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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pr 25. 2021

김주연 "윤심덕, 어깨의 짐과 시선 벗어 던지길"

[인터뷰] '관부연락선' 김주연"윤심덕, 어깨의 짐과 시선 벗어 던지길"

제공=플레이더상상, 스텝스


다음은 4월 12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만약 윤심덕이 현해탄에 몸을 던진 후 죽은 게 아니라 어딘가에 살아있다면?’


연극 ‘관부연락선’'(연출 이기쁨, 제작 플레이더상상, 스텝스)은 일본에서 부산으로 향하는 도쿠주마루 관부 연락선을 배경으로 하며 윤심덕이 살아있다는 상상에서 시작되는 이야기이다. 모두가 잠든 야심한 시각, 배에 숨어 지내는 홍석주가 바다에 뛰어든 윤심덕을 구하며 인연을 맺게 된다. 너무나 다른 삶을 살았던 서로의 모습에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결국 서로를 이해하고 우정을 나누며 각자의 희망을 그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연극 ‘관부연락선’은 실존 인물 ‘윤심덕’과 허구 인물 ‘홍석주’로 1920년대의 사뭇 다른 두 여성을 세웠다. 가진 거는 없지만 용기만큼은 가득한 ‘홍석주’와 화려한 모단걸이지만 외로움이 있는 ‘윤심덕’이 관부연락선 화물칸 안에서 운명적인 하룻밤을 보내며 어떻게 친구가 되어가는지 지켜보며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용기를 얻게 된다.


윤심덕을 연기하는 김주연은 “처음에 대본을 봤을 때 재미있고 흥미로웠다. 대학로에 여성 중심 서사극이 연극으로는 별로 없어서 하게 됐다. 주위 분들이 저를 추천해주셔서 같이 하자고 하고 윤심덕과 홍석주 어떤 역할인지 모르다가 상견례 때 알게 됐다. 저는 성격상 석주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워낙 털털해서 ‘내가 윤심덕 잘할 수 있을까?’라는 마음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윤심덕 캐릭터 같은 모습은 처음 해봤다. 심덕의 사연과 발랄함을 잘 분석하고 그 인물을 깨뜨리지 않고 뻔뻔하게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데 지금은 ‘내가 윤심덕 안 했으면 어쩔 뻔했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행복하게 잘하고 있다”며 웃으며 전했다.

제공=플레이더상상, 스텝스

다음은 김주연과 일문일답이다.


Q. 기존 윤심덕 이미지와 다른 이미지를 연기하며 어려운 점과 재미있던 지점은.


"윤심덕이 조선 최초의 소프라노라는 거 외에 아는 게 별로 없어서 플러스가 됐다. 윤심덕을 맡았을 때 대본 안에서 ‘이렇게 살았구나, 이런 일이 있구나’를 대본에서 찾고 사소한 건 일부러 따로 찾아보지 않아 편견이 없었다. 여성 2인 중심 서사극을 할 때 어둡거나 사건이 큰 게 아니라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라 재미있다. 어려운 점은 대사 중에 옛날 말투가 많았다. “~했구려, 내 삶은 어디로 가려느냐” 같은 대사를 하는 게 처음이다. 낯설면서 재미있었고 보통 생각하는 윤심덕과 다르게 쓰여서 관객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게 ‘관부연락선’만의 윤심덕을 표현할 수 있을까 고민 많이 하면서 걱정하기도 했다."


Q. 물에 빠져 생을 마감하려는 걸 석주가 구한 걸 알았을 때.


"저의 심덕의 생각인데 “나를 왜 살렸어”라고 말하는 건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때 당시에 윤심덕은 죽고 싶었고 그래서 ‘사의 찬미’를 쓰고, 제가 아직 죽고 싶다는 깊은 감정까진 안 가봤지만 윤심덕은 그런 모습도 있었으니 말이다. 모든 사람이 직업을 갖고 느껴봤을 텐데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한계에 부딪혔을 거 같다. 저는 아직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올해 스물아홉이니 제 삶에 대해서 고민하고 방향성에 대해서 고민할 때 윤심덕이 왜 죽으려고 했을까 공감은 했다. 이런 감정을 위해 배우들끼리 서로 힘들었던 일들을 공유하기도 했다."


Q. 윤심덕에게 홍석주의 첫인상은.


"처음에 심덕이가 잠에서 깨어나서 혼자 독백을 내뱉는데 지문에 신파조라고 쓰여 있었다. 이 여자의 삶은 연극적이고 남들에게 보이는 삶을 살아가는 여자라고 생각했다. 자기의 드라마 안에서 주인공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 물에 빠지고 눈을 떴을 때 “뭐지?”이게 아니라 “아~나는 죽었구려”라고 말하는데 이게 대중 앞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심덕을 표현한 거 같아서 석주에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자기와 너무 다른 여자라고 생각하며 조선 시대의 두 면인 거 같다. 석주는 보편적인 여자의 삶이고 심덕은 모단걸의 삶이다. 이 작품이 이런 두 여자를 대비해서 보여주지 않았나. 매 공연과 연습마다 석주에게 마음 여는 부분이 달라지더라. 심덕이 “내가 먼저 죽자고 했다”는 부분이나 석주가 상처가 있는 등을 보여주며 서로 이야기를 터놓을 때 자신과 다르지만 정말 비슷하다고 공감하며 치유 받지 않았나 생각한다."

