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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25. 2021

[인터뷰] 연우진, 편안하지만 부드러운 카리스마

연우진.(제공=(주)엣나인필름)


다음은 4월 11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순리대로 가는 시간의 힘을 믿고 덤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영화 ‘아무도 없는 곳’(감독 김종관)은 어느 이른 봄,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우연히 만나고 헤어진 누구나 있지만 아무도 없는 길 잃은 마음의 이야기로 7년 만에 서울로 돌아온 소설가 ‘창석’이 커피숍, 박물관, 카페, 바 등 일상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듯 낯선 사람들과 만나고 헤어지며 듣고 들려준 이야기들로 완성된다.


‘아무도 없는 곳’은 ‘최악의 하루’, ‘더 테이블’, ‘밤을 걷다’ 등 다수의 작품에서 선보인 김종관 감독만의 섬세한 연출력과 감성적인 영상미를 자랑하며 연우진은 ‘더 테이블’에 이어 또 한 번 김종관 감독과 손을 잡았다.


연우진은 ‘더 테이블’에 이어 ‘아무도 없는 곳’으로 김종관 감독을 다시 만나게 된 소감으로 “감독님 작품에는 여백이 많아서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는 받아들이는 게 어렵다. 직감에 의존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표현하고 하고 싶은지 직관에 의해 의존하는 게 많은데 여백이 많다 보니 직관적으로 다가가기가 힘들다. 그래서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김종관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있어서 글에 대한 어려움이 있지만 감수하고 했다. 영화로 완성된 것을 봤을 땐 생각지도 못한 여운을 느껴 ‘처음에 내가 이런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나?’란 생각이 들었다. 영화적인 화법으로 다가왔을 때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게 김종관 감독님의 화법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더 테이블’때 저와 다른 작업을 하고 싶다고 넌지시 이야기를 하셨는데 긴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전화를 주셨다. 저랑 감독님은 메시지는 주고받지만 전화를 할 정도의 사이는 아니라 전화 왔을 때 상황을 아직도 기억한다. 신사동 길거리에서 전화를 받고 ‘아무도 없는 곳’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회상했다.

연우진.(제공=(주)엣나인필름)

다음은 연우진과 일문일답이다.


Q. 김종관 감독과 두 번째 작업인데, 김종관 감독에 대해서 느낀 점은.


"감독님께서 말이 없으세요. 느꼈던 그 부분을 배우가 표현해주길 바라는 거 같아서 부담될 때도 있죠. (웃음) ‘내가 하는 게 맞나?’ 퀘스천마크를 달고 살았어요. 그러다 보니 배우가 이 작품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요구하신 부분도 있지만 작품을 하는 순간에 캐릭터에 순수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했어요. 어떻게 꾸며내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서 순수하고 비워내고 몰입을 하게끔 은연중에 그런 시간을 채워주시는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현장에 있으면 저도 모르게 창석으로 되어가게 되더라고요. 감독님과 저는 작품 이야기보다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데 서로 조심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는 말하는 것보다 듣는 게 편한데 침묵의 시간이 더 많을 때 있지만 그게 어색하지 않아요. 할 이야기가 있으면 직접적인 이야기 보다 에둘러서 선을 넘지 않으려고 조심하죠. 그 사이의 시간과 간극이 어색하지 않아요. 감독님은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이 있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지내고 싶고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고 세계관을 들여다보고 싶고 재능을 탐닉하고 싶어요. 일적인 시간들로 사람을 만나는 작업과 달리 인간적으로 진솔해지고 솔직해지고 싶어요."


Q. 창석에게 다가갈 때 어려웠던 지점은.


"연민이요. 창석도 많은 걸 얻은 게 있겠지만 결핍을 이야기하는 영화고 결핍이 어느 감정보다 크게 드러나지만 삭히는 인물이에요. 창석의 입장에서는 마음에 많은 감정이 있겠지만 상실에 대한 고통과 창작에 대한 고뇌가 부딪히는 게 표면적으로 나오는 거 아닐까요. 제가 요즘 느끼는 고민이기도 한데 제 마음을 감싸고 있는 게 있어서 연민 같아요. 창석과 비슷한 부분은 영화에서 드러난 단편적인 건 다르겠지만 한계에 부딪혔을 때 선을 넘지 않고 오버하는 것보다 제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며 에둘러서 어느 선까지만 표현하려고 해요. 그런 부분에 포커스를 맞춰서 연기하려고 했어요."

