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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n 15. 2021

홍준기 "삼십 대에 연극하면 가장 공감되죠"

제공=엠비제트컴퍼니


다음은 5월 10일에 나온 인터뷰 기사입니다. 해당 공연은 현재 종연됐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로라가 잘 살 거라는 믿음 때문에 톰은 떠날 수 있었어요."


연극 ‘유리동물원’은 한집에 함께 살고 있지만 자신이 만든 환상의 세계에서 부유하는 가족과 그들을 찾아온 낯선 손님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자녀들에게 자신의 환상을 강요하는 어머니 ‘아만다’와 시인을 꿈꾸지만 현실 앞에서 고군분투하는 ‘톰’, 주로 집에서 유리동물과 축음기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내는 ‘로라’로 이루어진 윙필드 가족이 유쾌한 성격으로 언제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손님 ‘짐’을 만나 일어나는 사건을 그렸다.


연극 ‘유리동물원’은 1930년대 미국의 대공황을 배경으로 하지만 현대사회의 모습과 상당 부분 닮아있어 관객들에게 공감을 자아낸다.


최근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극에서 내레이터이자 시인을 꿈꾸는 청춘의 분열과 방황을 보여주는 ‘톰’ 역의 배우 홍준기를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홍준기는 “작품 콜이 들어왔고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저는 ‘유리동물원’을 읽어본 적이 없어서 제목만 보고 동물 열 마리 중에 코러스 역할인 줄 알았다”며 웃어 보였다. 그 와중에 그가 맡은 톰은 내레이터로 관객을 제일 먼저 만나고 작품을 중간중간 설명하는 역할인데 기대와는 다르게 큰 롤을 맡아 떨리지 않았냐 묻자 “엄청 떨었다. 성냥을 켜야 하는데 손이 덜덜 떨리는 게 보였을 거다. 이전 작품 ‘히스토리보이즈’나 ‘데미안’은 여러 명이 나와서 같이 오프닝을 해서 부담이 없었는데 혼자 열 몇 줄의 대사를 하는 데 너무 떨렸다”고 전했다.

제공=엠비제트컴퍼니

다음은 홍준기와 일문일답이다.


Q. ‘유리동물원’의 동물인 줄 알았다는 게 재미있는데, 그럼 대본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읽으면서 좋았던 거는 엄마랑 싸우는 장면인데 저와 우리 엄마 같은 모습이었다. 울분은 비슷하지만 톰은 그걸 터뜨리지만 저는 터뜨리지는 못한다. 맨 처음 읽었을 때도 엄청 재미있다는 느낌은 아니었고 ‘극단 마방진에서 유리동물원을 한다고?’라는 생각이었다. 사건이 딱 있는 작품이 아니라 잔잔하게 흘러가면서 그 속에서 배우로서 매력을 찾아가면서 연기하고 제가 공감되는 게 많을 때 재미를 느낀다. 연습하면서부터 점점 매력을 찾아간 거 같다. 제가 좋아하는 장면은 로라랑 아만다가 달을 보고 기도하고 있으면 제가 내레이터로 나와서 이들을 꼭 안아준다. 더 꽉 껴안고 싶지만 로라가 아프다고 해서 살살 껴안는다. 또 엄마랑 화해할 때 화해하려고 하지만 결국엔 다시 싸우는 걸 보면서 정말 엄마와 아들의 모습 같았다. 엄청 예전의 작품인데 모자지간은 똑같구나. (웃음)"


Q. 연기하고 있는 ‘톰’과 홍준기가 가장 닮은 지점은.


"저는 너무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연습 초반에 프로필 촬영할 때 “어떤 인물이 제일 공감이 가냐” 해서 톰이라고 했고, “삼십 대이고 연극배우면 톰이 제일 공감될걸요?”이라고 말했었다. 정말 닮은 부분은 저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데, 톰에게 창고에 나가서 일하는 게 카페였고 시를 쓰는 건 공연하는 거다. 그런 부분은 굳이 연기하기 수월했고 어려운 부분은 로라에 대한 마음이었는데, 절름발이 누나에 대한 감정의 깊이와 폭이 어느 정도일까 싶었다."


