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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5. 2021

임준혁-오승훈 "'해롤드와 모드'를 만난 건 행운"

임준혁,오승훈.(제공=신시컴퍼니)

다음은 5월 1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해다 기사의 공연은 지난 주에 막을 내렸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배우 박정자의 시그니처 작품 ‘해롤드와 모드(19 그리고 80)’가 7번째 시즌으로 무대에 오른다.


금일부터 개막하는 연극 ‘해롤드와 모드’(제작 신시컴퍼니, 연출 윤석화)는 작가 콜린 히긴스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동명 영화(1971년)로 먼저 알려졌으며, 자살을 꿈꾸는 19세의 소년 해롤드가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80세 모드를 만나면서 사랑을 느끼는 이야기를 다룬다.


한국에서 1987년 김혜자, 김주승 주연으로 한국 초연됐으며, 초연을 제외한 여섯 번의 공연에 박정자가 ‘모드’ 역으로 출연하며 그의 시그니처 공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박정자의 80세에 ‘해롤드와 모드’가 다시 무대에 올라 더욱 뜻깊은 시즌이 된 가운데 ‘모드’의 상대역 19세 ‘해롤드’ 역에 연극 ‘나쁜자석’, 뮤지컬 ‘몬테크리스토’, ‘베르테르’, ‘인사이드 윌리엄’ 등으로 필모그라피를 탄탄하게 쌓아 올리고 있는 임준혁과 연극 ‘엠. 버터플라이’, ‘렛미인’,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영화 ‘메소드’, 드라마 ‘모단걸’ 등 다양한 매체로 탄탄한 연기력을 선보인 오승훈이 연기한다.


임준혁과 오승훈은 최근 뮤지컬 ‘베어 더 뮤지컬’, ‘블랙 메리 포핀스’에서 상대역으로 만난 데 이어 연극 ‘해롤드와 모드’에서 같은 역으로 만나 감회가 새로울 터.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의 한 카페에서 임준혁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오승훈과는 서면 인터뷰로 진행되어 두 사람의 이야기를 함께 공개한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임준혁)(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와 모드’에 함께하게 된 계기, 제안이 왔을 때 느낌.


준혁 - 제안이 오고 든 생각으로 선생님들과 연기 호흡을 맞추는 자체가 좋았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극장 상황이 더 힘들어졌는데, 선생님들과 연기 호흡 맞출 수 있는 기회도 적고, 선생님들도 “나이 먹은 우리가 설 수 있는 무대가 줄어든다”고 하셔서 그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했다. 이 작품에 박정자 선생님이 계시니 배우로 극의 모든 걸 배우고 싶었고 대사를 섞고 싶었다. 그런 욕심이 제일 컸던 거 같다. 또 신시에 좋은 작품이 많으니 멀리 보고 함께 작업해보고 싶었다. (웃음)


승훈 - 우선 듣자마자 컴퍼니 측에서 제안을 해주셨고, 정말 감사한 작품이고, 영광스러운 역할이라 많이 벅차고, 설렜다. 그리고 제안을 주실 때 모드의 극 중 나이가 80세이고, 박정자 선생님도 올해 연세가 80세가 되셔서 마지막으로 '모드'를 연기하신다고 들었다. 그 마지막을 제가 함께 할 수 있게 제안을 주신 것이 정말 감사했고, 행복했다. 실제로 대본을 받고 하루 이틀 뒤에 바로 박정자 선생님께서 보자고 하셔서 만나 뵙고 리딩을 했는데, 여태까지 작품 리딩을 하며 그렇게 바들바들 떨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너무 떨어서 잘하지 못한 것 같아 며칠 동안 창피하고 속상했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오승훈) (제공=신시컴퍼니)출처 : 열린뉴스통신(http://www.onews.tv

Q. 두 배우 다 연극은 오랜만인데 연습하면서 어땠나.


준혁 - 연극을 정말 좋아한다. 어떻게 하다 보니까 연이 안 닿아서 못하고 있었는데 좋은 작품으로 선생님들과 선배님들과 함께하는 거 자체가 정말 좋다. 선배들이 본인이 해야 할 역할을 하시는 걸 지켜보면서 배울 점도 많고 하나하나 흡수하는 시간이 됐다. 연극은 뮤지컬과 달리 텍스트로만 극을 이끌어 가야 하는데 그것만 해도 엄청 다르다고 본다. 뮤지컬은 음악이 주는 힘이 있지만 연극은 의지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 또 뮤지컬을 할 때는 아침에 목 상태를 확인하며 컨디션에 더 예민했는데 두 장르의 장단점이 다른 거 같고 둘 다 제가 정말 좋아하고 오랜만에 연극을 해서 좋다. 제가 예전에 연극을 왜 좋아했었는지 생각나더라.


승훈 - 편안한 우리 집에 온 것 같아 마음이 안정적이면서도, 엄청난 책임감이 느껴지는 것 같다. 뮤지컬은 음악이 작품이나 인물의 감정을 표현해주고, 그 음악의 힘이 아주 큰 장르다. 그만큼 음악에 대한 부담감이 컸었다. 그래서 연극을 다시 하면 연기만 하면 돼서 좀 편할 줄 알았는데 역시나 아니었다. 연극은 인물의 서사와 분석적인 부분을 훨씬 더 많이 스스로 채우고, 배우의 연기와 호흡으로 극의 대부분을 채워야 한다. 그래서 연기적인 부분에서 훨씬 더 부담이 컸고, 그만큼 분석적으로나 상대방과의 호흡을 맞추는데도 신경을 많이 쓴 것 같다. 그렇지만 또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보면 음악적인 부분에 눈치를 덜 봐도 되어서 솔직히 조금 편하다. (웃음)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임준혁)(사진=신시컴퍼니)

