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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l 15. 2021

박영수-안재영-박건 "무인도에서 꿈을 찾아가세요!"

박건, 박영수, 안재영.(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6월 14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누군가는 꿈을 향해서 하루하루 계획적으로 열심히 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마음은 있지만 행동으로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기도 한다.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연출 윤상원, 제작 섬으로 간 나비)는 신림동 지하창고 방에서 생활하는 갓 서른을 넘은 취업준비생과 백수의 경계 지점에 있는 봉수와 동현, 지상 1층에 거주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수아가 공모전 상금 500만 원을 타기 위해 지하 단칸방에서 연극을 만들며 벌어지는 일을 다룬 극중극 형태의 작품이다.


봉수, 동현, 수아의 상상력이 더해서 특별하지 않던 지하 창고가 북태평양 한가운데 무인도가 되고 그 속에서 행복과 삶의 가치를 찾아가게 해준다. 특히 이 극은 취업난과 무한 경쟁 속에서 소외감과 자책감을 느끼는 청년들에게 위로와 응원을 전해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 열린뉴스통신은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작가의 꿈은 있지만 히키코모리 같은 ‘동현’ 역의 배우 박영수, 안재영, 박건을 만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강찬, 안재영.(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박영수, 안재영, 박건과 일문일답이다.


Q. ‘무인도 탈출기’에 초연부터 함께한 안재영, 박건과 이번 시즌 합류한 박영수의 ‘동현’인데, 각각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는.


영수 – 처음에는 스케줄이 안 돼서 못할 거 같았지만, 대본을 보고 설렜다. ‘동현’이와 같은 역을 해보고 싶었고, ‘봉수’와 ‘수아’까지 인물들이 가지고 있는 선함과 이 시대를 겪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좋았다.


건 – 저는 두 번째 연극부터 함께 했고, 작년에 뮤지컬로 각색되면서 자연스럽게 같이 하게 됐다. 처음에는 ‘재미있다’는 정도였지만 옆에서 작품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기하다.


재영 – 윤상원 작연출님이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조연출로 있을 때 인연이 있었다. 그때 “형, 제가 쓰고 연출한 작품이 있는데 보러 와줬으면 좋겠어요”라고 해서 건이가 연극하는 날 보러갔다. 작품이 상큼하고 재미있길래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하자”고 했더니 이번에 연출님이 “몇 년 전에 그렇게 말한 거 기억나시죠?”라고 하더라. 그러면서 건이를 처음 만나게 됐고 뮤지컬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아이디어도 냈다. 초연 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지만 만들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는데 재연을 올리면서 지난번에 부족했던 부분을 디벨롭하게 됐다.


Q. 동현의 첫인상과 연기하면서 중점적으로 표현하려고 하는 부분은.


재영 – 연출님께서 처음에 얘기하신 게 영화 ‘노팅힐’에서 휴 그랜트가 수경을 쓰고 나오는 거 같은 느낌이 났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동현은 창작자이자 작가인데 작가를 떠올렸을 때 생각하는 그로테스크한 느낌이 아니라 밝고 독특하며 창의적인 기운은 뿜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성인 남자 집에 인형이나 토이볼 같은 건 없지 않을까. 되게 캐주얼한 소품을 가지고 작품을 상상하는 게 독특한데 연출님에게도 이런 느낌이 있는 거 같다.


건 – 저도 비슷한데 동현이가 단순한 히키코모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에 학교를 중퇴하고 일하다가 그만둬서 바로 취업을 못 하고 실업 급여로 살아가고 있다. ‘현재를 즐기자, 카르페 디엠’이 동현의 모토로 실업급여가 남아있는 동안 일단 이대로 지내고 나중의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는 자유로운 영혼이다.


영수 – 동현이의 다듬어지지 않은 야생스러운 모습이 좋았다. 빛이 나기 전의 인물의 모습이랄까. 동현이는 빛이 꼭 날 인물이다. 연기하면서 동현이가 글에 대한 진심이 담겨져 있었으면 했다. 극중극을 할 때 자신이 써내려가는 이야기에 진심을 담아서 수첩에 글을 쓴다.

박영수.(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극에서 동현이가 봉수에게 “강남까지 가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시간 쓰고, 교통비가 들지 않냐”고 하는 말이 맞는 말이라서 재미있는데, 집에만 있는 동현이는 봉수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드나.


영수 – 동현이도 봉수의 마음을 알고 있다. 동현이가 이상을 꿈꾸는 거 같지만 그가 뱉는 말은 누구보다 현실과 맞닿아있다. 동현이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꿈꾸는 것을 꿈꾸는 아이다.


건 – 안타깝기도 하고, 봉수가 조금은 내려놨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 동현이도 봉수가 집에 없을 때는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잘 안 된다. 봉수가 밖에서 아등바등할 때 동현이도 집에서 나름 아등바등하지만, 밖에 안 나가서 돈을 쓰지 않다 보니 봉수가 바보 같다.


재영 – 처한 상황은 같은데 대처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거다. 관객들이 보기에 봉수는 아득바득 살고 동현이는 해탈한 거처럼 보일 수 있으나 실제로 해탈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친구들에게 조언하면서도 마음은 불안한 거와 같을 거 같다.

안재영, 박란주.(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극중극을 시작할 때 처음에 봉수가 집중을 못 하지 않나. 동현이가 봉수가 극에 빠질 수 있게 만들어주고 그가 점점 감화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첩에 이야기를 열심히 적는다. 이때 단순히 ‘내 친구가 시키는 대로 따라하네’라기 보다 점점 이야기에 빠져드는 모습에 어떤 생각이 들까.


재영 – 실제로 작품을 이런 식으로 만들 때도 있다. 평소에 갑자기 친구가 “내 꿈은 만화가였어”라고 말하면 오그라들거나 놀랄 수 있지 않나. “이건 연극이고 상황극이잖아”라고 하면서 진솔한 이야기도 하고 웃고, 우는 거에 당위성이 생긴다. 갑자기 친구가 울면 놀라겠지만, 연극에서 울면 이해되는 거처럼 장치를 만들어 준 거 같다. 서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연극이라는 장치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서 뿌듯하면서도 자신의 친구를 알아간다. 이 극으로 500만 원을 받을지 모르겠지만 뭔가 만들어지는 것이 즐겁다.


영수 – 이때는 꿈을 품고 있었던 봉수의 모습을 알아가는 것이 좋다. 봉수의 꿈을 보면서 동현이는 다시 한 번 자신의 꿈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봉수에게 꿈을 일깨워준 거 같아 뿌듯하면서도 혼자 섬에 남는다고 할 때는 죄책감과 미안함이 든다.


건 – 일단 하기로 시작했지만 처음에 봉수가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답답하다. 어떻게든 빠져들게끔 도움을 주면서 봉수도 감화되는 모습이 즐겁고, 수아가 들어올 때는 처음부터 잘하는 모습에 ‘저 친구는 재능이 있다’고 느낀다. 또 둘이 무인도에서 만나서 친해지는 걸 보면서 ‘봉수가 수아랑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봉수가 배를 못 본 척하고 나가기 싫다고 하면서 갈등이 생길 때는 복잡한 마음이 든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6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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