Q. 장애가 있는 누나인 로라에 대해서 톰의 생각은.


"톰은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부모님의 편애가 약간 있는 거 같다. 제가 버는 돈으로 월세도 내고 로라는 학비가 얼만데 그걸 속이고 학교도 안 가지 않나. 그걸 투정 부릴 수는 없고 그걸 참고 그냥 살 거 같다. 그걸 말하면 누나가 속상해할 거 같다. 어릴 때부터 장애가 있는 형제, 자매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어렸을 때는 창피하거나 숨기고 싶을 수 있겠지만 톰은 로라를 믿어 의심치 않는 사람이다. 현실은 아닐 수 있지만 로라가 잘살아나갈 수 있을 거 같다. 이기적일 수 있지만 그렇게 믿어야 저도 살아갈 거 같다."


제공=엠비제트컴퍼니

Q. 톰과 가장 많이 대립하는 엄마 아만다에 대해서는.


"관객들이 봤을 때 아만다가 고구마이고 그렇게 답답해할 줄 몰랐다. 우리네 엄마 같다는 느낌이었고 사랑스럽다.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김정민, 양서빈 선배 두 분 다 연기를 잘하셔서 정말 사랑스럽더라. 현시대의 엄마는 더 열려있나? 우리 엄마만 그런가? 여러 생각을 했다."


Q. 로라가 왜 유리로 된 동물 피규어에 집착하는 거 같나.


"누나가 수줍음도 많고 사람들과 잘 못 어울리는데 이상하다고 보지 않고 그대로를 인정해주면 되는 거 같다. 남들처럼 사회성이 좋고 사람들과 잘 어울려야 한다는 거부터가 고정관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톰이 마지막에 떠날 수 있는 거 같다. 유리 동물원만 붙잡고 살아도 로라가 좋아하는 거고, 로라가 결혼을 못해도 잘살아갈 수 있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떠날 수 있었던 거 같다."


Q. ‘유리동물원’ 무대를 보면서 골조만 있고 배우의 동선이 드러나는 것을 보고 이 또한 유리 동물 피규어를 둔 장식장 같은 느낌이 들었다.


"무대 감독님 글을 봤는데 기억에 관한 거였다. 골조, 뼈대, 옛 기억이 디테일하게 있지 않고 소품 하나하나가 기억 속일 수도 있다. 이 작품도 톰이 내레이터다 보니 톰의 기억이고 내가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지 않을까. 아만다랑 싸울 때는 엄마를 더 나쁘게 해서 기록하지 않을까 싶었다."


제공=엠비제트컴퍼니

Q. ‘유리동물원’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는.


"“앵무새가 되어서 날아가”. 로라에게 하고 싶은 말 같다. 작가가 열심히 숨겨놓은 걸 제가 찾아서 발굴한 거 같은 느낌이라 처음부터 이 대사가 확 와 닿았다."


Q. 연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고3 때 여성예능인들이 나와서 직업탐험하는 예능을 봤는데 뮤지컬 ‘헤어스프레이’를 같이 연습하는 걸 보면서 ‘오와 멋있다’고 생각했다. 바로 입시 학원을 보내 달라고 했는데 부모님께서 “너같이 내성적인 애는 안 된다. 네가 돈을 많이 벌어서 네 돈 내고 주인공하는 무대를 해”라고 하셨다. 그러다 입시 학원을 다니는데 노래가 잘 안 돼서 연극에 더 빠지게 됐다. 그때는 입시를 앞두고 단기간 안에 노래가 안 돼서 포기를 한 건데 그때 음치, 박치였던 친구들이 꾸준히 해서 뮤지컬 배우로 무대에 서는 거 보고 저도 요즘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가끔 뮤지컬 콜이 들어오면 노래 못해서 못한다고 하고 싶지 않더라. (웃음)"


Q. 연기를 포기하지 않고 하게 만드는 원동력은.


"좋아서 한다. 돈 벌려면 연극 못할 텐데... 이번에 깨달은 건데 연습을 하고 공연에 올라갈 때 연습기간이 더 재미있다. 함께 부대끼고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우리들끼리 웃고 만들어 나가는 게 재미있다. 그런 게 공연의 매력인 거 같다."


Q. 인간 홍준기는 어떤 사람인가.


"군대 시간 빼고 4년 내내 공연을 한 번도 안 쉬었다. 학교 다닐 때도 1, 2학기 방학까지 공연만 해서 혼자 뭐 해야 할지 모르고 사회인이 되었더라. 최근에 요가도 시작하고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배우는 쉴 때도 잘 쉬어야하고 다음 작품을 기다려야하는 직업이라서 우울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혼자서도 잘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해야하는 거 같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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