제공=플레이더상상, 스텝스

Q. 슈크림 빵을 먹어보지 못한 석주에게 급사뽀이가 갖다준 슈크림 빵을 먹으라고 다 주던데.


"다른 심덕 배우들이 표현하는 게 다를 거 같긴 한데 저는 슈크림을 알려줄 때는 “이것도 모르지? 커피 안 마셔봤지?”라며 얄밉게 놀리다가 나중에는 이 여자가 먹었으면 좋겠고 또 다 먹었으면 좋겠다. 심덕이는 어차피 먹어봤으니까. 관객들이 제 심덕은 로마에서 엄청나게 잘 살 거 같은 심덕이라고 생각하더라. (웃음)"


Q. 석주에게 자신의 원피스를 입어보라고 권하는데 어떤 마음인가.


"이 여자가 어땠으면 좋겠다고 하는 건 너무 딥한 심덕인 거 같고 석주에게 “다 말랐네”라고 하면서 옷 입는 걸 본다. 저는 예쁜 옷만 입고 사랑만 받았는데 물론 외로움도 있지만 다른 부분에서 석주가 이 옷을 입고 자신을 깼으면 싶어서 입어 보라고 한 거 같다. 그리고 옷 입는 걸 기다리면서 여태 노래하다가 트림 나올까 봐 마시지 않던 사이다를 마신다. 이때는 심덕이 가진 부담감과 힘듦을 이제 내려놓으려고 사이다를 마시는 선택을 했다."


Q. 제이민, 김히어라 배우의 윤심덕보다 가장 밝은 심덕을 연기한다고 하던데.


"대본을 봤을 때 작가님이 센스 있게 대사를 적어주셨는데 너무 맛깔나게 만드셨다. 저는 “나는 왈녀, 우진 씨는 새침데기”라는 대사 중에 ‘왈녀’에 초점을 뒀다. 제가 새침데기 같지만 완전 왈녀인 거다. 소프라노 윤심덕으로는 모든 걸 감추고 다른 사람 앞에서 여왕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실제로는 여왕과는 다른 모습을 표현하고 싶어서 내숭을 안 보이는 걸 선택했다. 연출님께서 제가 감정 기복이 가장 심한 심덕이라고 더 위태로워 보였다고 하더라. “이제부터 사는 삶은 덤이잖아”라는 대사나 ‘사의 찬미’를 부를 땐 심덕의 아픔도 있으니까 평소에는 좀 밝게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


Q. 석주에게 노래를 알려 주는 부분도 인상적이었는데.


"나와는 다른 여자라는 부분이 강하다. 석주가 노래한 적 없다니 놀라고 실제로 윤심덕은 어릴 때부터 노래를 배워왔는데 조선의 두 여자의 모습인 거 같기도 하다. 심덕은 이런 이야기를 우울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하고 석주가 ‘산타루치아’를 부를 때 그 모습을 보고 내가 힘과 용기가 되어줘야겠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지막에 딸에게 안 가려는 석주를 되게 꾸짖고 혼내는 스타일이다. 누구나 심덕과 석주의 모습이 있을 텐데 제가 석주라면 심덕처럼 꾸짖어주길 바랄 거 같다.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더 꾸짖고 딸 향아에게 가라고 하는 거 같다."

제공=플레이더상상, 스텝스

Q. 윤식덕에게 ‘사의 찬미’란


"이번에 ‘사의 찬미’를 처음부터 끝까지는 처음 들어봤는데 사람 목소리 같지 않았다. 슬픈데 한이 가득한 목소리여서 충격을 받았다. 이 여자가 어떻게 죽음의 찬미를 부를 만큼 아픈 사연이 있는 여자일까 싶었다. 가사가 있지만 이 여자가 얼마나 세상이 싫어졌는지 노력하지 않아도 공감되는 노래였다. 마지막으로 석주와 헤어질 때 부르는 ‘사의 찬미’는 뻔한 결말일 수 있지만 실제로 공연 때마다 벅차다. 관객들도 사람이 사람을 만나서 삶이 바뀌고 생각이 바뀔 수 있는 지점을 생각해보셨으면 좋겠다."


Q. 윤심덕이 홍석주에게 한마디 하면.


"여기서 널 만나서 참 다행이야. 내게 살아갈 용기를 줘서 감사해. 꿈길에서 만나자!"


Q. 김주연이 윤심덕에게 한마디 한다면.


"늘 무거웠던 어깨 위 짐과 사람들의 시선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고 하고 싶은 것들, 보고 싶은 것들, 느끼고 싶은 것들을 너답게 하루하루 행복을 만끽하면 살아가길!"


Q. 이번 작품으로 첫 배우장을 해봤다던데.


"부담이 장난 아니다. 저는 이런 걸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재미있다. 제가 장난기가 심한데 배우장으로서 더 장난을 치기 쉽더라. 다음 작품 들어갈 때 첫 날 자진해서 하려한다.(웃음)"


김주연은 밝은 분위기 속에서 장난기있는 얼굴로 개구지지만 단단한 내면을 엿보게끔 했다. 그의 지난 작품에서의 결이 다른 캐릭터이지만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밝게 윤심덕을 연기하며 관객의 눈물버튼을 함께 자극하고 있다.


한편, 연극 ‘관부연락선’은 5월 9일까지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공연된다.


http://cms.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67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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