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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ug 09. 2021

[인터뷰] 김명민 "양크라테스있다면 로스쿨 도전!"

김명민.(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다음은 6월 15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지난 9일 종영한 JTBC 수목드라마 ‘로스쿨’(극본 서인, 연출 김석윤, 제작 JTBC스튜디오 스튜디오피닉스 공감동하우스)이 최고 시청률 6.9%(닐슨코리아 조사 결과)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로스쿨’은 대한민국 최고의 명문 로스쿨 교수와 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사건에 얽히게 되면서 펼쳐지는 캠퍼스 미스터리와 더불어, 피, 땀, 눈물의 살벌한 로스쿨 생존기를 통해 예비 법조인들이 진정과 법과 정의를 깨닫는 과정을 담은 드라마로 법정 드라마의 새 역사를 썼다.


배우 김명민은 극 중 검사 출신의 형법 교수 ‘양종훈’ 역으로 숨 막히는 ‘소크라테스 문답법’식 수업과 독설이 기본이 직설화법으로 한국대 로스쿨생들 사이의 기피 1호 대상이자 ‘양크라테스’라고 불린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로스쿨’ 종영 인터뷰에서 김명민은 “드라마가 사전제작이라 종영이 100% 와 닿지 않는 거 같다. 마지막 촬영 때도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술 한 잔 못하고 헤어졌다. 그로부터 2, 3개월이 지나고 드라마가 시작하다 보니 예전 촬영 현장 같은 느낌이 아니어서 섭섭하기도 하고 뭔가 해갈이 되지 않고 고여있는 느낌이 든다. 2년 만에 작품을 하니 화상으로 인터뷰하는 것도 낯설다”고 종영 소감을 전했다.

김명민.(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명민은 ‘로스쿨’의 출연 계기로 김석윤 연출을 꼽았다. 그는 “감독님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드라마 제안이 왔고, 제가 김석윤 감독님께 역으로 제안을 했다.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시점에서 자극적이고 장르적인 부분을 집중해서 만드는 기획자가 많은데 ‘로스쿨’은 가뭄의 단비 같은 드라마라고 지칭하고 싶다. 물론 시류를 따라가는 것도 좋지만 드라마의 정통성과 진정성은 살아있어야 한다. 드라마 ‘카이스트’(1999) 이후로 제대로 된 법학 전문 드라마가 나온 거 같고 한 사건으로 16회를 끌고 가면서 다소 어렵고 힘든 내용이었지만, 여러 학생이 용의자로 지목되며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특화된 부분이 있어서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로스쿨’ 안에 ‘로스쿨즈’라고 불리는 김범, 류혜영, 이수경, 이다윗, 고윤정, 현우, 김민석, 이강지가 있었는데 가장 애착이 가는 학생이 누구냐는 질문에 김명민은 당황한 웃음을 보이며 “한 명만 꼽을 수 없을 거 같다”고 답했다. 이어 “모두가 하나같이 애착이 간다. 범이와는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에서 같이 나왔었는데 작은 역할임에도 열심히 임해줘서 놀랐던 기억이 있는데 ‘로스쿨’로 재회해서 굉장히 가까워졌다. 김범이라는 배우는 성실하고 자기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게 예뻤고 고민을 많이 한다. 한준휘 캐릭터가 특징이 없을 수 있는 사시 2차의 스펙에 잘난 척하는 학생일 수 있는데 학생들의 리더로 슬픔, 기쁨, 희망을 보여주고 실제로도 리더로서 현장을 이끄는 걸 보고 배우와 인간으로서 매력이 있더라. 강솔 A의 혜영이는 자기와 색깔이 다른 역할을 하면서 마음고생을 했다. 그런 걸 다 이겨내면서 결국 강솔 A가 된 게 사랑스럽고 예뻤다. 양 교수가 강솔 A를 독설이 난무하면서도 왜 제자로 길러내려고 했는지 이유가 있더라. 그리고 로스쿨즈 학생들이 모여있는 모습만 봐도 양 교수가 어떻게 연기를 해야겠다는 영감을 줬다”며 애정을 담아 전했다.

