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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악마판사' 김재경, 아이돌에서 배우로.

[인터뷰] 김재경 "김민정 선배, 뻔하게 보이기 싫어하는 연기에 감동"

by 위수정 기자


1.jpg 김재경.(제공=나무엑터스)

다음은 8월 29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악마판사'(극본 문유석/연출 최정규/제작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앤뉴)는 배우 김재경이 아이돌 그룹 ‘레인보우’ 출신을 벗고 배우로 발돋움한 작품 아닐까 싶다.


‘악마판사’ 속 김재경은 화려한 외모, 친근한 미소가 미디어 재판에 딱 맞는, '카메라가 사랑하는 판사'로 정 많고 애교 많은 사랑스러운 시범재판부 ‘오진주’ 판사로 분한다. 흙수저로 자라 악바리 같은 근성으로 대법원에 붙어 그토록 바라던 강요한 판사(지성 분)와 김가온 판사(진영 분)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검은 유혹이 찾아온다. 잠시 유혹에 흔들렸지만 과오를 뉘우치고 국민을 위한 선택을 한 ‘오진주’ 판사는 ‘악마판사’ 속 시청자들과 제일 맞닿은 인물이었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악마판사’ 종영 인터뷰에서 김재경은 “제 연기 모니터에 인색하다. 잘한 것은 안 보이고 ‘저기서 이렇게 할걸’하는 아쉬움이 남아서 제 연기에 점수를 조금 줄 것 같다”며 겸손하게 전했다.


‘악마판사’의 대한민국은 가상의 디스토피아로 ‘디케’라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전 국민이 참여하는 라이브 법정 쇼를 통해 가해자에게 처벌을 내린다. 또한 배우와 유튜버 출신의 허중세(백현진 분)가 대한민국을 이끄는 대통령으로 청와대에서 SNS 라이브 방송을 하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김재경은 ‘악마판사’ 대본을 보고 ‘이게 말이 돼?’라는 생각이 떠올랐다고 전했다. 그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가진 소설을 읽었는데 여기에는 이 세계관만 있다고 생각하니 상상력을 자극하고 재미있더라. ‘악마판사’속 세계에서는 무엇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점점 재미있고, 요한은 어떤 판단을 하고, 진주는 어떤 행동을 할까 고민하는 게 매력이었다. 허구가 아니게 느껴지는 점이 ‘악마판사’의 매력이지 않을까”라고 전했다.

2.jpg 김재경.(제공=나무엑터스)

‘악마판사’를 집필한 판사 출신의 문유석 작가를 만난 김재경은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판사라고 하면 공부를 잘해야 하는 직업 아닌가.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갖고 글을 쓰셨는지 신기했고 빨리 만나 봬서 대화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강했다. 작가님을 처음 만났을 때 정말 사랑스러우시고 다채로운 매력을 지닌 사람이라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렇게 똑똑한 사람을 처음 뵌 것 같아서 신기했다. 작가님이 취미였던 글쓰기에 재미를 느끼셔서 드라마 대본까지 쓰게 되셨다고 하셔서 또 한 번 신비감을 느꼈다”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김재경은 ‘오진주’ 판사를 표현하기 위해 실제 판사들을 만났다. 그는 “상상 속 판사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아서 수소문해서 오랜 경력을 가진 판사님과 제 또래의 판사님을 만나서 어느 정도 공부를 하셨고, 하루 루틴은 어떻게 돌아가는지, 일 하면서 어떤 점이 어려우신지 등 인터뷰를 심도있게 하고 오디션에 도전했다. 또한 제가 ‘오진주’ 판사라면 이날 출근할 때 어떤 옷을 입을까 생각을 하면서 자료를 많이 모아서 스타일리스트와 상의를 했다. 진주가 시범 재판에 합류할 때와 정선아(김민정 분)의 검은 유혹을 받아들인 후, 자신의 잘못을 깨우친 후로 옷의 분위기가 3번 변한다”고 고민했던 지점을 설명했다.

