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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Oct 19. 2021

[인터뷰] 박정민 "큰 기적은 무서울 것 같아"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다음 기사는 9월 26일에 나간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영화 ‘기적’이 뜨거운 호평으로 올가을 따뜻한 감성을 선사하고 있다.


‘기적’(감독 이장훈, 제작 블러썸픽쳐스)은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유일한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 분)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1988년 대한민국 최초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새롭게 창조한 ‘기적’은 ‘준경’이 간이역을 세우기 위해 청와대에 편지를 부치는 것을 친구 ‘라희’(임윤아 분)가 함께 도와준다. 박정민, 이성민, 임윤아, 이수경 등 4인 4색의 배우가 펼치는 연기 앙상블은 ‘기적’을 더욱더 따뜻하게 만든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기적’ 인터뷰에서 ‘준경’ 역의 박정민은 “시나리오를 보면서 마음이 많이 움직였고, ‘정준경’이라는 인물이 겪고 있는 마음의 갈등에 공감되는 게 있었다.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잘 되지 않은 한 청년의 이야기여서 마음이 끌렸다”고 전했다.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박정민은 17살로 나오는 ‘정준경’ 역 때문에 잠시 출연을 망설였다. 그는 “시나리오 받을 때 17살의 모습이 나온다고 해서 나이 때문에 못할 것 같다고 감독님께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시나리오가 재미있고 좋아서 거절하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게 있다 보니 감독님을 뵙고 거절하려고 만났는데 감독님을 만나는 건 위험한 일이란 걸 느꼈다. 완전 홀렸다”며 웃으며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이어 “준경이의 순수함을 연기하려고 애를 쓰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제가 순수한 건 아니고, 이 인물이 하는 행동과 말이 순수하다. 저도 준경이처럼 순수하게 꿈을 가져본 적 있고, 무언가에 가로막혀본 적도 있다. 저는 영화감독이 꿈이었는데 이 꿈을 이루고 싶었다. 그런데 영화가 좋았던 건지 공부가 싫었던 건지 모르겠다”며 유쾌하게 웃었다.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부자지간으로 호흡을 맞춘 배우 이성민에 대해서는 “연기 구경하느라 바빴다”는 박정민. 그는 “제가 ‘성민 선배의 나이가 됐을 때 저런 깊이감이 생길 수 있을까, 과연 이게 나이를 먹는다고 가능한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선배님과 함께하는 시간이 좋았다”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어 ‘준경’의 뮤즈이자 친구였던 ‘라희’ 역의 배우 임윤아에 대해서는 “제가 웃는 게 바보 같아 보여서 잘 안 웃으려고 하는데 윤아한테는 더 웃고 친근하게 다가가려고 했다. 윤아가 저랑 너무 친해져서 놀다가 끝난 기분이라고 하던데 저도 마찬가지였다”고 전했다. ‘준경’의 누나 ‘보경’ 역의 배우 이수경은 박정민이 작품으로 만나기 전부터 친분은 없지만 홍보하고 다닌 배우 중의 하나였다. 박정민은 “수경이는 제가 작품에서 만나보고 싶다고 생각한 배우로, 알기도 전부터 이수경이라는 배우를 홍보하고 다녔다. 나이도 어린데 연기를 잘해서 눈여겨봤는데 ‘보경’ 역으로 들어온대서 놀랐다. 제 누나 역으로 나오니 잘 어울릴까 싶었는데 참 단단한 친구로, 이 배우가 마음대로 하고 싶게 내버려 두면 이 신은 잘 안성이 되겠다고 느껴졌다. 수경이랑도 정말 많이 친해져서 촬영하지 않을 때도 장난치면서 놀았다”고 설명했다.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사냥의 시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등 캐릭터 강한 모습에서 박정민의 생활 연기를 오랜만에 볼 수 있는 영화 ‘기적’은 여러모로 특별하다. 그는 자신의 표정을 보고 생경했던 부분으로 “마지막 장면에서 누나랑 기차타고 가는 표정에 ‘내가 저런 표정이었구나?’라는 게 세게 와 닿았다. 수경이랑 저랑 컷을 다르게 찍을 수 있었는데 감독님께서 한 번에 두 명을 다 찍어주셨다. 컷을 여러 번 나눠갈 때 한명의 감정이 소진되면 이 신의 힘이 약해질 것 같아서, 두 명을 한 번에 같이 찍게 되면 조명도 다르게 들어가서 복잡해질 텐데 이 방법을 택해주셔서 더 감사했다”고 언급했다.


박정민은 로케이션 촬영을 할 때 촬영 전에 미리 그 장소에 가본다. 이번에도 촬영이 들어가기 전에 양원역을 다녀온 그는 “정말 더운 날이었다. 휴대폰도 안 터지고 산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더라. 지금은 세련되게 바뀌었지만 이 정도로 산 속 깊숙한 마을이면 사람들이 기찻길로 다니는 게 많이 위험했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다음 역까지 기찻길로 걸어가는 게 엄두가 안 나는 곳이었다”고 회상했다.

박정민©롯데엔터테인먼트

올해 데뷔 10년 차인 박정민은 ‘기적’이 영화에 대한 태도나 마음가짐을 바꿔준 작품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땅굴을 파고 들어가서 혼자 해결하려는 사람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으면 온전한 저의 성과가 아니어서 창피한 느낌이 들었다. 심지어 게임을 할 때도 이런 마음이었다. ‘기적’을 만나면서 사람이 유쾌해진 것 같다. 도움 받는 법도 알게 됐고, 지독한 결과주의자였던 제가 과정에서 오는 행복함과 만족감을 오랜만에 느껴봤다. 이 영화의 결과가 어떻게 됐든 제 마음이 무너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담담하게 전했다.


영화의 제목처럼 박정민에게 ‘기적’은 무엇일까. 그는 의외로 큰 기적을 바라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큰 기적은 너무 무서울 것 같아요. 제가 버틸 수 있는 작은 기적들이 분기마다 찾아왔으면 좋겠어요.”


한편, 영화 ‘기적’은 절찬 상영 중이며 박정민은 ‘밀수’(감독 류승완)을 촬영하고 있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14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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