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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Sep 26. 2021

[인터뷰] 홍승범 "포기보다는 '그래도 노력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다음은 9월 12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어느덧 9월에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낮에는 여름 끝자락의 더위가 가시지 않았다. 이 더위를 시원하게 보낼 수 있는 영화로 ‘쇼미더고스트’를 추천한다.


영화 ‘쇼미더고스트’(연출 김은경)는 집에 귀신이 들린 것을 알게 된 20년 절친 예지와 호두가 귀신보다 무서운 서울 물가에 맞서 귀신 퇴치에 나서는 내 집 사수 셀프 퇴마 코미디로 제25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배우상(김현목)과 NH농협 배급지원상 2관왕에 오르며 유쾌한 올해의 독립영화로 떠올랐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마련한 돈으로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3만 원으로 드림 하우스에 입성한 20년 절친 예지(한승연 분)과 호두(김현목 분)는 집에 귀신이 들자 퇴마사를 찾아 나선다. 값비싼 전문 퇴마사 대신 특별할인 이벤트 중인 꽃도령 퇴마사 기두(홍승범 분)를 불러 셀프 퇴마에 나서는 세 명. 과연 무사히 귀신을 집에서 내보낼 수 있을까.


재미난 시놉시스로 관객의 궁금증을 자극하는 ‘쇼미더고스트’에서 ‘강기두’ 역을 맡은 홍승범은 2017년 SBS 드라마 '이판사판'으로 데뷔해 ‘이리와 안아줘’, ‘복수가 돌아왔다’, ‘꼰대인턴’ 등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한 걸음씩 가까워지고 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최근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아워스의 사무실에서 만난 홍승범은 ‘쇼미더고스트’의 대본이 재미있어서 단숨에 읽었다고 서두를 열었다. 그는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운동을 열심히 하던 시기였는데, 그날이 치팅데이여서 치킨을 먹으면서 기분이 좋은 상태로 대본을 읽었다. 친구랑 같이 밥을 먹고 있어서 다섯 장만 읽어보려고 했는데 되게 재미있고 잘 읽혀서 쭉 다 읽었다. 제가 공포 영화를 못 볼 정도로 겁이 많은데 ‘쇼미더고스트’라고 하니까 귀신에 대한 거고 무서운 건가 싶었다. 저는 공포 영화를 워낙 안보다 보니까 영화에서 귀신도 CG인 줄 알았었다.(웃음) 그런데 감독님께서 우리가 다 같이 있을 거고 전혀 무섭지 않을 거라고 하셨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극에서 기두가 귀신을 만나는 장면이 있는데 정말 디테일하게 분장을 잘하셔서 정말 무섭더라. 제가 고개를 돌려서 귀신을 봐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무서워서 고개를 돌리고 싶지 않았다. 감독님께서 고개를 더 돌려보라고 하셨지만 정말 고개가 돌아가지 않았다”며 웃으며 소감을 전했다.


홍승범은 ‘강기두’ 캐릭터와 가장 닮은 점으로 확신에 찬 목소리로 “확연하게 드러난다. 귀신을 무서워한다”고 답했다. 이어 “기두가 퇴마를 하기 위해 예지와 호두 집에 들어가서 귀신을 보고 뛰쳐나가는 장면이 있다. 그 전에 미리 귀신을 보고 싶었는데 감독님께서 절대 안보여주시더라. 그리고 촬영에 들어갔는데 첫 장면에서 바로 NG가 났다. 제가 귀신을 보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너무 놀라다 보니 ‘억’하면서 소리가 안으로 들어가더라. ‘쇼미더고스트’에서 ‘강기두’ 역할도 귀신을 무서워하는 퇴마사라고 하니까 할 수 있었고, 홍승범을 기두로, 기두를 홍승범으로 만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가장 닮지 않은 모습으로 ‘강기두’의 전사로 아이돌 연습생의 트레이닝 장면을 꼽았다. 그는 “이 부분이 걱정했던 부분이다. (한)승연 누나한테 아이돌은 어떻게 연기해야 하냐고 촬영할 때 와주면 안 되냐 묻기도 했었다. 감독님께서 기두가 오히려 노래를 잘 못 부르고 춤도 어설프고 못 춰야 웃긴다고 해서 시도했는데, 저에게는 새로운 경험이어서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또래 배우들과 촬영하면서 재미난 에피소드로 “촬영하면서 동갑내기를 많이 못 만나봤는데, (김)현목이와 살인자로 나오는 배우가 동갑이었다. 승연 누나도 ‘카라’의 한승연이고 정말 유명한 분이니까 대본 리딩하고 촬영할 때까지 긴장했는데 경험이 많으신 분이어서 리드해주시고 애드립도 잘 받아주시면서 성격이 정말 좋더라. 다 또래다 보니까 연기하는데 가감 없이 자신 있게 했다”고 전했다.


