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2월 13일에 나간 넷플릭스 '지옥'의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부산행’, ‘반도’에 이어 연상호 감독님의 신작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독보적인 세계관으로 관객의 마음을 흔들었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 등 이름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는 배우와 입체감 넘치는 연기력으로 눈길을 끄는 배우가 의기투합한 ‘지옥’은 코스믹 스릴러 장르로,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원진아는 ‘지옥’에서 가족에게 행해지는 지옥행 고지를 목격하며 감당할 수 없는 고통에 빠지는 ‘송소현’ 역을 맡아 박정민(배영재 역)과 부부의 연기로 합을 맞췄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지옥’의 인터뷰에서 원진아는 “대본을 봤을 때 몰입감이 커서 어떤 역할인지 전달받지 않은 상황에서도 참여하고 싶을 만큼 호기심이 컸다. 작품이 잘 됐고, 참여할 수 있었던 것에 기분이 좋았으며, 스태프 포함해 모두 고민하고 노력을 한 만큼 많은 사람이 봐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뿌듯하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원진아는 아직 미혼인 만큼 아기 엄마의 모성애를 표현하기 어려웠을 수도 있는데 많은 분의 응원 덕분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제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가 있지 않아서 고민이 많다 보니 산후우울증이나 아이가 아픈 가정의 부모인 사람으로 다가가 볼까 싶다가도 저의 감정이 가짜로 보일 수 있고 온전히 공감할 수 어렵겠다고 느꼈다. 그때 그냥 원진아라는 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으면 어떻게 할까라는 현실적인 고민을 하면서 현장에서 응원해주시는 분위기 안에서 최대한 몰입하고 집중하려고 했다”고 고심했던 부분을 털어놨다. 실제 원진아의 어머니는 딸의 연기를 보고 우셨다. 원진아는 “저희 엄마께서 워낙 감수성이 풍부해서 작품 속 인물로 연기를 하는 건데도 원진아가 저런 일을 당하는 것 같아서 마음 아프다고 하시더라. 이번에도 드라마를 보고 흥분하셔서 튼튼이 어떡하냐며 울면서 봤다고 연락하셨다. 저도 모성애 연기를 준비하면서 엄마께 궁금한 걸 많이 여쭙고 많은 것을 얻었는데, 나를 잘 아는 엄마께서도 슬프고 감명 깊게 보셨다고 하셔서 기분 좋았다”고 미소 지었다.
연상호 감독과 스타필드 코엑스점으로 ‘지옥’ 프로모션 현장을 함께 가며 사이좋은 모습을 보인 원진아는 함께 작업을 한 연상호 감독에 대해 멋있다고 답했다. 이어 “일을 해야 할 때는 집중해서 명확하게 생각을 표현하시고, 또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즐기실 줄 아는 분이셨다. 코엑스에 갔을 때도 사람들이 지나가면 부끄러울 수도 있지만 그 상황을 자신 있고 당당하게 즐기는 모습이 감독님의 매력이다”며 존경을 표했다.
‘송소현’의 남편 ‘배영재’의 남편을 연기한 박정민에 대해서는 생활 짜증 연기로 실제인지 연기인지 분간이 안 될 정도로 실감 난 가운데, 원진아는 “‘배영재’가 그렇게 짜증을 내는 줄은 몰랐다. ‘소현’이한테는 짜증을 내는 사람이 아니고 껌뻑 죽는 다정한 남편인데, 저와 찍지 않는 신에서 모습을 보면서 ‘소현’이한테는 정말 다른 남편이 되는구나 싶어서 애정을 느꼈다. 박정민 배우는 처음에 감독님과 함께 다같이 미팅을 하는 자리에서 모든 사람에게 배려가 묻어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줘서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어색함이 금방 사라졌다. 감독님께서도 현장에서 대화의 장을 많이 만들어주셔서 제가 박정민 배우의 팬으로서 연기를 어떻게 하는지 슬쩍슬쩍 여쭤봤다. 사소한 대화를 많이 주고받으며 가까워졌다”고 밝혔다.
원진아와 박정민은 드라마 후반부에 나온 반면, 초반에 나온 유아인, 양익준, 이레와 마주치지 못해서 아쉬웠다는 원진아. 그는 “정말 아쉬웠다. 대본을 봤을 때도 제가 팬심이 있던 배우들과 마주치지 않는다는 게 되게 아쉬웠다. 같이 연기하는 것 외에도 현장에서 이것저것 궁금한 걸 묻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서 다음에 다른 작품에서 만난다면 꼭 한 신 이상 대화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죽음을 고지받은 튼튼이를 안고 새진리회를 찾아간 ‘송소현’은 ‘유지사제’를 마주한다. ‘유지사제’ 역의 류경수에 대해 원진아는 “‘유지사제’가 이렇게 강력한 포스를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더 풍부해지고 선명해진 캐릭터 중에 하나였다. 저와 같이 촬영을 할 때 강렬한 무언가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곤조곤 말하면서 안경을 치켜세우는 순간순간 디테일에서 숨이 작게 쉬어지는 포스가 있었다. 류경수 배우와 한 두 신으로 만났지만 정말 인상 깊었기 때문에 다음에는 긴 호흡으로 만나고 싶다”고 희망했다.
만약 원진아는 본인이나 가족이 죽음의 고지를 받는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제가 고지를 받게 된다면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할 것 같아요. 그동안 못했던 이야기도 나누고, 서운했던 이야기보다는 좋았고 감사했던 부분을 이야기할래요. 그리고 만약 가족이 고지를 받는다면 저도 ‘소현’이랑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해요. 어떻게든 가족을 살리기 위해 백방으로 해결방법을 찾으러 다닐 것 같습니다.”
2015년 단편영화 ‘캐치볼’로 데뷔한 원진아는 상업 영화뿐만 아니라 단편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확실히 단편 영화를 찍을 때 얻는 에너지와 상업 영화를 찍을 때 얻는 에너지가 다른데 둘 다 긍정적으로 다가온다. 단편 영화는 흥행에 대한 큰 부담감보다 작품의 완성도에 더 큰 중점을 두고 찍다 보니 기회가 되면 해보고 싶다”고 전했다.
원진아는 그간 해온 작품 속 이미지가 정적이지만 실제로는 털털하고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한다. 쉬는 날 집에서 가만히 못 있는 그는 운동하거나 밖을 나간다. 최근에는 캠핑 장비를 사면서 캠핑에 대한 재미에 빠졌다며 웃는 원진아는 “캠핑을 가면 한시도 쉬지 않고 정리하고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 작게 접혀있는 짐을 제 손으로 직접 풀어 집을 만드는 뿌듯함이 있다”며 캠핑용품 광고를 희망한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액션에 대한 갈망과 열망이 엄청나요. 저 몸 쓰는 거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저를 여리게 생각하셔서 그런 대본들이 아직 저에게 오지 않았지만, 언젠가 이런 캐릭터를 만날 생각에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원진아는 인터뷰 말미에 “처음에는 배우라는 직업과 연기에 애정만 가졌는데, 데뷔하고 나니 대부분의 시간이 자책과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 하나’ 후회와 걱정만 있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잘할 수 있을까’ 힘든 생각만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올해 들어서 조금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갈망이 커졌다. 앞으로 연기하면서 괴로워하지 않고 재미를 찾아보려고 하고 있다”며 작은 소망을 내비쳤다.
한편,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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