김명민.(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시청자의 재미 중 하나로 다소 어려운 법정 용어이지만 배우가 역할에 완벽히 분해 긴 대사를 술술 풀어내는 모습을 보면서 짜릿함을 느끼기도 한다. 김명민 역시 잠꼬대를 할 정도로 대사를 입에 붙게 이야기하는 것이 관건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대사를 외우기 전에 내용을 이해하고 외우는 게 중요한데 저조차도 이해가 안 가는 부분 투성이었다. 1년 동안 대사를 반복하고 판례도 찾아봤는데 관객들은 일회성으로 끝나는 부분을 보고 이해하기 쉬울까? 당연히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양 교수가 법정에서 하는 대사는 배우들에게 하는 거 이전에 어떻게 보면 관객들에게 하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연습할 때도 아내 앞에서 해보고 좀 더 알아듣기 쉽게 연습하면서 대사를 외웠다”고 언급했다.


양크라테스이자 양종훈 교수로 기억에 남는 장면은 어디일까. 김명민은 16화에 강솔 A와 같이 중국집에서 식사하고 나올 때 “교수님께서 그 법으로 고형수를 잡을 수 있겠죠?”라고 묻는 데 양 교수가 말문이 막히고 얼음장처럼 멈추는 장면을 꼽았다. 이어 “서병주와 한배를 탔던 때가 있고 법은 정의롭다고 한 검사로 지낸 모습이 자괴감처럼 몰려올 때 양종훈이 얻은 건 뭘까 생각하면서 상처를 받았을 거 같다. 내가 법조인이 된 이유와 진정한 법은 무엇일까, 진정한 법조인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을 되물으면서 아이들 앞에 있을 거 같더라. 그래서 양 교수는 강솔 A의 질문에 차마 답을 못했다. 정의롭지 못한 법이라도 그 법을 판단하는 건 법이고, 그것을 법조인이 판단한다는 게 양 교수를 괴롭혔을 거 같다. 양종훈이 세 보이지만 누구보다 외롭고 슬픔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고 덧붙여 설명했다.

김명민.(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그럼 한국대 로스쿨 양종훈 교수를 연기하면서 스스로 어떤 교수였을 거 같냐고 묻자 “힘들었지만 든든했을 거”라고 자부했다. 그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양 교수가 참 스승이라고 생각할 거 같다. 양종훈은 채찍질은 티 나게 하면서 당근은 티 나게 주지 않는다. 또한 학생들을 보호하려는 마음과 자괴감을 느끼는 건 아이들이 양종훈이 느꼈던 것을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제가 20대로 돌아가서 양종훈이 있는 로스쿨이라면 도전해보고 싶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김명민은 3년 만에 드라마를 하면서 많이 바뀐 제작 현장에 놀라고 어색해했다. 그는 “사전제작이 되게 어색했다. 예전에는 드라마 촬영이 시작하면 곧 방송에 나왔는데 ‘로스쿨’은 촬영이 끝날 때까지 방송이 안 되고 두 달이 지나서 방송이 된다고 하니 하루하루 카운트다운 되는 날짜가 불안하고 자신이 없었다. 매도 빨리 맞아야 마음이 편하지 않나. (웃음) ‘큰일 났다, 잘 못 한 거 같은데 어떡하지?’라는 마음으로 기다리다가 첫 방송을 볼 수 없어서 가족에게 대신 보고 어땠는지 평가를 해달라고했다. 하지만 사전제작으로 장단점이 있는 거 같다. 대본이 나와서 연습할 시간이 충분했고 그만큼 퀄리티 있는 드라마가 나왔지만,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서 수정할 수 없는 건 단점 같다. 방송 날짜가 다가올수록 마음이 쫄려서 정말 힘들었다”며 생경했던 느낌을 전했다.

김명민.(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김명민 하면 떠오르는 수식어로 ‘연기본좌’, ‘믿고 보는 배우’가 달린다. 요즘 많은 배우가 이런 수식어가 붙지만 김명민은 단연 명불허전이다. 다른 수식어가 붙었으면 하냐는 물음에 “예전에는 저런 수식어가 붙었을 때 오글거림에 치를 떨고 창피해서 쥐구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새로운 수식어는 안 붙여줬으면 좋겠다. 그냥 ‘배우 김명민’이 가장 좋다. 배우라는 말에 많은 말이 포함되어 있고 의미가 저에게 참 크다. 학교 다닐 때 스승님께서 배우는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고 하시며, 때론 우린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컵이나 고양이로 연기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배우라는 수식어가 저에게 제일 영광스러운 직함이자 수식어이다. ‘진정한 배우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 김명민’이면 제일 기분 좋을 거 같다”고 겸손하게 답했다.


한편, ‘로스쿨’은 넷플릭스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68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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