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위수정 기자 Dec 13. 2021

[인터뷰] '인사이드' 강찬 "나를 알아가는 게 삶"

강찬©(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다음은 11월 10일에 나간 인터뷰 기사로 해당 공연은 폐막했습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나를 알아가는 게 삶인 것 같아요.”


연극 ‘인사이드’는 다중인격장애로 알려진 해리성 정체감 장애를 다룬 작품으로, 모든 기억을 잃은 채 낯선 곳에서 눈을 뜬 한 남자와 기억과 기억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의 머릿속을 헤집는 인물들의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담았다.


작년 트라이아웃 공연을 거친 후 더욱다 깊어진 스토리로 돌아온 ‘인사이드’는 뮤지컬 ‘인터뷰’를 뼈대로 삼아 ‘인사이드’만의 세계관을 만든다. 무대에 총 3명이 오르며 자살 시도 후 잃어버린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숨겨진 본능을 하나씩 찾아가는 ‘맷’과 자신을 맷의 담당 의사라고 소개하며 그의 무의식의 세계를 파헤치는 ‘박사’, 그들의 맞추어 갈 퍼즐과 맷의 조각난 기억의 열쇠가 될 ‘조안’이 등장인물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카페에서 만난 ‘맷’ 역의 배우 강찬은 “뮤지컬 ‘인터뷰’를 재미있게 봤었다. 다중인격 소재를 다루는 게 신선했고, 그걸 소화해내는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는데 같은 세계관을 가진 연극이 나온다고 해서 흥미로웠다. 연극으로 풀었을 때 매력이 궁금했고, 대본이 빠르게 읽히며 몰입감이 있더라. 어렵지만 재미있을 거란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작품에 함께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강찬©(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강찬은 ‘인사이드’의 ‘맷’의 첫인상은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그는 “전체적인 세계관은 다중인격을 가진 한 인간의 머릿속을 그린건데, ‘맷’이 하는 대사들이 어려운 게 현재 시점인지 과거 시점인지 왔다 갔다 하는 게 많아서 헷갈리더라. ‘맷’을 연기하기 위해 제가 정확하게 아는 것이 중요하겠다고 생각해서 그 부분을 집중했다”고 전했다.


“‘맷’의 몸 안에는 5개의 인격이 살고 있어요. '맷' 본체와 '지미', '우디', '앤', '노네임'이죠. 저희끼리는 극 중에 언급되는 인격은 5개인데 과연 5개의 인격이 전부일까.라는 말도 했어요. 한 명씩 소개하자면 '우디'랑 '앤'은 어릴 때 조안 누나랑 호숫가에 놀면서 발현된 인격이 아닐까 해요. '우디'는 어린 남자아이고, '앤'은 그와 반대인 소녀 같은 성격이죠. 저는 '앤'이라는 인격은 '조안'에 의해서 강제적으로 생겨난 인격이 아닐까 상상해봤어요. "'앤'은 '조안'을 싫어해"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어릴 때 소꿉놀이를 하면서 역할 놀이할 때 아빠 역할 하고 싶어서 "난 '우디'야"라고 했는데 '조안'은 "넌 '앤'해"라고 하는 거죠. 하기 싫지만 누나가 자꾸 하라고 해서 하는 역할 가운데 '앤'이라는 성격이 태어났다고 생각해요. '지미'는 폭력적이고 거칠며, 가장 힘이 세고 여러 개의 인격 중에서 주도권을 잡은 인격이라고 봐요. 가장 밖으로 표출하고 싶은 인격으로는 '지미'이고, 모든 것을 주도면밀하게 지켜보는 게 '노네임'이예요. 겉은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모든 걸 자기만의 방식으로 조종하며 총괄하는 인격이죠.”

