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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Jul 15. 2021

박건-안재영-박영수 "여러분의 무인도는 어딘가요?"

박건.(제공=섬으로 간 나비)

다음은 6월 14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다음음 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동현이가 선장으로 무인도에 들어갈 때는 봉수도 함께 나오길 바라는 마음인가, 아니면 수아라도 꺼내주려고 들어가나. 만약 본인이 수아라면 봉수만 두고 무인도를 나올 것인가.


재영 – 둘 다 데리고 나오고 싶다. 그런데 왠지 봉수는 무인도에 살아도 괜찮을 거 같다. 동현이는 수아에게도 선택은 필요하겠다는 마음으로 무인도에 들어간다. 그리고 제가 수아라면 어떻게 해볼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결국에는 설득을 하겠지만 친구가 정말 무인도에 있고 싶어 하면 혼자 올 거 같다. 단, 무인도에 있는 마음이 도피하기 위해서라면 팩트폭격과 정신적인 충격을 줘서라도 데리고 오고 싶다.


건 – 수아가 무인도를 나가고 싶어 하니까 선택권을 주려고 들어가는 거지만, 봉수에게도 한 번 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너무 단호하게 싫다고 하니까 그의 선택을 존중해주지만 저였으면 뺨을 때려서 정신 차리게 할 거 같다.


영수 – 저는 둘 다 데려오고 싶지만 봉수에게 죄책감이 든다. 극을 하면서 봉수에게 꿈이 심어지지 않았나. 제가 그를 다시 꿈꾸게 만들어서 저의 세계로 인도하게 됐고 봉수를 통해서 미러효과처럼 자신을 보게 된다. 그러다 보니 일단 봉수의 선택을 존중한다. 대신 “내가 몇 년 후에 다시 찾아올 테니 그때까지 생각해봐라, 널 잊지 않고 있겠다”고 말을 해 희망을 심어줄 거 같다. 그런데 몇 년 후에 무인도 찾아갔는데 그 친구가 없으면 당황할 거 같다.

안재영.(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각자가 생각하는 무인도의 모습은 어떤가.


재영 – 영화 ‘캐스트어웨이’를 봐서 그런지 바다빛깔은 아름답지만 야자수는 말라 있고 굉장히 척박할 거 같다. 혹시 이거 심리테스트 아니죠? 왠지 “바닷물 색깔이 당신의 심리 상태입니다.”이럴 거 같은데. (웃음) 칸쿤의 무인도였으면 좋겠지만 벌레도 많고 산호초를 밟아서 아플 거 같다.


건 – 매체에 나오는 무인도를 보면 멀리서 봤을 땐 아름답고 가보고 싶지만 가까이 가면 벌레가 너무 많고 큰 도마뱀도 있던데 그게 무섭다. 그래도 블루 라군처럼 예쁜 호수 정도는 있었으면 좋겠다.


영수 – 저는 놀이동산처럼 미끄럼틀도 있고 타잔처럼 줄을 타고 놀고 싶다. 그런게 없다면 제가 무인도를 그렇게 꾸미고 있을 거 같다. 수로를 만들어서 가운데서 낚시도 하고 어쩌면 해적이 보물을 심어놨을지도 모른다.


Q. 무인도에 간다면 가지고 가고 싶은 3가지는.


영수 – 아내랑 딸과 같이 가고 싶지만 고생 시킬까봐 저 혼자 가야 한다고 생각하겠다. 그럼 기타와 칼, 펜을 가져가서 심심할 때 기타치고 놀고 글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을 거 같다.


재영 – 칼, 부싯돌, 세계의 언어가 적혀있는 사전. 세계 언어를 마스터하고 싶다.


영수 – 세계 언어 마스터했는데 아무도 안 오면 어쩌냐. 말할 일이 없다. 저는 펜으로 제 언어를 창조하겠다.


건 –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랄 씨앗, 큰 라이터, 그리고 하나가 고민인데 사람을 데려가고 싶지만 고생할 거 같다.  소 한마리 데려가서 농사지으며 살고 싶다.


영수 - (이전에 공개된 ‘무인도 탈출기’ 봉수, 수아 역의 배우들 인터뷰 대답을 듣고) 란주는 이기적이네. 부모님께서 다 키워놨더니 무인도를 데려가? 또 남편과 결혼했더니 무인도를 데려가? 휴는 친언니를 데려가지만 친언니가 가서 휴한테 다 시키면 어떡하냐. 또 찬이 고양이는 무슨 고생이냐. 제가 동물을 안 데리고 가는 이유는 무인도에 가서 동물들과 친해지면 된다. 얘네는 거기 살던 애들이니까 적응할 필요가 없다.

손지애, 박영수.(제공=섬으로 간 나비)

Q. 극의 끝부분에 봉수가 무인도에서 나가기 싫다고 하면서 동현에게 “네가 무슨 마음이었는지 알 거 같다”고 할 때 친구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줘서 고마우면서도 복잡미묘한 마음이 들 거 같은데 어떤가.


건 – 봉수에게서 제 모습이 보이고, ‘혹시 내가 얘한테 강요한 건가?’ 생각이 들어서 울컥한다. 그래서 봉수의 선택을 존중해주는데 그 순간 수아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어서 미안하다.


