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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May 25. 2021

안희연(하니) "'어른들은 몰라요'는 나를 무너뜨려"

안희연(하니).(제공=리틀빅픽처스)

다음은 5월 1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배우 안희연(하니)이 첫 스크린 도전작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영화 ‘어른들은 몰라요’(감독 이환)는 가정과 학교로부터 버림받은 10대 임산부 ‘세진’(이유미 분)이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친구 ‘주영’(안희연 분)과 함께 험난한 유산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박화영’에 이어 거리를 떠돌고 보호받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가감 없이 조명한 이환 감독은 ‘어른들은 몰라요’에서 10대의 임신과 유산, 학교폭력, 성 상납 등 다시 한번 뜨거운 논쟁거리를 스크린에 담았다.


걸그룹 EXID에서 하니로 대중에게 각인시킨 안희연은 스크린 데뷔작으로 ‘어른들은 몰라요’를 골라 ‘세진’의 유산 프로젝트를 돕는 가출 4년 차 동갑내기 ‘주영’ 역을 맡아 흡연과 거침없는 욕설로 그동안의 이미지를 기분 좋게 배신했다.


안희연은 ‘어른들은 몰라요’의 출연 제의를 이환 감독의 DM(다이렉트 메시지)이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감독님이 DM으로 제안을 주셨다. 그때 회사가 없었다. 7년 계약이 끝날 때쯤 보통 2가지 선택이 있다고 하는데 그 안에서 선택하고 싶지 않았다. 그럴 만한 데이터도 없고 연기활동을 한 게 없는데 내가 뭘 하겠나 싶어 계약이 끝나면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데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제약을 두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스물여덟이었는데 뭘 해도 늦지 않은 나이 아닌가 생각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스스로 ‘너 뭐 좋아해?’라고 물어도 제가 대답을 안 하고 지냈다. 스스로 삐쳐있어서 계약이 끝나자마자 편도로 비행기를 끊고 여행을 갔다. 저랑 친해져야겠더라. 뭔가를 잃어버린 거 같아서 그걸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가서 SNS DM을 봤는데 ‘박화영’ 감독이라고 영화 제안을 주셨더라. 이때 제가 배우가 되겠다는 마음을 먹은 상태였으면 더 힘들었을 거 같다. 오히려 많은 걸 따졌을 거 같은데 그때 한국 들어와서 ‘박화영’을 봤는데 두근거리더라. 뭔가를 선택하기에 이 두근거림이면 충분하지 않나. 그래서 이환 감독님을 만나고 "당신은 이걸 왜 만드세요?"가 궁금했는데 "저는 미래에 대해서 정한 게 아무것도 없는데 한 가지는 정했다. 뭘 할지 모르겠지만 세상을 조금이라도 아름답게 만들었으면 좋겠다. 이 영화가 그쪽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게 맞냐"고 물었다. 감독님이 자신도 그런 꿈이 있는 사람이라고 하셔서 그럼 같은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함께하자 하고 그 다음 날부터 워크숍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10대로 돌아가 ‘주영’으로 살아본 소감으로 “그때 그 시기가 인생에서 짙었던 순간들이었다. 무언가에 몰입할 수 있었던 시간을 가져볼 수 있었단 게 감사하다”고 묵직하게 전했다.

안희연(하니).(제공=리틀빅픽처스)

다음은 안희연과 일문일답이다.


Q. ‘어른들은 몰라요’ 시나리오를 보면서 가장 설렜던 지점은.


"캐릭터를 보면 주영이랑 재필이(이환 분)가 대비가 된다. 재필은 감정을 누르고 담담하게 담아낸다면 주영은 터뜨리는 지점이 설렜던 거 같다. 평소에 터뜨리고 살지 못하다가 스물아홉 돼서 엄마한테 처음으로 화를 냈다. 엄마께서 저에게 서운한 걸 평소에 말을 잘 안 해서 제가 더 서운했다.(웃음)"


Q. 시나리오로 봤을 때와 완성본의 느낌은 어떻게 달랐나.


"시나리오에서는 주영이 더 거칠고 사포 같은 느낌이었다. 영화를 봤을 때 주영이 무디고 따뜻한 느낌이어서 민폐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내가 캐릭터에 민폐를 끼친건가’라는 생각도 잠시 했지만 오히려 주영의 빛나는 면도 있었다고 생각도 들었다."


