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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수정 기자 Dec 31. 2021

[인터뷰①] 장률, '마우스피스'를 다시 선택한 이유

장률©연극열전

다음은 12월 14일에 나간 연극 '마우스피스'의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 배우 장률이 ‘마우스피스’로 1년 만에 무대에 돌아왔다.


작년 ‘마우스피스’(제작 연극열전) 초연 무대에 오른 장률이 무대 차기작으로 다시 ‘마우스피스’를 선택했다. 무대와 무대 사이의 시간에 장률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감독 김진민)에서 ‘도강재’ 역으로 극의 앞뒤로 극명하게 다른 캐릭터 모습을 선사해 시청자의 호평을 끌어냈다.


장률은 2013년 영화 ‘방관자’로 데뷔해 ‘마스터’,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 ‘악질경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 ‘비밀의 숲2’, 연극 ‘사물의 안타까움성’, ‘갈매기B’, ‘프라이드’, ‘킬롤로지’ 등 무대와 브라운관, 스크린을 가리지 않고 활동했으며, ‘마이네임’은 그의 진가를 많은 사람에게 확인시켜준 대표작이 됐다.


‘마우스피스’는 한때 주목받는 예술가였지만 긴 슬럼프에 빠진 중년의 작가 ‘리비’ 와 예술적 재능을 가졌지만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이를 펼치지 못한 소년 ‘데클란’의 만남을 그리며, ‘리비’ 역에 김여진, 유선, 김신록, ‘데클란’ 역에 전성우, 장률, 이휘종이 무대에 오른다.


최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연극열전 사무실에서 만난 장률은 먼저 도착해 미리 작성해온 사전질문지를 보고 있었다. 인터뷰에 앞서 녹음 버튼을 누르려는 순간 ‘마우스피스’의 장면이 스쳤다. 필자는 “녹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요, 그냥 대화라고 생각해요”라고 ‘리비’의 대사를 인용해 장률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음은 장률과 일문일답입니다.


Q. ‘마이네임’에서 ‘도강재’로 인상 깊은 연기를 보고 다시 무대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반가웠다. 그리고 또다시 ‘마우스피스’를 선택해 이유가 궁금했다.


“저는 재공연을 한 적이 거의 없다. 했던 공연을 다시 한다는 부담감이 있고, 새롭게 관객을 만날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러다 작년을 생각해보니 관객 여러분이 ‘마우스피스’를 많이 사랑해주셨던 기억이 좋아서 다시 한번 이 작품으로 도전해서 더 세밀하게 새로운 부분을 찾고, 그 당시에 찾지 못했던 부분을 보완해서 새롭게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초연 때 선배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며 행복했던 기억이 있어서 다시 한번 무대에서 만나보고 싶었다.”


Q. 1년 만에 만난 ‘데클란’은 어떤 지점이 달라졌을까.


“‘어떻게 접근을 다시 해볼까, 어떻게 하면 못 찾았던 부분을 다시 바라볼 수 있을까’하는 시선이 생기면서 원론적인 질문을 던지게 됐다. ‘데클란’이 언덕에 올라가서 그림을 그릴 때 심정이나, 이 친구는 왜 여기까지 오게 됐을지 자신을 고립시키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솔즈베리 언덕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하지만 언덕은 도심 속에 있지만 자연에 가까운 공간이지 않나, 사회 속에 있다기보다 자기 혼자만의 공간에 놓여야 하는 이유는 뭘까. 심리적인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어린아이의 느낌이 어디서부터 출발하는지 호흡이나 느낌을 캐치할 수 있었다.”


Q. 률 배우에게 솔즈베리 언덕 같은 곳이 있나.


“낙산공원? (웃음) ‘마우스피스’ 초연 때 서울의 솔즈베리 언덕인 낙산공원에 올라 대학로와 서울의 모습을 보면서 ‘데클란’의 기분을 상상해봤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 고향에 가면 삼촌들도 계셔서 거기서 시간을 보내며 자연에 있다 온다.”