재영 – 저도 울컥한다. 친구가 저를 이해해줬다는 생각이 들고 제가 봉수를 바라보는 모습이 다른 사람들이 저를 바라볼 때 모습일 거 같다고 느끼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있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이해해준다.


영수 – 저도 비슷하지만 부끄럽고 창피한 마음도 있다. 동현이가 겉으로 웃고 있었지만 실제로 밀어두고 싶었던 마음을 들킨 거 같아서 부끄러우면서도 누군가는 제 마음을 안다는 것에 안도감도 든다.


Q. 에필로그에 수아가 새로운 공모전에 도전해보자고 오는데, 동현의 앞날은 어떨 거 같나.


재영 – 크게 바뀌지 않을 거 같다. 이 작품의 매력으로 모차르트나 반 고흐처럼 삶의 역경을 거치는 게 아니라 동현이가 작가로 나오지만 우리의 모습처럼 별로 대단하지 않다. 동현이 작가로 거듭나는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이 약간 바뀌는 정도로만 달라졌을 거 같다.


건 – 사람이 그렇게 쉽게 바뀌는 거 같지 않아서 그런지 동현이도 그럴 거 같다. 그래도 뭔가를 하고 있을 거 같고, 공모전도 한 번 더 해보고 안 되면 취업 준비를 할 거 같다.


영수 – 저는 현실성이 없는 거 같다. 100% 확신으로 작가가 될 거 같다. 동현이는 극중극에 진심이었고 동현, 수아, 봉수는 이 안에서 행복감을 맛보지 않았나. 이들이 성취감을 맛본 게 작은 씨앗으로 이 공연에서는 안 보이지만 나중에는 꽃을 피울 거 같다. 이 극이 시발점이 되어서 대단한 작가는 아니더라도 꼭 작가가 될 것이다. 봉수와 동현이가 일상으로 돌아왔을 때 봉수는 다시 만화책을 보고, 동현이는 청소를 하게 되는데 앞으로 일상이 어떻게 꽃 피울지 모르는 거다. 대게 예술가 중에 살아생전 정신병자 취급받고 힘들게 살았지만 사후에 작품을 인정받기도 하지 않나. 동현이의 새싹이 트고 있기 때문에 변화가 일어났을 거 같다.

박건.(제공=섬으로 간 나비)

Q. 자신에게 무인도 같은 아지트가 있나.


재영 – 한국은 아닌 거 같다. (웃음) 어렸을 때부터 모험하는 걸 좋아했는데 해외여행을 처음 갔을 때 시야가 트이는 것도 느끼고, 의도치 않게 연락이 차단돼서 새로운 세상에 온 거처럼 좋았다. 여행에서 만나는 사람에게 기대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 보니 순수하게 그 사람을 바라볼 수 있고 오히려 저를 바라보는 시간도 많아지더라. 여행이 저의 무인도이다.


영수 – 어렸을 때는 무인도 같은 곳이 항상 있었고 많았는데 지금은 없는 거 같다. 학창 시절에 아파트 상가에 분수대 위에 조그만 공간이 있었는데 비밀 기지처럼 친구들과 그곳에서 만화책을 봤었다. 그리고 서울예술단에 있을 때도 저만 쓰던 피아노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공간이 없어서 아쉽다. 몇 년 후면 새 집에 저의 방이 생기는데 그걸 어떻게 꾸밀지 고민 중이다.


건 – 나이대 마다 달랐다. 어릴 때는 맞벌이 부모님이 계신 친구 집에 가서 모여서 놀았고 고등학교 때는 방송반을 해서 늘 방송실에 아나운서로 있었다. 대학 다닐 때는 연습실과 동기네 집에 갔는데 집주인이 없는데도 들어가서 라면 끓여 먹고 괜히 미안하니까 빨래 돌려주고 오고 그랬다. 지금은 집에서 그냥 휴대폰 게임하거나 넷플릭스를 본다.


재영 – 세 명 다 지금은 무인도가 없어서 슬프다.

박건, 박영수, 안재영.(제공=섬으로 간 나비)

Q. 본인이 맡은 캐릭터 ‘동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영수 – 예전에는 “행동하지 않으면 변화되는 게 없다”는 말을 좋아했다. 최근에 한 사진에서 광부가 돌을 캐고 나가는데 한번만 더 캐면 밖에 나갈 수 있지만 지친 모습으로 해골이 되어 있는 모습을 봤다. 한번만 더 캤으면 빛을 볼 수 있었을 테니 동현이도 한 번 더 노력해보라고 하고 싶다. 곧 빛!


건 – 인생이 길지만 생각보다 길지 않으니 하고 싶은 거 살았으면 한다. 대신에 조금만 더 용기를 내라.


재영 – 포기하지 마라. Enjoy your life!


한편, 뮤지컬 ‘무인도 탈출기’는 박영수, 안재영, 박건, 박정원, 강찬, 김동준, 박란주, 손지애, 이휴가 함께하고 있으며 8월 1일까지 드림아트센터 2관에서 공연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65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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