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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5. 2021

[인터뷰]김신록 "용두용미의 화룡점정은 시청자"

김신록.(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승희)

다음은 4월 29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괴물의 두 주인공 신하균, 여진구에 대해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지 않나. 들고 온 텀블러에도 신하균 스티커가 붙어있고 선배에 대한 고마움에 다른 인터뷰에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던데 어떤 사람이었나. 또 여진구는 16년 차 배우로서 나이는 어리지만 배울 게 많았을 거 같다.


"신하균 선배는 나이나 연륜, 경험을 떠나 수평적으로 대등하게 상대 배우로서 대해주셨다. 그래서 연기나 작품 해석에서 대등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제가 이번에 깜냥에 비해서 큰 역할을 맡았는데 선배님이 저를 수평적으로 대해 주시지 않았으면 그렇게 연기하기 힘들었을 거 같다. 촬영을 할 때도 “신하균 선배 덕에 잘 찍고 있다”고 말했지만 끝나고 되돌아보니 이게 정말로 참 고마운 일이었다. 저도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여진구는 나이가 스물 다섯이고 베테랑 배우인데 의젓하고 적극적으로 피드백하지 않아도 츤데레처럼 맞춰주고 챙겨주는 스타일인 거 같다. 만양 정육점에서 단체로 촬영하는 앙상블 신에서 다들 혼비백산하며 “내 막걸리 잔 누가 가져갔냐” “이건 언제 여기에 뒀냐”며 난리였는데 여진구가 “이거 드셨다”고 하며 챙겨주면서 다 보고 있더라. 저는 제 꺼 하기 정신없었는데 진구는 능력이 되니까 모든 걸 다 보더라."

김신록.(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승희)

Q. 만양 정육점에서는 다 같이 모여서 회포를 푸는 공간이기도 했다가 서로를 의심하는 곳이기도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


"정말 추웠다. 재이(최성은 분)가 가져온 난로 하나에 온기 종기 붙어서 재미있는 이야기 하다가 슛 들어가면 난로 내리고 갑자기 “이동식!” 이랬다. 그러고 보니 왜 난로는 재이만 가져왔을까. (웃음) 사람이 많이 모이니까 화기애애하고 감독님이 필요한 장면만 컷, 컷으로 따는 게 아니라 장면 연기를 여러 차례 다 하게 하시더라. 서로 합을 맞추고 티키타카 하는 재미가 있었다."


Q. 마지막 회에서 만양 정육점에 배우들이 모였을 때 엔딩 컷도 인상적이었다. 사건이 다 해결되고 편안한 미소가 기억이 나는데 그 촬영 때는 어땠나.


"전체 촬영의 마지막 날이었다. 우리는 다시 만나는 신을 찍고 있지만 이걸 찍고 우리는 헤어지는 거라 이상한 기분이더라.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이라 기쁘면서도 ‘오늘 보고 이 드라마를 못 찍겠구나’ 느낌도 들고 모든 게 비현실적이었다. 날씨도 좋고 모두 밝은 모습인데 쓸쓸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제공=JTBC '괴물'

Q. ‘괴물’은 입소문을 타고 점점 시청률이 올라가고 화제가 되어서 뒷풀이라도 하면 좋았을 텐데 많이 아쉬웠을 거 같다.


"저희도 정말 그러고 싶었는데 길구(손상규 분)가 “불법은 불법이니까!”이러더라. 그래서 마지막 방송을 화상통화로 다 같이 봤다. 각자 술 한 잔씩 놓고 마지막 회를 보고 끝나고 나서 이야기 하고 화면에 잔을 부딪치기도 하고. 저는 이때 지방 촬영을 하고 올라오는 중이어서 마지막 회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Q. ‘괴물’은 '용두용미, 갓벽하다'는 수식어가 굉장히 잘 어울리는 드라마였다. 출연한 배우로서 이런 수식어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용두용미라는 말이 참 감사하더라. 모두가 끝까지 치열하게 한 거고, 작가님이 끝까지 치열하게 쓰시고 감독님이 치열하게 찍고 배우들은 치열하게 연기했다. 저희는 시청자분들이 8회에서 범인이 밝혀지면 9회에서 따라올까 걱정했는데 “괴물 절대 지켜”라며 마지막까지 봐주신 거다. 연극을 하면서도 관객에게 감사하지만 드라마는 시청자들이 끝까지 회자시켜주면서 완성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용두용미의 화룡점정은 시청자였죠."


Q. 김신록 배우의 연극 ‘마우스피스’를 본 적이 있다. 거기에 나오는 대사 “암전”이 드라마를 보고 TV를 껐을 때 까만 화면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암전된 극장에서 극을 되새기듯 ‘괴물’을 TV를 끄고 잠시 여운이 느껴지더라.


"요즘 각종 콘텐츠가 빠르게 추동하게 만들어나가는데 ‘괴물’이 잠깐 멈추고 생각하게 하고 여운을 느끼게 만들었다면 좋은 피드백인 거 같다."


김신록.(제공=저스트엔터테인먼트, 이승희)

Q. ‘연극인’에서 인터뷰어로 배우 인터뷰를 하고 있는데 스스로 묻고 싶은 질문이 있나.


"지금도 계속 스스로 묻고 있다. 드라마의 시간성이 공연이랑 시기가 다르다. 공연은 현장 무대에서 발생시키고 끝내는데 드라마는 현장에서 발생시키고 다시 한번 시청자들과 만나면서 모니터 앞에서 또 발생시킨다. 이때 어떻게 하면 지금 발생하는 거처럼 믿게 할까 고민 중이다. 저는 현장에서 드라이브하는 힘은 있지만 그걸 유예시켜서 2차로 또 한 번 발생시키는 메커니즘을 아직 이해하지 못해 잘 풀어내고 싶다.


연극은 위험하고 아슬아슬한 작업이라고 생각했다. 눈앞에서 펼쳐지고 편집과 NG가 없으니까 동시에 안전하기도 하다. 오늘 실패한 게 있으면 내일 또 할 수 있고 공연이 끝나면 사라지니 말이다. 드라마를 찍어보니 훨씬 안전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영원히 남는 게 위험하고 아슬아슬하더라. 또한 오래 지속될 거고 훨씬 많은 대중이 보다 보니 책임져야 되는 부분이 훨씬 크겠구나가 느껴졌다.


이번에 여러 매체가 인터뷰가 들어왔다고 할 때 망설여지더라. 대중에게 말 거는 게 두려웠다. 그런데 연극할 때 2018년도에 관객들이 마로니에 공연에 모여서 성범죄 가해자가 출연하는 연극의 보이콧 시위를 했다. 관객이라는 실체가 객석에 앉아있는 익명의 다수가 아니라 한 명 한 명으로 확 와 닿았다. 매체 연기 역시 익명의 대중을 만난다는 두려움보다 시청자 한 명 한 명에게 말을 건다는 설렘을 갖고 연기를 해나가고 싶다."


한편, 김신록은 차기작인 넷플릭스 ‘지옥’으로 대중을 만날 예정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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