‘쇼미더고스트’ 속 예지와 호두가 사는 집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3만원이지만 귀신이 들린 집으로, 만약 이런 집과 보증금 없이 월세 330만 원의 쾌적한 집이 있다면 어떤 집을 고를 것이냐는 질문에 홍승범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마음 같아선 330만 원의 집을 고르고 싶겠지만 그런 집을 구경해본 적도 없다. 현실은 아마 33만 원 집을 택할 것 같은데 귀신이 있다는 게 정말 무섭다. 차라리 50만 원을 가지고 친구 집에 들어갈 것 같다. 열심히 돈을 덜어서 월세 330만 원에 집에 들어가도록 노력해야겠다”며 센스 있게 답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귀신을 무서워하지만 영화의 내용상 귀신 질문이 이어진 상황에서 홍승범은 “평소에 귀신에 대한 생각을 일절 하지 않는다. 귀신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많이 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면서 귀신 질문을 받으면 그 순간에만 생각을 하고 최대한 잊으려고 한다”며 귀여운 모습도 내비쳤다.


홍승범이 연기한 ‘강기두’는 아이돌의 꿈을 포기하고 돈을 벌기 위해 어딘가 어설픈 꽃도령 퇴마사가 된 상황. 살면서 무언가를 포기해본 경험이 있냐는 질문에 한동안 생각하더니 그는 “좋은 질문 같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우리는 살면서 작은 선택을 하면서 포기하는 게 생기지 않나. 정말 사소한 것부터 사람 관계의 포기까지 타협을 하면서 살 텐데, 저는 뭐가 됐든 최선을 다하는 것 같다. 제 기준에 포기의 반대는 끝까지 노력을 하는 건데 잘 안됐을 때 포기를 했다기 보니 ‘그래도 노력했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끝까지 노력하고 안 되는 것에서 수긍을 한다”고 묵직하게 전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연기를 처음 시작한 명확한 계기는 초등학교 6학년 때였어요. 반에서 악기를 다루는 친구들은 밴드를 했고, 나머지 친구들은 체육시간을 갖거나 다른 활동을 했는데 선생님이 연극할 사람을 묻길래 별다른 생각 없이 손을 들었죠. 그리고 주인공 할 사람 손을 들라기에 이왕 하는 거 주인공이 좋으니까 손을 들었더니 저만 들었더라고요. 학교 연극이지만 세 달 동안 준비해서 학부모님도 초대해 무대를 선보였는데 기분이 이상했어요. 이때 연기라는 걸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아버지께서 꿈을 이뤄보는 것도 좋지만 처음에는 다른 걸 해보는 게 어떻냐고 걱정 어린 마음에서 말씀을 하시더라요. 저에게는 그게 거절로 받아들여서 대학교 1, 2학년 까지 경제학을 공부하고 회사에서 인턴 생활도 했었죠. 이런 일도 재미있었지만, 제가 안 해본 것도 해보고 싶은 마음에 부모님께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편지를 쓰고 군 입대를 했어요. 그리고 전역과 동시에 3학년에 복학하면서 경제학과 연기를 복수전공으로 같이 하게 됐답니다. 26살의 나이로 연기를 시작한 거라 좀 늦은 걸까 싶었는데 아버지께서 인생을 끝으로 짧게는 1, 2년 혹은 5, 6년은 아무 시간이 아니라고 진지하게 말씀하시더라고요. 누구는 70세에 대통령을 하고 누구는 60세에 은퇴를 한다면서요. 제가 앞으로 평생 연기를 할 최소 40년을 생각한다면 지금 1, 2년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해서 연기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홍승범의 인생에서 미국에서 대학교를 마친 경험은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그는 “표현하는 폭이 넓어지고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유일한 아시아 인으로 미국에서 연극을 해보니 자부심이 생기더라. 미국인들의 표현하는 방식이나 제스처가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았는데 많이 흡수하면서 저도 긍정적으로 표현하게 됐다”고 언급했다.

홍승범.(제공=인디스토리)

다독가로 소문이 난 홍승범은 군 생활에서 책을 100권 넘게 읽으며 독서의 즐거움을 깨달았다. 그를 책에 입문하게 만든 책은 베르나를 베르베르의 ‘나무’. 그는 “군대에서 쉬는 시간을 줄 때 마냥 쉬는 것보다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나무’ 책을 펼쳤는데 정말 재미있더라. 글을 읽으며 상상이 되는 게 즐거워서 소설을 많이 읽었고, 최근에는 시집을 소리 내서 읽으며 발음에 신경을 쓰고 있다. 제가 읽었던 책의 내용을 다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순간 저에게 들어오는 상상력이나 표현하는 어휘가 발전하는 게 즐겁다. 소설을 읽을 때 인간의 상상력이 고갈되지 않고 계속 책이 나온다는 게 대단하고 신기한 것 같다. 아, 제가 공포영화를 보지 못하지만 책은 읽을 수 있다. 이건 꼭 적어주셨으면 좋겠다”며 미소를 보이며 전했다.


‘쇼미더고스트’에서 ‘강기두’가 주는 메시지로 “예지와 호두가 명확하게 이 사회를 대변하는 캐릭터인데, 기두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일이 있었지만 원치 않은 상황 때문에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고 있지 않나. 많은 사람이 ‘이거 하고 싶었어. 지금은 이런 일을 해’라고 떠올리며 기두를 공감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홍승범은 “‘쇼미더고스트’의 장르는 호러가 아니다. 친구, 연인, 가족 누구랑 봐도 즐겁고 유쾌한 영화이고, 하하호호 재미있게 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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