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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25. 2021

'아무도 없는 곳' 이주영 "선입견 있을까 고민돼"


이주영.(제공=엣나인필름)


다음은 4월 9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사람들이 저에게 캐릭터 적으로 선입견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고민이 돼요.”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연우진 분)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로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조제’ 등으로 특유의 섬세한 연출력과 감성적인 영상미를 선보인 김종관 감독의 작품이다.


‘아무도 없는 곳’은 연우진, 김상호, 이지은, 이주영, 윤혜리가 총출동해 커피숍, 박물관, 카페, 바 등 익숙한 듯 낯선 서울의 여러 공간들에서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듣고, 들려준 이야기들로 완성된다.


‘독전’, ‘삼진그룹 영어 토익반’, ‘땐뽀걸즈’, ‘보건교사 안은영’ 등의 작품에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 이주영은 ‘창석’이 들른 바의 바텐더 ‘주은’으로 변신해 손님들에게 기억을 사는 미스터리한 인물로 나온다.


이주영은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는 김종관 감독님이 여태 작업하셨던 영화와 연결되는 거 같았고 저도 감독님의 세계관에 같이 참여할 수 있어서 반가웠고 감사했다. 주은이는 아픔이 있는 캐릭터인데 아픔에 대해서 빠져서 슬퍼하지 않더라.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 같은 느낌이 들어서 어린아이 같기도 하고 덤덤한 사람이고 강한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작품 참여에 대한 소감과 캐릭터를 설명했다.

이주영.(제공=엣나인필름)

이주영은 바텐더 역으로 나오지만 술을 마시지 않아서 김종관 감독과 여러 스타일의 위스키 바를 가서 바텐더들을 관찰했다. 그는 “위스키를 그냥 따르는 게 아니라 다 방법이 있고 스푼으로 얼음을 그냥 휘젓는 게 아니라 손으로 암호처럼 휘저었다. 영화를 하면서 배우는 게 참 많다”며 웃어 보였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바텐더로 “일본에서 유명한 세계적인 바텐더의 제자 분께서 하는 곳에 갔는데 마치 일본 만화책에 있는 고수를 만난 기분이었다. 퍼포먼스가 화려하고 재미있더라. 칵테일이 비싼 이유가 이런 퍼포먼스를 보는 게 포함되어있나 싶었다”고 전했다.


“주은이는 쿨한 거 같아요. 자기 아픔과 고통에 대해 파고들지 않고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복잡하지 않은 사람 같은 느낌이에요. 자기가 시를 좋아하는 거면 시를 좋아하는 거고 오그라들지만 읽고 싶으면 손님 앞에서라도 읽는 사람이죠. 주은이와 제가 닮은 점은 글 쓰는 걸 좋아하는 거와 자기 이야기를 서슴없이 한다는 거예요. 저는 주로 일기를 썼는데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 일기를 잘 안 쓰게 됐어요. 예전에는 스트레스 푸는 걸 일기 쓰면서 했는데 연기하면서 해소가 되는 거 같더라고요. 다른 점은 주은이는 쿨한데 저는 쿨하지 못하고 마음이 뜨겁죠.(웃음)”


극 속에서 주은은 밑받침이 깨진 위스키 잔에 술을 따라 마신다. 깨진 잔에 대한 느낌으로 “영화의 특징인데 해석할 여지가 많은 거 같다. 잔을 보고도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고, 매니저도 영화를 보고 컵이 무슨 의미냐고 묻더라. 이에 대해 감독님께 물어보지는 않았다. 정확한 디렉션이 필요할 때도 있지만 저의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저는 그 잔이 주은에게 자기와 닮은 모습 같았다. 주은이가 사고를 당하고 나서 누군가 주은이를 보면 깨진 유리잔처럼 볼 수 있을 거 같더라”고 말했다.

이주영.(제공=엣나인필름)

이어 주은에게 누군가를 기다린다고 하며 아무도 오지 않는 ‘창석’은 어떤 손님으로 느껴질까. 그는 “기다린다는 말을 실제로 기다린다기보다 주은이가 시를 좋아하니 시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기와의 글 쓰는 거란 공통분모가 있는 사람이니까 궁금했을 거 같다”고 설명했다.


이주영은 주은이 같은 바텐더를 만나서 기억을 팔게 될 때 “엄청 재미있는 사람을 만났거나 사건들이 있었을 때의 기억을 팔고 싶다. 예전에 한 분이 저에게 <스트레스받지 마세요, 얼굴 미워져요. 나도 어쩔 때 스트레스받아서 거울 보면 내가 너무 찐따 같아요.>라며 진지하게 말씀을 하시는데 웃음이 나고 기억이 남는다”며 그때의 기억을 회상했다.

이주영.(제공=엣나인필름)

이주영을 직접 만나기 전에 스크린에서 보이는 이미지로 굉장히 쿨하고 시원시원할 거 같았지만 순한 모습과 의외로 소심한 모습에 놀랐다. 그는 “그런 오해를 많이 하신다. 차가울 거 같고 성격 안 좋을 거 같다고 생각하는데 배우로서는 캐릭터 적으로 선입견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조금 고민이 된다. 예전에 저는 술을 못하니까 회식을 한다고 하면 막내가 술을 못 마신다고 하면 예의 없게 볼까 봐 술 못한다고 어떻게 말할까 생각만 하면 일주일 전부터 심장이 벌렁벌렁했다”고 한다.


롤모델 같은 목표를 정하면 압박감이 심해서 즐기지 못할 거 같다는 이주영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냐는 질문에 “늘 그런 걸 생각하는데 어떤 사람, 배우가 되고 싶은지 정하며 스스로 욕망덩어리가 될까 봐 걱정된다.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어떤 걸 얻고 싶은가 생각했을 때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그 순간이 평생 기억이 될 수 있게 재미있고 잊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보였다.


한편,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6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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