Q. 감독과 미팅에서 이 영화가 세상을 조금은 아름답게 만드냐고 물었는데 좋은 영향을 끼친 거 같나.


"감독님이 ‘어른들은 몰라요’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영화라고 하셨다. 이 이야기들은 우리 주변에 실제로 있고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는다더라. 주위에서 이 영화를 끝까지 보기 힘들었는데 중간에 그만두면 영화에 남은 어른들과 다를 바 없는 거 같다는 말을 들으면서 현미경으로 비추는 일을 잘했다고 느꼈다. 우리가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10대 청소년의 어두운 그 무언가를 비추는 일을 함께 했고 생각한다."

안희연(하니).(제공=리틀빅픽처스)

Q. 주영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세진을 만나서 같이 다니기로 마음먹은 게 단순히 같은 가출 청소년이어서는 아닐 거 같은데, 어떤 점에서 동질감을 느꼈다고 생각하나.


"감독님의 영화가 친절한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영이는 전사가 있다. 주영은 학교를 다니다가 친구들과 관계 속에서 오해가 생기고 칼부림이 있었고 그 속에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된 사람이다. 그 모든 상황을 겪으면서 가정과 학교에서 보호를 못 받고 어른들에 대한 믿음이 사라져 적대시하게 되며 세진과 같은 경험을 같다. 세진에게서 자신도 보이고 그 사건에 있는 친구에게 죄책감을 갖는데 세진에게 그런 지점이 보이는 거다. 영화만 봤을 때는 납득이 안됐다. ‘내가 어른이라 이해를 못 한 건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오토바이에 뛰어들고 물심양면 도와주나’ 싶었는데 이런 전사가 있었고 연기를 처음 하다 보니 전사 워크숍을 하기도 했다."

안희연(하니).(제공=리틀빅픽처스)

Q. 워크샵에서 생고기를 두고 찍어 내리는 연습한 게 인상적이었다고 하던데.


"이 신이 가장 어려웠다. 납득하기 어려웠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를 치지 않지 않을까. 그 장면이 원래 시나리오에서 없고 추가된 장면인데 이 신이 필요할 거 같긴 하지만 어떻게 하면 이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싶어서 워크숍을 많이 했다. 돌로 내려치려고 하면 못 내려치겠다. 처음에는 나를 대신 쳤는데 그럼 인물이 말을 안 듣는 거니까 30분에서 한 시간 넘게 계속 울었다. 그동안 제가 무너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살았더라. 그게 너무 낯선 거다. 무언가 직접적으로 치는 느낌이 사람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싶어서 생고기를 갖고 와서 돌로 쳐봤다. 손에 느껴지는 질퍽함에 무너지더라. 아무것도 안 들리고 이상한 경험을 하게 됐다. 이것조차 제가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인데 과연 굴복하지 않으리라고 할 수 있나. 촬영 현장에서 무너졌다. 무너지면 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죽더라. 자유로워진 느낌이었다. 하루 종일 오랫동안 찍었는데 감독님 스타일이 배우에게 강압적으로 하지 않으신다.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대화를 많이 하신다. 그날 현장의 모든 스태프에게 감사하다."


Q. 영화를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엔딩 크레딧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계속 묻지 않나. 그래서 어떻냐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볼 때 엔딩 크레딧에서 눈물이 나는데 옆을 봤더니 유미도 울고 있더라."

안희연(하니).(제공=리틀빅픽처스)

Q. 올해 서른이 되었는데 서른의 나이는 어떻게 다가오나.


"이제 좀 어른이 되어야 하나 싶었는데 최근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조금 어른이 됐다고 서럽지만 느꼈다. 나보다 나의 바깥이 중요해지기 시작했더라. 심리학 공부를 하는 것도 그렇고 내 안이 복잡해서 내가 너무 궁금하고 중요했는데 그것보다 나의 바깥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거 같다."


Q. EXID 하니에서 배우 안희연이라는 타이틀이 붙었는데 배우로서의 길은 어땠으면 하나.


"연기가 너무 좋은 게 연기를 통해서 많이 배운다. 공부로 배울 수 없는 관계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있다. 특히 나에 대해서 많이 배우고 그게 짜릿하고 재미있다. 기존 안희연 시각이 아니라 제가 확장된 느낌이 든다. 그렇게 배우는 게 좋은데 앞으로 연기는 그런 거지 않을까."


배우 안희연의 스크린 데뷔작 ‘어른들은 몰라요’는 절찬리 상영 중이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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