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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Oct 19. 2021

[인터뷰] '다윈 영' 김용한, 새롭게 다가온 점

김용한.©서울예술단

다음은 9월 28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이며, 해당 공연은 폐막했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서울예술단(이사장 이유리) 창작가무극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 오는 10월 3일부터 10월 17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공연한다.


2년 만에 돌아온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이하 ‘다윈 영’)은 2018년 천재 작가 박지리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초연을 선보이며 작품이 끝난 후에 ‘다윈 영 신드롬’을 일으켰다. 작품은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짓고 어른이 된다’는 메시지 아래 상위 1지구에 위치한 명문 학교 ‘프라임 스쿨’의 학생 다윈과 루미가 30년 전 벌어진 제이 헌터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아가며 일어나는 이야기로 전개된다.


다소 무거운 주제와 달리 철저한 계급 도시 속의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 계급 사회의 갈등은 인간의 선과 악의 기원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깊은 여운을 던져준다. ‘다윈 영’ 역의 김용한은 서울예술단 단원으로 ‘잃어버린 얼굴 1895’, ‘나빌레라’, ‘윤동주, 달을 쏘다’ 등 무대에 꾸준히 오르며, tvN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으로 브라운관에 얼굴을 내비쳤다.


최근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 근처 카페에서 김용한을 만나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타이틀 롤로 다시 만난 소감을 들었다. 그는 “감회가 새롭다. 이전에 공연을 하면서 나름 안다고 생각했던 장면이 새롭게 느껴져서 ‘다윈 영’을 처음 하는 기분이더라. ‘이 장면이 이런 의미였나?’ 싶었던 부분이 있고, 노래가 늘 수밖에 없는 음악이라 어렵기도 하지만 공부도 되면서 즐겁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한은 예전과 크게 다르게 느껴진 점으로 ‘밤이 없었다면’ 넘버로 “다윈이 힘들어서 부르는 넘버라고 생각했다. 연출님께서 ‘돌도끼 시절에 기근이 심하고 서로가 살아야 하니까 약탈을 하고, 들키면 몸싸움을 벌여서 누군가를 해하던 시대도 있지 않았나, 그걸 악이라고 할 수 있겠냐’고 하셨다. 아버지도 살기 위해서 선택한 일이 아닐까 하고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다. 드라마가 촘촘해서 배우로는 힘든 상황까지 몰아치는 서사이지만 이런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주인공의 디테일한 감정선을 따라갈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용한.©서울예술단

“제가 다윈의 나이에 정확히 두 배에요. 제 것을 지켜야 하고, 생각과 감정이 깊어지면서 무슨 일을 할 때 최악을 생각해보는 건 어른이니까 하는 것이잖아요. 저도 16세를 살아봤는데, 그땐 농구가 마냥 좋은 학생이었어요. 휴대폰 게임과 컴퓨터 게임을 정말 좋아해서 안 해본 게임이 없을 정도로 하다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과 농구를 하게 되면서 게임을 멀리하게 됐어요. 하나에 몰두하면 그것만 하는 성격이라 하루에 농구를 8시간씩 했고, 심지어 신발 밑창이 구멍이 날 정도였죠. 지금은 그때만큼의 순수성은 없겠지만, 다윈을 연기하며 16살의 감정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습니다.”


프라임 스쿨의 최상위 모범생인 ‘다윈 영’과 닮은 점으로 김용한은 “저도 부모님의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고 부족한 게 없이 자란 건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일에 큰 제약을 받지 않고 컸다. 부모님의 울타리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잘 자랐다. 다윈처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가 아빠의 비밀을 알게 되고 진화하며 변이되는 모습은 없지만, FM대로 지냈다. 그 와중에 닮지 않은 건 상류층도 아니고 온실이 비닐하우스인지, 여과기가 있는 좋은 곳인지는 다를 것 같다”며 센스있게 답했다.


다윈은 아버지 니스의 절친한 친구 제이의 추도식에서 루미를 만난다.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는 삼촌 제이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 루미와 함께 다윈도 함께 진실을 쫓게 되고, 은폐된 진실을 알게 됐을 때 16세 다윈이 겪어야 할 고통의 무게가 상당하다. 김용한은 이때 다윈을 연기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도 정말 힘들다고 한다. 그는 “카세트테이프를 같이 들으며 친구의 눈을 보는 장면이 너무 힘들다. 레오를 연기하는 이동규 배우에게도 힘들다는 말을 많이 했다. 현실에서 있으면 안 되는 일이지만, 나를 사랑해주고 믿었던 아빠의 진실을 알게 되면 정말 힘들 것 같다. 만약 실제로 일어난다면 저는 아빠에게 자수를 권할 것 같고 제 말을 들어준다면 아빠가 어디에 있든 보러 갈 것 같다. 하지만 제 말을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얼굴을 보지 않고 살 것 같다”고 말했다.

김용한.©서울예술단

3대에 걸친 악의 탄생과 진화를 보여주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에서 할아버지 ‘러너 영’, 아버지 ‘니스 영’, 아들 ‘다윈 영’이 함께 나오는 장면에 김용한 ‘다윈 영’은 아버지와 할아버지 모습에 또 한 번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그는 “아빠와 할아버지는 늘 서먹하긴 했지만, 다윈은 크리스마스에 따뜻한 분위기까지는 바라지 않고 집에 들어가서 아빠와 할아버지가 싸우는 모습을 보게 된다. 아빠의 절규와 뒷모습에 할아버지가 상처받은 눈빛을 보면서 2차 상처를 받는 것 같다. 아버지의 비밀을 알게 돼서 스스로 감당하기도 어려운데 두 분은 이렇게 싸우고 있지 않나. 그러다 ‘밤이 없었다면’ 넘버가 나오면서 ‘이랬으면 내가 아빠를 쉽게 용서할 수 있었을까’처럼 복합적인 생각의 변화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작품에 이어 김용한은 자신의 아빠와의 생각나는 에피소드로 “최근에 아빠한테 전화를 드렸는데, 아빠가 못 받으셨다. 그리고 다시 저에게 전화가 왔는데 이번에는 제가 못 받았다. 언젠가 다시 통화를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다시 전화를 안 했는데 이게 모든 자식의 딜레마인 것 같다. 소중하고 사랑하는 사람일수록 곁에 가까이 있다고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 같다. 앞으로는 연락 잘 드리겠다”고 웃으며 이야기했다.


김용한은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의 메시지로 “당신들은 이걸 악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우리 한 번쯤은 생각해봐요”라며 묵직하게 전했다.


한편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이창섭, 김용한, 민우혁, 윤형렬, 최인형, 송문성 등이 출연하며 10월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토월극장에서 개막한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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