3.jpg 김재경.(제공=나무엑터스)

함께 호흡을 맞춘 김재경에게 대선배였던 지성과 김민정에 대해서 “오랜 시간 연기를 하며 대중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두 분과 작업하는 자체가 행복했다. 선배님들께서 소통을 좋아하시고 잘해주셔서 저의 의견을 많이 들어주셨다. 지성 선배는 360도를 보는 눈이 있으신 것 같다. 대사 한 줄을 연구할 때도 그 신을 떠나 앞뒤 신과 모든 극의 연결을 다 생각하시더라. "카메라가 어디서 잡히니 내가 이렇게 연기하는 게 더 잘 표현되겠다"고 하실 때 여러 가지를 복합적으로 생각하는 게 정말 멋있었다. 민정 선배는 "뻔해 보이는 거 싫은데"라는 말을 많이 하신다. 오랜 연기 경력으로 버튼 딱 누르면 딱 연기가 나오는 분이실 텐데 끊임없이 새로운 걸 연기하시고 뻔하지 않은 연기를 선보이는 점이 멋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진영이도 가수 생활을 하다가 연기를 하는 거라 공통분모가 많았다”고 덧붙였다.


‘오진주’는 사회적 책임재단의 ‘정선아’의 제안에 야망을 키우며 흔들리기도 했던 인물로, 시청자들이 진주가 요한과 가온(진영 분)을 배신하는 것 아닐까 조마조마하기도 했다. ‘오진주’가 가장 흔들렸던 순간으로 “선아와 법정에서 정의의 여신상을 바라볼 때 선아가 진주에게 "한번 꿈꿔봐라"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진주는 이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고 싶지만 저 자리에 오를 만큼 부족하다고 생각하는데 누군가가 나에게 꿈꿔보라며 응원해줄 때 진주의 안에서 ‘나도 잘 할 수 있어, 더 열심히 할래’라고 생각하게 된 계기인 것 같다”고 꼽았다.

4.jpg 김재경.(제공=나무엑터스)

최근 ‘빈센조’, ‘모범택시’ 등 사적 복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흥행하면서 ‘악마판사’ 역시 공적 복수를 현실 세계에서 말도 안 되는 처벌을 내림으로 통쾌함을 선사했다. 이런 작품이 연이어 흥행하고 사랑받는 이유를 묻자 “‘악마판사’의 요한(지성 분)은 도덕적이기만 한 사람이 아닌 굉장히 극적이 히어로다. 도덕적으로는 말이 안 되는 행동이지만 시청자로 봤을 땐 요한에게 감정이입이 되더라. 이야기에 타당성이 느껴져서 이런 빌런 같은 히어로가 인기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아(김민정 분)도 빌런이지만 ‘이런 성장 과정을 겪어서 이렇게 행동하나 보다’하는 납득이 가서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고 답했다.


김재경은 2016년 11월 그룹 ‘레인보우’ 활동을 종료하며 연기자로서 필모그래피를 다져나가고 있다. ‘아이돌 출신의 배우’에서 ‘배우’라는 타이틀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고 있는 김재경은 “‘아이돌을 해서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는구나’라는 말을 듣고 싶고, 오히려 아이돌 출신 배우를 캐스팅하는 분들께서는 아이돌이 제한적인 시간 안에서 빠르게 소화해내야 했던 것들이 많아서 선호하는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 저도 이런 경험이 이득을 본 것 같고, 저의 이런 경험이 연기에 좋은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솔직하게 전했다.


‘정글의 법칙’에서 털털하고 뭐든 잘하는 매력을 선보였던 김재경은 요즘 서예를 배운다고 한다. 그는 “제가 여태 활기찬 배역을 많이 했는데 새로운 배역과 숨결로 살아보고 싶어서 어떤 것을 배워볼까 고민했다. 그동안 동적인 걸 많이 배웠기 때문에 정적인 것을 배워보고 싶어서 서예를 배우는데 재미있다. 그런 의미로 사극을 정말 해보고 싶다. 준비하고 있겠다”며 웃어 보였다.


한편, 김재경은 휴식을 취하며 차기작을 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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