Q. 해롤드라는 캐릭터를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은 어땠나. 이해하기 어려웠던 부분이나 유독 와 닿은 부분이 있는지.


준혁 – 해롤드의 첫인상부터 고민에 걸린 거 같다. 대본을 읽고 브레이크가 걸렸다. 해롤드와 모드의 이야기가 어렵고 철학적이더라. 제가 해롤드로서 모드가 하는 말을 알아듣기 전에 임준혁으로서 알아들을 수 있을지, 모드의 말의 반이라도 알아들을 수 있을까가 고민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저는 모드에 말을 최대한 많이 들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극에서는 해롤드의 정서에 점프가 많아서 왜 해롤드가 모드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지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모드의 말에 귀 기울이고 해롤드로서 임준혁으로서 들으려고 하고 있다.


승훈 - 19세의 해롤드 본인은 자신이 뭐 때문에 그렇게 자살소동을 벌이고, 그런 행동과 에티튜드를 보이는지 정확히 서술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제가 해롤드에 대해 고민하며 마음이 쓰였던 부분은 이 친구는 분명 사랑을 받고 싶고 관심을 받고 싶은 거더라. 그런 마음을 갈구하며 조금은 다듬어지지 못한 표현들로 그렇게 자신의 마음과 생각을 드러내고 있었을 거다. 도대체 얼마나 간절하고 애절했으면 이상한 애처럼 어른들이 본다는 걸 잘 알면서도 그렇게 반복적으로 행동했을까. 또 엄마와 주위 사람들 그리고 그 아이의 세상이 본인에게 보내는 그런 시선에도 그렇게 쿨하게 받아들이게까지 됐는지, 그의 스스로의 세상을 즐기게 되었을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런 해롤드의 세상을 공감하고 받아들여야 그다음의 감정과 생각의 흐름들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고, 그래서 이 부분에 가장 집중한 것 같다. 동시에 이 부분이 가장 어려웠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오승훈) (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는 엄마가 결혼시키려고 데려오는 여자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하는지. 그나마 선샤인에게는 장난도 덜 치고 반응을 보이던데.


준혁 – 엄마가 데려오는 여자들을 만나면서 해롤드가 변하는 태도도 있다. 장난치기 바빴던 해롤드가 세 번째 여자 선샤인을 만날 때는 그래도 최대한 노력을 한 거다. 이건 모드를 만나고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조금은 달라졌기 때문에 선샤인에게 말을 건다고 본다. 이 또한 모드 때문에 해롤드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는 것이다.


승훈 - 그 여자들과의 결혼은 안중에 없다. 아예 관심도 없다. 그냥 소개받고 싶지 않고, 얘기 나누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래서 기괴한 행동들과 장난으로 그 여자들이 마치 날 정신 이상자 혹은 이상한 애로 보고 더 이상 만나고 싶어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무엇보다 엄마한테 "난 이게 싫어요. 결혼하지 않을 거예요."라는 마음을 재미있는 장난들로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선샤인에게 장난을 덜 치지 않는다. 장난과 표현은 점점 심해진다. 다만, 선샤인에게 말을 건네는 해롤드의 모습은 모드를 만나고 함께하며 그녀로 인해 그래도 우리 집에 온 사람에게 말 정도는 건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존재에 대한 경계가 조금은 풀어진 아주 약간은 성장한 해롤드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선샤인과의 만남이 무엇보다 해롤드 스스로 나만큼 독특하고 대단하고 이상한 아이는 없을 거라 스스로 생각했는데, 나보다 더한 이상한 사람이 앞에 있어서 오히려 해롤드 본인이 당황도 하고, 재미있어하는 부분이 개인적으로도 해롤드로서도 흥미롭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포스터_임준혁 ver.(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에게 엄마는 어떤 존재인가.


준혁 – 해롤드가 자살 시도를 하는 게 엄마에게 사랑을 받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가 초등학생 때 누구를 좋아하거나 때론 연인 관계에서도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면 그 사람을 괴롭히는 경우가 있지 않나. 자살 시도를 하고 엄마를 관찰하며 거기에 눈을 뜬 이유는 해롤드가 학교 화학실험 중 불이 나서 사고로 죽었다는 소식을 잘못 듣고 엄마가 쓰러지고 통곡하는 모습을 봤을 때 미칠듯한 카타르시스가 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엎드려서 운다고? 저 사람이 나한테 관심이 있구나, 내가 사랑받고 있구나!’라고 느꼈을 것이다. 참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해롤드는 자살 시도를 통해서 삶을 얻었을지도 모른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에서도 시장 아들(정원창 분)이 해롤드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아버지의 관심을 끌기 위해 학교에서 사고치고 다니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모른다. 해롤드도 엄마를 사랑하고 관심을 받고 싶어 하지만 엄마는 정작 해롤드의 마음을 모르고 있다.


승훈 - 너무 안기고 싶고 너무 사랑받고 싶었던, 그렇지만 항상 그 사랑을 채워주지 못했던 나의 엄마이자 동시에 누구보다 안쓰럽기도 한 안아주고 싶은 내 엄마다. 항상 내가 원하는 사랑과 관심을 주지 않는 엄마의 모습에도 너무 미울 때도 서운할 때도, 속상하고 슬플 때도 있지만 해롤드는 포기하지 않고 항상 사랑을 받고 싶어 하고 그걸 표현하고 있다. 이것이 해롤드 뿐만 아니라 엄마를 정말 많이 사랑하고 아끼는 어쩌면 19살 소년으로서 가질 수 없는 깊고 어른스러운 생각으로 엄마를 생각하고 이해하는 친구라고도 생각한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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