연우진.(제공=(주)엣나인필름)

Q. 극에서 이야기를 듣는 사람으로 김상호, 이지은, 이주영, 윤혜리를 만나는데 느낌은 어땠나.


"이주영 배우는 ‘독전’에서 이미지가 강렬해서 이 작품을 읽었을 때 바텐더 역할은 너무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어요. 주영 배우랑 리딩을 많이 해서 익숙함이 있었는데 현장에서는 리딩 때와 다르게 표현된 거 같아요. 분장이 주는 힘도 있고 바의 미장센에 감응이 된 것도 있고 독창적이고 날 것의 표현이 사는 시퀀스였어요.


김상호 배우는 진심이 담긴 연기란 무엇인가 느꼈죠. 눈을 쳐다보지 않고 어색하게 지낸 순간이 있는데 눈을 보는 순간 감정의 일렁임이 있어서 감정을 막느라고 애썼어요.


이지은 배우는 만났을 때부터 ‘미영’이었어요. 감독님께서도 미영에 대한 확신이 가장 있었던 거 같아요. 이지은 배우에게 큰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분위기의 힘을 믿고 준비해주신 거 같아요. 가장 먼저 촬영했는데 편안하게 크게 아울러주는 느낌을 받았어요.


윤혜리 배우는 제가 ‘더 테이블’ 때 고민이 있었을 거 같았는데 제 기우였어요. 긴장도 했을 거고 옴니버스 식이라 많은 배우를 만나보지 못하고 찍는 건데 현장에서 120% 발휘하더라고요. 오랜 벗 같은 목소리가 매력적이었어요. 본연의 유니크함과 신선함으로 준비를 잘 해서 에너지가 잘 융합이 되지 않았나 싶어요."


Q. 다른 배우들이 연우진 배우에 대해서 편안했다고 말하는데 어떤 이유인 거 같나.


"부담은 적었어요. 저는 듣는 사람이고 다른 분들이 대사량도 많아서 부담됐을 텐데 그들의 색깔을 빛내주는 그림자 같은 느낌으로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이 작품은 그분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였고 영화의 색이어서 해가 끼치지 않게 무채색의 느낌으로 다가가고자 했어요. 영어 제목으로 ‘마음의 음영’이라고 하는데 저는 그림자 역할을 수행했죠."

윤혜리, 연우진.(제공=(주)엣나인필름)

Q.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밀도 있는 작업으로 열정을 쏟아서 모든 에너지를 불태웠다 보니 하루하루 편한 날이 없었어요. 다 기억이 나지만 공중전화에서 전화했던 장면과 윤혜리 배우와 담배를 피우면서 제 마음속으로 어둠이 잠식되면서 가라앉는 기분을 느꼈어요. 그 순간이 제가 이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면서 신기하더라고요. 묘한 담뱃불을 보면서 미세한 희망을 보기도 했어요."


Q. 마지막에 창석의 대사로 “난 텅 빈 골목들을 걸었고 그날 밤 꿈을 꾸었다”고 하는데 어떤 꿈을 꿨을까.


"그 이야기 자체가 꿈이지 않을까요. 창석도 위로받고 싶지 않았을까 해요. 묘한 변화를 일으키면서 다시 글을 쓸 수 있는 용기를 얻지 않았을까도 싶고, 꿈이라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어서 꿈에서 위로받고 싶을 때가 있더라고요. 자신의 이야기로만 글을 써왔던 창석에게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는 창작의 원동력을 얻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연우진.(제공=(주)엣나인필름)

Q. 요즘 고민은 무엇인가.


"순리대로 가는 시간의 힘을 믿고 덤덤히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주어진 것들을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삶의 소소한 것들에 눈이 가고 집에서 삼시 세끼 차려주는 어머니의 밥상이 힘든 건지 몰랐는데 정말 미안하더라고요. (웃음) 가끔 제가 음식도 하고 예전에는 상상도 못 했는데 자연스러운 변화를 겪고 있어요."


한편, 연우진은 23일부터 JTBC 드라마 ‘언더커버’에 출연 예정이며, 영화 ‘아무도 없는 곳’은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7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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