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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5. 2021

오승훈-임준혁, '해롤드와 모드'로 한 단계 도약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오승훈)(제공=신시컴퍼니)

다음은 5월 1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해당 기사의 공연은 지난 주에 막을 내렸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다음은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장례식장에서 모드를 처음 만나고 나서부터 해롤드의 감정의 타임라인은.


승훈 - 처음엔 나의 가장 소중한 의식을 방해하는 '이상한 할머니'가 끝이다. '이 할머니 뭐지... 하...' 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하며 점점 나와 굉장히 비슷한 사람, 나를 공감해주고, 안아줄 수 있는 그런 친구이자 많은 걸 배우고 존경도 할 수 있는 면이 있는 친구 같다. 또 비슷한 점이 많은 만큼 안타깝고 안아주고 싶은 정말 여리고 약한 존재다. 마지막에는 정말 사랑스럽고 예쁘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


준혁 – 장례식장에서 해롤드에게 말을 걸 때는 정말 싫다. 나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데 땅콩 못 봤냐고 묻고 오렌지 먹을 거냐고 묻는데 자꾸 말을 걸어서 성가시다. 해롤드는 자동차 폐차장이나 쓰레기 하치장을 가는 것을 즐기는데 모드의 집에 갔더니 쓰레기장에서 주어온 물건을 보면서 일맥상통하는 걸 조금은 느낀다. 냄새 기계라면서 해롤드한테 경험해보라고 하는데 이게 뭔가 싶고, 나무를 뽑아온 이유나 바다표범을 집에 데려온 이유를 듣고 이상한 감정을 느낀다. 모드는 바다표범이 우리에 갇혀서 살고 있어서 훔쳐 와서 바다에 풀어주려고 하고 나무를 더 비옥하게 자랄 수 있는 곳에 심어주면서 그들을 ‘살려주려고’ 한 거다. 이 말을 들으면서 해롤드의 표정이 객석 뒤까지 안 보이겠지만 ‘뭐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고?’ 느낀다. 모드는 이상한 할머니에서 친구이자 소중한 사람이 되어간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임준혁)(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의 감정의 최고치는 언제일까.


승훈 - 해롤드는 모드를 만나며 점점 자신의 마음을 열고, 공감받고 이해받으며 그녀에게 마음을 기대게 된다. 그러면서 극의 중반부를 넘어서면 내가 이해받고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안기는 걸 넘어서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헤아리며 사랑할 줄까지 알게 된다. 모드의 이야기를 들으며, 또 그녀를 겪으며 깊게 알게 된 순간 그녀를 행동과 마음으로도 안아주게 되고, 그녀에 대한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과 평생 함께하겠다고 마음먹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이 이 극이 진행되는 이야기 안에서 해롤드가 모드를 사랑하게 되는 가장 큰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


준혁 – 모드에게 마음이 열리고 나서는 감정의 타임라인이 계속 올라간다고 본다. 모드에게 사랑 고백을 하고 입을 맞추는 순간이나 프러포즈를 하는 순간이 감정의 최고치일 수 있지만 해롤드는 모드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말할 때가 어쩌면 계속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들에게 하지 않은 깊은 속 이야기를 모드에게 털어놓으면서 모드는 그게 사랑 고백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지만 해롤드는 사랑 고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오승훈)(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가 반지를 꺼내며 프러포즈를 했는데 모드가 이미 약을 먹었고 곧 죽는다고 한다. 이때 해롤드의 마음은 어떤지.


승훈 - 너무 혼란스럽고 당황스럽고 가슴이 답답해 터질 것 같다. 이후에 모드의 이야기를 듣고 상황이 진행되면서 말할 수 없이 슬프고 가슴이 아파지지만 그 말을 들은 그 순간에는 너무도 이해가 안 가고 혼란스럽고 당황스럽다.


준혁 – 순간 뇌 정지다. 정말 모드스러운 모습이다. 해롤드가 너무 받아들이기 힘들 거 같다. 제가 엄마를 더 좋아하게 됐는데 엄마가 “너에게 모든 깨달음을 줬어”라며 시한부 3개월 판정받았다고 해도 못 견딜 거 같은데... 모드를 통해서 살아갈 힘을 얻었는데 약을 먹고 한 시간 뒤 죽는다고 하면 그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Q. 80세에 모드를 연기하는 박정자 선생님을 보면서 배우로서 받는 느낌도 다를 거 같은데 어떤가.


승훈 - 그냥 모드 같으시다. (웃음) 모드 자체를 전부 이해하고 표현하시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해롤드로서 또 저 자체로도 함께 연기하며 많이 감사하고, 매 순간 배우고 동기부여가 된다. 저도 오래오래 연기하며 언젠가 다른 배우들에게 큰 배움과 동기부여를 줄 수 있는 선생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


준혁 - 무대와 연기, 연극을 사랑하시는 거 느껴진다. 선생님께서 80세인데 저의 80세를 생각하면 저렇게 정정하고 멋있게 나아갈 수 있을까 싶다. 에너지가 너무 좋으시고 욕심이 많으시며 잘하고 싶어 하신다. 이미 존경받는 분이신데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연습할 때도 ‘선생님도 저렇게 하시는데 내가?’라는 걸 계속 느끼고 가끔 그게 힘들 때도 있지만 그런 열정과 배우로서 삶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컨셉사진_모드(박정자)_해롤드(임준혁)(제공=신시컴퍼니)

Q. '해롤드와 모드'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 거 같나.


승훈 - 모든 작품이 항상 저에게 큰 배움과 동기를 부여해줬지만 '렛미인', '메소드', '피고인', '베어 더 뮤지컬'을 만났을 때 만큼이나 정말 큰 제 인생의 사건이고 배움이다. 그만큼 감사하게 남을 것 같다.


준혁 – 제가 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다.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이지만 배우로서든 사람 임준혁으로서든 많이 배우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던 거 아닐까 생각한다.


2021 연극 해롤드와 모드_포스터_오승훈 ver.(제공=신시컴퍼니)

Q. 요즘 소소한 행복은 무엇인가.


승훈 - 소소한 행복이라기보다 연기자로서 이렇게 계속해서 좋은 작품과 역할로 연기를 해나갈 수 있음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요즘이다. 누구나 하는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거지만, 연기자라는 직업이 아무래도 제가 하고 싶다고 항상 쉬지 않고 해나가기는 쉽지는 않은 직업이지 않나. 그런 만큼 이렇게 좋은 작품들에 계속해서 제가 연기자로서 쓰일 수 있다는 것에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 심지어 그렇게 꿈꾸었던 음악과 함께 뮤지컬이라는 장르에서도 제가 연기를 해나가고 있지 않나. 너무 뿌듯하고 감사하다고 느껴서 행복하다.


준혁 – 없다. 울고 싶다. (웃음) 집에서 샤워하면서 따뜻한 물을 맞을 때? 따뜻한 물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려올 때 좋다.


연극 '해롤드와 모드'는 박정자, 오승훈, 임준혁, 홍지영, 오세준, 최명경, 이경미가 출연하며 23일까지 서울 강남구  KT&G 상상마당 대치아트홀에서 공연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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