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 좋아해요

by 위수정 기자

솔로 생활이 한창 길어지고 봄바람이 겨울바람보다 더 차갑게 내 마음을 감싸고도는 기분인 적이 있었다.

나 빼고 다 연애하는 기분에 푹 잠겨있을 때 친구가 소개팅을 주선해줘서 한껏 기분이 업 되어서 만남의 자리에 나갔다. 오렌지 빛 조명이 적당히 내 잡티를 가려주고, 포크로 파스타를 우아하게 돌돌 감싸 먹는 그런 곳.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

100문 100답을 하나하나 작성하는 마음으로 서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상대방과 나의 공감대를 찾기 위한 질문을 던질 때, 그가 나에게 물었다.


“수정 씨는 어떤 음악 좋아하세요?”

그 순간 내 머릿속은 혼돈이 왔다. 나는 아이돌은 태연이 좋고, 외국 가수는 콜드 플레이, 힙합은 박재범, 어릴 땐 god 등등.

음식 고를 때처럼 ‘아무거나 다 좋아요’라고 말하면 상대가 속으로 ‘아...’하게 되는 그런 상황이 벌어질 텐데?

그럼 제일 좋아하는 음악 말하면 되겠지? 잠시 생각을 정리한 나는 대답했다.


“쇼팽 좋아해요.”


그때 나는 상대방의 눈빛과 표정을 읽을 수 있었다.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그 후의 소개팅은 더 이상 이야기를 생략해도 될 정도로 빠르게 진행되고 끝났다. 잠들기 전 걸려온 주선자 친구는 나에게 “와~~~ 쇼팽? 고상한 척한다.”라며 핀잔을 주고, 나는 나름 억울해서 “야! 나한테 어떤 음악 좋아하냐고 물었지, 대중가요 중에서 어떤 장르를 좋아하냐고 물은 건 아니잖아!”라고 버럭 받아쳤다.



쇼팽이 어때서!

피아노의 시인으로 선율이 얼마나 아름다운데!

누구나 다 아는 <즉흥 환상곡>과 <녹턴>, <피아노 협주곡> 등 수많은 명곡을 낳은 작곡가잖아!


주위 친구들에게 “넌 참 특이한 애구나”라는 소리를 귀에 앉게 들은 후 소개팅 자리에서 어떤 음악을 좋아하냐는 질문엔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태연, 박재범, 콜드 플레이 등 다양하게 듣지만 제일 좋아하는 건 쇼팽입니다.”


나름 괜찮지 않나. 대중적인 가수 쭉 말하고, 화룡점정으로 마지막에 쇼팽을 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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