강찬©(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강찬은 뮤지컬 ‘인터뷰’와 연극 ‘인사이드’의 차이로 “‘인터뷰’에서는 ‘맷’이 실제로 1인 다역을 연기하는데, ‘인사이드’는 ‘맷’이 다른 인격의 대사를 하지만 온전히 ‘맷’으로 말을 하는 것이다. ‘나 이런 소리가 들려’라는 혼란을 어떻게 잘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인사이드’가 ‘인터뷰’의 프리퀄 공연이냐고 묻는 분도 계시는데, ‘인터뷰’는 현실 세계를 다룬다면, ‘인사이드’는 인물의 머릿속을 다루는 이야기로 같은 세계관을 가진 유니버스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맷’이 잠에서 깨면 그를 찾아온 ‘박사’가 담당 의사라며 알아듣기 힘든 말을 시작한다. 강찬은 “박사가 ‘맷’에게 "그 사건이 일어나고 1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이 2001년입니다."라고 할 때가 제일 혼란스럽다. ‘맷’은 자고 일어난 것 같은데 눈 떠보니 10년 후라고 이야기를 들으면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럼 나는 지난 10년간 무엇을 했고 어디에 있었는지, 내 기억은 어디에 있는지 모든 게 의심스러울 것 같다. 10년 동안 5명을 죽이고, 조안, 싱클레어를 죽였다고 하니 충격적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도 살면서 무의식에 있던 어떤 기억이 갑자기 자각돼서 놀랄 때가 있지 않나. 제가 대학교 입시할 때 2차 시험에서 잘생긴 학생을 보면서 ‘저렇게 생긴 친구가 합격할 거야’라고 생각했었고, 연기학원에 갔을 그 친구가 있더라. 우리 대학교 입시 면접 때 봤다고 인사를 하고, 학원에서도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연기 활동을 시작하고 광고 촬영 현장에 갔는데 그 친구를 다시 보게 됐다. 이때 제가 우리 대학교에서 본 적 있지 않냐고 하니까 그 친구가 연기학원에서 같이 알고 지내지 않았냐고 하더라. 이때는 ‘맷’처럼 완전히 잊고 지냈다가 뒤늦게 기억이 나는 경험을 했었다”고 경험담을 함께 풀었다.


‘맷’에게 ‘조안’은 그의 기억을 찾게 하는 조각 같은 존재로, 기억이 나지 않지만 ‘조안’을 마주했을 때 감정이 어떨 거 같냐고 묻자, 강찬은 “‘조안’이 누군지 모르겠지만 알 수 없는 기시감과 슬픔이 느껴진다. 중간에 퍼즐이 맞춰지고 ‘조안’의 졸업 파티를 떠올렸을 때는 눈물이 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지난 10년간 내내 그리워했을 사람이자, 그리워한 존재가 조안이었구나’하는 마음이 든다. 결국 용서받지 못할 행동을 했지만 ‘맷’의 근본에 깔린 건 사랑받고 싶고 그리워하는 마음이었다”고 답했다.

강찬©(주)더블케이필름앤씨어터

‘인사이드’ 무대에는 어항이 있고, 호수가 나오며 비가 내린다. 유독 물을 많이 사용하는데, ‘맷’에게 물은 어떤 매개체일까 궁금했다. 강찬은 “우리 작품에서 물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생각했다. 의식과 무의식을 표현할 때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데서 모티브를 가져오지 않았을까. ‘맷’과 ‘조안’이 어린 시절에 ‘호수의 아이들’이라고 불리며 놀았듯이 호수는 겉모습을 보지 그 안에 들어가지 않으면 얼마나 깊은지, 어떤 사연이 담겨있는지 모른다. ‘인사이드’가 그걸 상징하는 것 같다. 또한 물에 얼굴을 비춰봤을 때 반사되어 보이는 내 모습에 자신에게 투영되는 이미지가 있지 않나. 그런 정서를 전달하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 사회생활을 하는 모습과 집에 있는 모습, 심지어 친구들도 어느 무리에 있냐에 따라 나의 모습이 다르다. 내 속에 많은 내가 살아가는 중인데, 강찬의 속에는 어떤 사람이 사는지 묻자 “저도 MBTI를 하면 할 때마다 다르게 나오더라. 다들 어느 자리에 가나 성격이 달라지지 않나”고 말했다. 이어 “저도 어릴 때는 스스로 외향적이라고 생각했지만, 내성적인 면도 되게 많다. 과연 내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가 있었는데 이걸 알아가는 게 삶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 강찬은 “매일이 좋을 순 없겠지만 감사함 속에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최근에 본가에 나와 독립을 시작했는데 요리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요리에 소질이 있는 것 같다. 또 올해 여행도 한 번도 못 갔는데 잠깐이라도 시간을 내어 국내 여행지를 다녀오려고 한다”며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97570


매거진의 이전글 [인터뷰] 이상윤 "제 이미지에 속고 계십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