약에 약전이 가진 생각을 썼으면 동생인 약용도 위험하지 않았을까. 자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글을 쓸 수 없었던 약전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러다 보니 유배지 흑산도에서 사물에 대해서도 명료함과 활용 가치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고 사람의 관계도 수평적으로 가져가다 보니 흑산도 주민들과 잘 어울렸을 거 같다.”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Q. 약전을 연기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은.


“저의 걱정이 어려움이었다. 어떻게 보일까가 걱정됐다. 감독님이 보이려는 약전의 모습과 다르면 어쩌지 싶었다. 이준익 감독님의 사극이니까 했지만 상투 틀고 갓 쓰고 나올 때 기본적인 태생이 양반 같지 않고 상놈 같으면 어떡하나 우려했는데 감독님께서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해주셔서 몰입할 수 있었다.”


Q. 대학 동기인 이정은과 부부 역할의 호흡은 어땠나.


“최고의 로맨스 대상을 만났고 저희는 워낙 친하다 보니 장난식으로 접근을 했다. 상대 배우가 편하니까 편함에서 오는 어마어마한 장점이 있다. 안 친하거나 쑥스러워하면 촬영을 할 때도 어색한 부분이 있을 텐데 정은 씨랑 쑥스러웠지만 그게 약전의 모습 같더라. 로맨스 시간이 짧은 게 조금 아쉬웠다.”


Q. 극에서 약전은 난생처음 싱싱한 수산 생물 요리를 먹는데 촬영하면서 기억에 남았던 음식은.


“많이 삭힌 홍어는 먹기 어려워하지만 좋아하는데 이번에 홍어를 맛있게 먹었다. 정은 씨가 즉석에서 홍어 회를 쳐서 줬는데 이런 홍어는 처음 먹어봤다. 녹는 거 같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진짜 홍어’를 ‘자산어보’ 덕에 처음 먹어봤다.”


Q. 이번 작품에 캐스팅 디렉터로서 활약도 한 거 같다. 동방우, 정진영, 김의성, 방은진, 류승룡, 조우진, 최원영, 윤경호, 조승연 등의 배우에게 특별 출연을 권유하게 된 계기는.


“감독님께서 제작비가 적다 보니 멀리 섬까지 촬영하러 오라고 하기 미안하고 부담돼서 잘 안 알려진 배우를 쓰겠다고 하셨다. 이때 저는 다른 의견이 있다고 했다. 정약전도 많이 알려진 인물이 아니고 교과서에서 한 두 줄 외에 설명이 안 되어있는 인물이다. 그러다 보니 관객들에게 친숙한 배우를 부르고 싶다고 하니 바쁜 사람들을 섬까지 불러서 며칠만 촬영하고 개런티를 못 주는 게 미안해서 못하겠다고 말씀하시더라. 그래도 일단 대본을 주면 할 거라고 해서 시나리오를 건넸는데 진짜로 다들 한다고 하니까 감독님도 희한해 하셨다. 마지막으로 특별 출연 요청을 한 배우는 류승용으로 변요한, 이정은 못지않게 정약용으로서 중요한 인물이라 친숙한 인물이 나오길 바랐다. 이때 승용 씨가 영화 ‘극한직업’으로 초대박이 나서 난리 날 때인데 흔쾌히 나오겠다고 해줬다. 특별 출연의 마지막 화룡점정은 류승용이었다.”

제공=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Q. 변요한이 설경구의 장점을 말하면 몇 날 며칠을 밤새야 한다고 하던데 후배들에게 어떻게 대해주나. 또 변요한이 설경구를 정말 정약전 같았다고 하더라.


“선배로서 대하는 거 같지는 않고 동료로 대해서 편한 건가? 후배들을 만나면 무조건 형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처음에는 다들 부담스러워하지만 임시완도 불편해하다가 부르다 보니 지금까지 형이라고 하더라. 형이라고 하면 간극도 가까워지고 저도 가까이 가려고 노력을 하게 된다. 변요한이 정약전과 똑같다고 말해줘서 고맙고 힘이 돼서 자신감을 갖고 촬영한 거 같다. 약전과 저의 닮은 점이라면 호기심 같은 거 아닐까.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다.”


Q. 정약전은 창대에게 어떤 사람이었을까.


“약전은 창대에게 물고기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한다. “나 좀 알려줘, 너 글 궁금하지? 내가 알려줄게, 너는 나 물고기 알려줘.” 약전은 큰 스승이지 않았을까. 스승은 나이가 많아야 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와 다른 건 배워야 한다.“


Q. ‘자산어보’는 설경구에게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영화로도 남겠지만 지금도 가끔 생각나는데 현장이 기억난다. 촬영 현장과 숙소까지 가던 동네 골목 골목까지 기억이 날 정도로 또렷하게 남는데 ‘자산어보’ 전체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싶다.”


한편, 영화 '자산어보'는 절찬리 상영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6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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