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12월 20일에 나간 넷플릭스 '지옥'의 배우 인터뷰 기사입니다.
(서울=열린뉴스통신) 위수정 기자 =유아인이 연상호 감독과 만난다고 했을 때부터 과연 둘이 어떤 시너지를 낼지 궁금했다. 그리고 ‘지옥’을 보는 순간 ‘유아인이 유아인했구나’라는 생각이 지나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감독 연상호)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선고를 받는 초자연적인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유아인, 김현주, 박정민, 원진아, 양익준, 김도윤, 김신록, 류경수, 이레 등 실력파 배우들의 연기 합으로 기대를 모은 가운데,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 역을 맡은 유아인의 연기가 단연 압도적이었다.
‘새진리회’라는 사이비 종교 단체는 지옥행 고지와 시연 장면을 보고 겁먹은 사람들에게 누구도 죄짓지 않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자며 정의롭게 살 것을 설파하며 추종 세력을 모은다. 유아인이 연구한 정진수 의장은 강한 목소리와 제스처로 신도들을 주목시키는 사이비 교주의 모습과 달리 그만의 색깔로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었다.
최근 화상으로 진행된 ‘지옥’ 인터뷰에서 유아인은 “미스터리한 작품 속에서 미스터리한 자체를 담당했기 때문에 내면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표현을 최대한 지양하고 경계하려고 했다. 관객에게 몰입감을 선사해야 했기 때문에 솔직한 표현은 최대한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다”며 ‘정진수’ 의장을 연구한 지점을 전했다. 이어 “제가 초자연적인 사건을 겪지 않았지만, 한 사건을 통해 도달한 외로움과 절망과 같은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 인간으로서 고독과 절망, 외로움이 어떤 식으로 발현될 수 있을까. 저도 20대 초반에 외로움에 심취해서 그 바이브를 타면서 짤막하게 쓴 글이 있는데, 내가 지금 이 순간 느끼는 느낌을 누군가 알아주면 덜 외로울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게 건강한 방식으로 발현되면 좋겠지만, 건강하지 못하고 부정적으로 발현되는 게 많더라. ‘정진수’는 극단적으로 고뇌나 절망이 파괴적으로 보여서 저와 차이는 있지만, 자신의 마음을 외부로 전하고자 한 걸 공감하며 배웠다”고 캐릭터를 통해 느낀 점을 털어놓았다.
유아인은 ‘정진수’ 의장의 긴 머리를 표현하기 위해서 연상호 감독의 요청으로 가발을 착용했다. 어느 복장과 분장이든 어울리는 유아인이었지만, 이번 가발도 잘 어울렸다고 전하자 유아인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감독님께서 다른 부분에 있어서 강력한 요구를 하시는 편은 아니었는데 비주얼적인 측면에서 원작과의 차이를 따지셨다. 저의 최근 몇 작품들은 메이크업이나 헤어를 안할 정도로 자유롭고 편한 상태이다 보니 가발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감독님이 요구하셔서 부응할 수밖에 없었다. 가발을 쓰면 움직임에 제약이 있는데 이런 제약에 매몰되거나 지지 않고, 이런 점이 딱딱하게 느껴지지 않게 캐릭터의 성질로 치환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 가발 분장이 부작용이 아니라 긍정적으로 나오길 바랐다”며 고심했던 부분을 전했다.
연상호 감독은 유아인이 ‘정진수’ 의장으로 ‘지옥’을 함께 한다는 소식을 듣고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르고 싶을 정도로 기뻤다고 밝힌 터. 유아인은 연상호 감독과의 작업으로 “저를 ‘정진수’와 그렇게 비슷하게 생각하실 줄 몰랐다. ‘지옥’은 대본을 보자마자 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이야기에 대한 끌림도 있었겠지만, 개인적으로 연기적인 변화를 모색해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겠다고 느꼈다”고 ‘지옥’을 선택했던 이유를 언급했다.