김신록, 장률©연극열전

Q. ‘데클란’에게 변화를 주면서 ‘리비’를 대하는 마음도 달라졌을 거고, ‘리비’ 역의 김여진, 유선, 김신록 배우의 캐릭터의 느낌이 달라지면서 다시 ‘데클란’에게도 변화가 왔을 것 같은데.


“선배들의 연기를 보고 따라가는 시간이 많았다. 초연을 했던 여진 선배나 신록 선배와는 같이 그간 세밀한 시간이 쌓여서 연기나 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순간순간 나눌 수 있었고, 유선 선배가 재연에 새롭게 합류하시면서 새로운 공기를 확 불러 일으켜주셨다. 각자 선배의 색깔로 많이 이끌어 주시는데, 유선 선배는 굉장히 친절하시다. 연습 때나 연기를 할 때도 기분 좋게 이야기를 나눠 주시고 곁을 내어주신다. 여진 선배는 초연 때는 많이 부드러우셨다. 무장해제시키는 미소를 갖고 계셔서 이야기를 많이 꺼내놓을 수 있게 해주셨는데 이번에 첫 리딩 자리에 오셨을 때 리비의 자유로운 느낌으로 오셔서 긴장해야겠다고 느꼈다. ‘선배님이 또 다른 리비를 표현해주시겠구나. 거기에 맞춰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신록 선배와는 피 튀기는 경쟁이다. (웃음)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연기를 해주시기 때문에 제가 늘 긴장 상태로 있어야 에너지에 밀리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서 저는 ‘데클란’이라는 인물의 나이가 더 낮아졌다. 어린 아이 같은 느낌을 더 캐치해 나가니 선배님들이 귀여워 해주시고 저는 더 신이 나서 ‘리비’를 더 좋아하게 된다.”


Q. 작품 속 이야기를 하자면 솔즈베리언덕에서 ‘리비’를 봤을 때만 해도 뾰족하게 굴다가 ‘리비’를 만나러 카페에 등장한다. 이 사이의 ‘데클란’의 마음이 궁금하다.


“이 작품을 다시 하기로 하면서 이런 부분에 생각을 다시금 해보았다. 이 친구가 언덕에 어떻게 놓여있고, 이 언덕은 이 친구에게 얼마나 필요한 공간일까. 이 친구 입장에서 ‘리비’는 침입자이고, 침입자가 생기면서 이 공간은 얼마나 소중해졌을지. (웃음) ‘리비’가 ‘데클란’에게 그림이 너무 좋다고 이야기해 주고 색연필을 선물로 주는데, 어쩌면 이 친구는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내가 모르고 있는 무의식이라는 게 있는데 그런 부분이 발동되지 않았을까. 나에게 처음으로 내가 있던 환경에 있는 어른이 아닌 사람이 친절하게 내가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걸 처음 듣지 않았을까. ‘데클란’이 전문학교에 다닐 때 선생님이 그림을 그려보라고 한 적은 있지만 그때는 전혀 몰랐고,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니까 깊게 듣지 않았을 거다. 그러다 ‘리비’가 색연필을 주면서 이야기를 하니 나에게 왜 그러는지 호기심이 발동했을 것 같다. 또한 친절을 베푸는 게 진심일까, 어떤 진심일까 등 궁금증에 물음표가 많아지는 거다. ‘데클란’은 물음표가 생기면 무시했던 친구인데 ‘리비’라는 사람이 들어오면서 물음표가 무시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Q. 이때 ‘리비’가 ‘데클란’의 그림에 싸인을 해달라고하니 기분이 남달랐을 것 같다. 률 배우는 처음 싸인을 해줬을 때가 기억이 나나.


“연극 ‘프라이드’를 하면서 관객을 많이 만나게 됐는데, 그때 갑작스럽게 사랑을 많이 받게 되면서 저도 싸인을 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 첫 공연이 끝나고 나왔는데 싸인을 해달라고 하니 정신없이 해드렸던 기억이 난다. (필-갑작스런 요청이라 싸인이 준비되지 않은 건 아닌가) 항상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싸인을 미리 준비해뒀다. (웃음) 사랑받을 때 더 사랑을 받게끔 하려고 싸인을 예쁘게 하고 하트를 그릴지 말지 등등 고민도 했었다."


장률 연습사진©연극열전


Q. ‘리비’가 ‘데클란’을 국립현대미술관에 처음으로 데려가 프란시스 베이컨의 그림을 함께 봤는데, 전시회에서 그림을 본 ‘데클란’은 소감이 어땠나.


“어떤 세계를 봤을 것 같다. ‘데클란’은 이 세상에 살고 있지만 자기 세상에서는 스케치북이라는 작은 종이 안에 그림을 그리는 아이였다. 미술관에 가면 엄청 큰 사이즈의 그림을 봤을 텐데, 거기다가 프란시스 베이컨이지 않나. 그 그림에 얼마나 압도당했을까. 자기 세계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했을 거고 자기도 모르게 심장이 뛰었을 것이다.”


Q. 미술관에 나와서 건물에 ‘EVERYTHING IS GOING TO BE ALRIGHT’이 쓰여 있는 것을 보는데, ‘데클란’이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할 때 처음으로 긍정적인 말을 하는 거 아닌가 싶었다. ‘데클란’은 그 문구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데클란’은 그간 희망에 대해서 별로 생각을 해보지 않은 친구였지만 미술관에 다녀와서 세상이 확장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것이다. 이 친구의 눈과 귀, 피부가 열리는 순간이었기 때문에 ‘모두 다 괜찮아질 거야’라는 라인과 빛이 크게 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 순간 이 친구의 내면 안에 있는 아주 반짝거리는 작은 반딧불 같은 희망이 입에서 나오는 것 같다. 되게 작고 소중하지만 아주 반짝거렸을 거다.”


[다음은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onews.tv/news/articleView.html?idxno=103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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