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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Aug 09. 2021

[리뷰] '완벽한 타인' 게임을 시작하겠습니까?

[리뷰] '완벽한 타인'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게임은 시작된다

(제공=SBS, (주)쇼노트)

다음은 6월 30일에 나온 리뷰 기사로 해당 공연은 종연했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연애하면서 한 번쯤 겪어봤을 이야기. “휴대폰 좀 봐도 돼?” 바람을 피는 것도 아니지만 이상하게 보여주기 싫다. 몇몇은 바로 휴대폰을 내밀겠지만, 대부분은 “왜?”라고 물어볼 것이라고 본다. 휴대폰을 보여주기 싫은 이유는 내가 다른 이성과 연락을 하는 것보다는 ‘얘랑 놀지 말랬는데 어제 몰래 만났는데’, ‘술값으로 이만큼 긁었는데 혼나겠지’, ‘보톡스 예약 문자 보는 거 아냐?’라며 자잘한 나의 사생활이 모두 드러나기 때문이다.


연극 ‘완벽한 타인’(제작 SBS, (주)쇼노트)의 원작은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의 동명의 이탈리아 영화‘완벽한 타인’ (원제: Perfetti Sconosciuti)(2016)이며 이탈리아에서 흥행에 성공한 후 스페인, 멕시코, 한국, 프랑스, 헝가리, 중국, 러시아 등 총 18개국에서 리메이크되며 전 세계 역사상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북에 오른다. 국내에서도 2018년 영화로 리메이크되어 5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제공=SBS, (주)쇼노트)

연극은 영화의 내용과 같이 에바와 로코 부부가 비앙카와 코지모 부부, 까를로타와 렐레 부부, 페페를 저녁 식사에 초대하면서 시작한다. 에바는 “우리 게임 한번 해볼까?”라는 말로 모두가 반기지 않을 게임을 제안한다. 식탁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고 전화나 메시지를 그대로 공유해야 한다. 예상 가능한대로 이 게임은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즐길 수 없다. 나였다면 물 한잔 마시고 급체했다며 집으로 줄행랑을 치고 싶었을 것이다.


파올로 제노베제 감독이 말하길 이 영화는 사람들의 비밀스러운 삶을 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라는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이 구절을 읽고 큰 영감을 받았어요. 이 말은 진실이죠. 우리 모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는, 말하고 싶지 않은,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을 갖고 있죠. 전 이 모든 것에 동기를 부여할 출발점을 찾아야 했고, 그래서 휴대폰을 생각했어요. 영화에서 말한 것처럼 우리 삶의 블랙박스죠.”

장희진, 양경원, 정연, 박정복..(제공=SBS, (주)쇼노트)

‘에바’ 역의 장희진과 ‘코지모’ 역의 이시언은 오랜 연기 경력답게 첫 연극이지만 단숨에 관객을 몰입하게 한다. 최근 tvN 드라마 ‘빈센조’에서 존재감을 표출한 양경원은 성형외과 의사 ‘로코’ 역으로 정신과 의사인 아내 ‘에바’ 몰래 상담 치료를 받고 있으며 딸 ‘소피아’에게 어른다운 모습을 보여준다. 음악극 ‘세자전’, 드라마 ‘도도솔솔라라솔’ 등 무대와 매체를 넘나드는 ‘까를로타’ 역의 정연 역시 보수적인 남편과 시어머니 사이의 갈등하는 모습에 공감되게 만든다. ‘까를로타’의 남편이자 친구 ‘페페’의 비밀을 숨겨주기 위해 저녁 식사 시간 동안 동성애로 오해를 받는 ‘렐레’의 박정복은 연극 ‘알앤제이’, ‘아트’, ‘킹스스피치’ 등 그의 연극 필모그래피처럼 관객에게 신뢰를 주는 연기를 펼친다. 이어 tvN 드라마 ‘여신강림’으로 눈도장을 찍은 임세미는 7년 만에 무대에 올라 사랑스럽지만 남편 ‘코지모’의 비밀을 알고 걸크러쉬를 보여준다. 마지막으로 ‘페페’의 김설진은 연극 ‘뜨거운 여름’, tvN 드라마 ‘빈센조’로 재치있는 연기를 선보인 가운데 극에서는 친구들에게 동성연인 ‘루칠라’를 소개하지 못하는 아픔을 갖고 있다.

이시언, 임세미, 김설진, 김채윤.(제공=SBS, (주)쇼노트)

7명의 주인공은 일렬로 앉은 긴 식탁에서 휴대폰을 공유하며 비밀이 드러날때 마다 숨길 수 없는 표정과 멀어지는 심리적 거리를 보여준다. 이 게임으로 인해 들키고 싶지 않은 비밀이 드러나서 파국이 일어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서로를 오히려 이해하는 계기도 된다. ‘페페’가 동성의 연인을 왜 데려오지 못한 건지, 절친한 친구들에게까지 소개하지 못한 이유를 극을 보는 내내 와 닿아서 앞서 신나게 웃었지만 찜찜한 마음도 든다. 극은 인터미션 없이 이어지는 110분간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마치 우리 이야기 같아서 지루함을 느낄 새 없이 스피드 있게 진행된다.


극을 보고 돌아가는 길에 괜히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며 불필요한 내용은 지우게 된다면 우리는 같은 것을 느꼈다고 생각한다. 연극 ‘완벽한 타인’은 8월 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http://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79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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