또한 ‘배영재’ 역의 박정민이 작품의 4, 5, 6부에 등장해 1, 2, 3부에 등장한 유아인과 만나지 못해 아쉽다고 인터뷰에서 전하자 유아인도 이를 듣고 굉장히 아쉬워했다. 그는 “저도 더 친해지고 싶었지만 만날 일이 있어야죠. 배우로서 존경하는 배우고, 존재해주는 자체로 자극이 되어주는 사람이자 배우끼리 서로의 속성을 깊이 이해해서 더 조심하는 부분도 있다. 정민 씨와 친구 하자고 하고 1년 동안 존댓말을 쓰고 있지만 함께 호흡을 맞출 날이 왔으면 한다”고 박정민의 아쉬움에 화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활개를 쳐도 작년에 개봉한 ‘#살아있다’와 ‘소리도 없이’ 때는 방역수칙을 지키며 유아인과 대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지옥’에서는 화상 인터뷰로 진행하다 보니 ‘지옥’에서 ‘정진수’ 의장이 뉴스와 화상 인터뷰를 진행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에 유아인은 ‘정진수’ 의장의 헤어스타일처럼 앞머리를 매만져줘, 취재진은 유아인의 센스에 감탄했다. ‘지옥’과 현실이 닮아있는 지점으로 유아인은 “미디어에 대한 맹신을 말하려고 했는데 우리가 화상 인터뷰로 미디어에 있네요?”라며 웃어 보였다. 이어 “불명확한 정보의 맹신과 폭력성이 있다. 시청자 반응을 찾아보면 화살촉에 대한 행위에 대한 의심도 있더라. 신의 의도를 따른다고 하면서 저런 죄악을 저지르냐고 하던데 믿음 속에서 내가 행하는 건 폭력이 아니라 정의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나. 범람하는 정보 속에서 명확하지 않는 것을 맹신하기 때문이다”며 그의 생각을 전했다.
연예인인 유아인도 위와 같은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SNS에서든 공식 석상에서든 그가 하는 말이 이슈가 되고 있지 않나. 유아인은 질문을 듣고 “제가 중심에 서 있었던 인물이잖아요”라고 솔직한 모습을 보이며 웃었다.
“누가 저를 때리는데 핵심이나 논리가 없으면 안 받아들이면 돼요. 때로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내부가 텅 빈 솜방망이처럼 느껴져요. 이걸 떨쳐내고 됐는데 수용할 때도 있었죠. 개인으로서, 배우로서, 유명인으로서 대중을 상대하는 게 싸우는 게 아니라 사회와 사람들을 이해하고 세상을 이해하고 배워나가는 과정 속에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무뎌지는 건 아닌가 생각하는데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어요.”
유아인과 인터뷰를 하면서 시간이 부족해 중간에 질문이 끊겼다. 이야기를 더 이상 잇지 못해 아쉬움이 생기는 것만큼 그와 이야기 나눈 시간은 매번 흥미롭다. 여러 번의 인터뷰에 지칠 만도 한데 그는 토크 박스 마냥 이야기를 꺼내 온다. 그나마 다행인 건 유아인이 다작을 하고 있으니 금방 또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다.
“저도 배우가 일이긴 하지만 일보다 제 삶이 더 중요해요. 일이 삶 속에 있어도 삶을 잘 살고 싶어서 일을 하고, 일을 잘하고 싶어서 삶을 살아내고 있죠. 최근에 일을 많이 하는 건 노는 게 예전처럼 재미가 없더라고요. 자유시간이 자유롭게 느껴지지 않아요. 저를 펼치면서 갈 수 있을 땐 천천히 가지만, 한계에 도달했을 땐 한계를 부순다는 강박 속에서 끊임없이 못살게 굴고 등 떠밀리는 것 같은 노력을 애써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때로는 한계를 조금도 못 넘을 수 있고 조금만 넘어도 감사한 일인데 말이죠. 요즘에 한계가 너무 강렬하게 느껴져서 이것을 넘어보고 싶어서 이런저런 시도를 하고 있어요.”
한편, ‘지옥’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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